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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리·버들 글숲


 

들마에 급히 들어오신 환자분을 치료하느라 늦게 도착한 광장은 열기가 사뭇 고조되어 있다. 사회자가 외치는 고주파 음이 일대를 멀리까지 뒤흔든다. 민주주의 최후 보루라던 사법부가 내란 세력 최후 보루가 돼버린 상황이라 시민 경각심은 다시없이 날카롭다.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한 시민들이 이곳저곳에서 불쑥불쑥 욕설 같은 외마디 소리를 뱉어내곤 한다. 나도 이전보다 더 큰 목청을 낸다. 게다가 최근 집회 가운데 가장 큰 규모라 경찰이 드러내는 긴장도도 다르다.

 

명신이 바지 서방이 친위쿠데타를 일으킨 지 벌써 일 년이 다 돼 간다. 그사이 엄청난 진실이 드러나 명신이 뜻하고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시민이 ‘계몽’되는 중이다. 식민지 특권층 부역 집단인 지배 세력 주류가 방대한 카르텔을 형성해 사회 모든 분야를 깨알같이 지배해왔다는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나면서 전선은 한껏 확대되고 있다. 싸우기도 어렵지만 지기는 더욱 어려운 전쟁임을 뼈에 새기는 단군 이래 최고 각성 국면이다. 그만큼 이번이 최후 기회일 공산이 크다.

 

사실 명신이 바지 서방이 검찰총장으로 일차 내란을 일으킬 때만 해도 대다수 시민이 검사=정의의 사도, 판사=현자로 굳게 믿었다.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이 왜놈들이 만든 식민지 유제, 이를 더욱 공고히 한 이승만-박정희 도당 음모라는 준엄한 사실을 놓쳐서기도 하지만, 판검사 꿈꾸며 사시에 매달리던 부류 대다수가 조희대지 문형배는 아니라는 사실을 몰라서다. 서·연·고 법전 학생 80%가량이 강남 부유층이라는 사실이 그 결과다. 저들 혈관에는 피 아닌 돈이 흐른다.

 

저들 혈관에 흐르는 돈은 단순히 노동자를 착취해 긁어모은 자본주의 결과물이 아니다; 민족과 나라를 팔아서 그러모은 제국주의 부역 떡고물이다. 저들이 거만한 자본가 철면 아닌 비열한 야차 귀면을 쓰고 있는 까닭이다. 정색하고 확인해 보라, 목하 준동하는 “찐윤 판검새”와 그 출신 정치 모리배 상판대기가 과연 사람 얼굴인지. 사악한 돈은 그 귀성(鬼性)을 빙의된 종자 면상에 꼭 드러낸다. 귀면 종자 식별해 박멸할 수 있어야 목숨 바쳐 나라 지킨 조상에 체면이 선다.

 

광장 인근에서 저녁 먹을 곳을 찾는다. 뜨르르한 어떤 개독교 초대형 교회 건물 지나 골목으로 들어가자 조용한 음식점이 나온다. 내가 들어갈 땐 텅 비었더니 차츰 사람들이 들어온다. 느낌이 싸해진다. 아까 지나온 그 교회에서 나온 ‘사람’들이 많다. 저들이 쓰는 일상 용어를 들으면 대뜸 알아차릴 수 있다. 서둘러 식사를 마친다. 표정 못 챙기고 계산대 앞에 선다. 아뿔싸, 벽에 십자가가 걸려 있다! 인생 도처(到處)에 유귀면(有鬼面)이로구나. 그렇다면 과연 내 얼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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