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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리·버들 글숲


 

달리 생각할 여지가 없어 다시 회룡천 아우라지로 향한다. 다시 가는 며리가 아우라지에 집중되기는 하지만 오가는 골짜기 풍경 또한 거기 포함된다. 경험 횟수와 시간 경과에 따라 어떻게 숲과 물이 달리 모습을 드러내고 말을 건네고 내음을 피워서 내 감각을 두드리는지 살피며 천천히 들어간다. 사진으로 담아낼 때도 전과 달리 색깔보다 빛살에 더 유념한다.


지난주 진입한 지점을 조금 지나자, 금지선이 해제되어 자연스럽고 쉽게 물길로 접근할 수 있는 샛길이 나온다. 스마트 지도로 미리 확인한 바와 다르나 가시에 찔리거나 거미줄에 걸리지 않고 사패산 쪽 물줄기로 내려간다. 큰비 온 뒤를 상상하며 더 안전한 경로를 눈대중해 둔다. 내 조그만 섬에 들어서자마자 눈길을 잡아챈 변화 하나: 돌탑이 허물어져 있다.

 

가만히 살펴보니 사람 손이나 발길질 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든 아니든 문득 든 생각은 여기가 돌탑 있을 자리는 아니다, 다. 좀 더 맑은 마음으로 엄밀한 자리 보아 새로운 돌탑을 쌓는다. 앉아서 무작위로 기이하게 펼쳐질 존재 향연을 호흡할 수 있는 자리도 만든다. 섬과 물길 둘레 땅을 돌며, 나무와 풀을 깜냥대로 살핀다. 생태가 대강 들어온다.


 

물가라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버드나무가 전혀 없다. 물살이 거센 상류라서 뿌리를 얕게 뻗고 나뭇결이 부드러운 버드나무는 살기 어렵다. 도린곁이라 땅이나 물을 정화하는 버드나무 능력이 필요하지도 않다. 당연하게 여기는 물오리나무 영지다. 물 좋아하는 본성을 같이 지녔으나 물오리나무는 버드나무와 달리 깊게 뿌리 내리고 나뭇결이 단단하므로 딱이다.

 

물오리나무는 참 특별하다. 콩과 식물도 아니면서 질소 고정 능력을 지닌다. 때때로 거센 물에 시달릴지언정 뿌리가 진흙을 어느 만큼만 품을 수 있다면 모래땅이라도 다른 식물이 살 조건을 만들어준다. 이 섬 중 가장 큰 식물로서 층층나무가 늠름히 서 있는 근거다. 그런 보익 작용은 물론이고, 물오리나무는 버드나뭇과 식물도 아니면서 해독 작용까지 한다.

 

전천후 능력을 지닌 물오리나무 힘입어 이 아우라지에는 무작위로 기이하게 인연 맺은 싸리나무, 국수나무, 뽕나무, 참나무, 단풍나무, 쪽동백나무, 머루나무, 담쟁이덩굴, 등골나물까지 한껏 어울려 살아간다. 칠십 년 버드나무로 살았으니 인제부터 우리로 살아보라고 물오리나무가 빙 둘러서서 권하며 응원한다. 물오리나무 꽃말이 “장엄”이다. 두 손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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