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 교수의 『사람이 벌레라니』는 예쁜꼬마선충 연구자가 들려주는 솔직한 연구 이야기다. 아주 작은 투명한 벌레가 노벨상을 네 번이나 안겨줬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예쁜꼬마선충은 인간과 절반 정도의 유전정보를 공유하고, 투명한 몸 덕분에 세포분열 과정을 관찰하기 좋아서 과학자들에게 사랑받는다. 화려하지 않아도 쓸모 있는 것의 가치를 보여준다. 가장 인상적인 건 '닉테이션' 발견 과정이다. 배고픈 선충들이 고개를 들고 서 있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때는 그저 실험 실수로만 여겼다고 한다. 하지만 그 사소한 관찰이 결국 선충의 생존전략을 밝혀내는 연구가 되었다. 놓치기 쉬운 일상의 순간들이 때로는 중요한 발견으로 이어진다는 걸 보여준다. 책에 나오는 노벨상 수상자들도 처음부터 거창한 목표를 세운 게 아니었다. 작고 사소한 문제를 끈질기게 파고들다가 예상치 못한 결과에 도달했다. 좋은 아이디어는 번뜩이는 영감보다 꾸준한 탐구에서 나온다는 메시지가 명확하다. 은퇴를 앞둔 저자가 자신의 연구 여정을 담담하게 정리하면서도 후배들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을 놓지 않는 모습이 좋았다. 과학 도서지만 어려운 용어는 최소화하고, 삽화로 이해를 도와서 부담 없이 읽힌다.
예쁜꼬마선충만큼이나 소박하지만 의미 있는 책이다. 과학에 관심 있는 사람뿐 아니라 무언가를 꾸준히 탐구하는 자세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독자라면 읽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