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적의 화장법
엘르 2015/12/30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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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의 화장법
- 아멜리 노통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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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72
작가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린다˝는 평만을 머리 한 켠에 넣어두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대화식으로 진행되어 읽기가 쉽고 종이책 기준 116p에 불과한 양이기에 두세 시간 여 만에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황당함, 역겨움, 섬뜩함, 그리고 충격.
옮긴이의 말 서두에 나와있는 이 네 개의 단어는 다른 많은 이들의 리뷰에도 언제나 나와있는 것이었다.
어떤 종류의 역겨움과 섬뜩함일지 내심 걱정이 되었지만, 우려했던 류가 아니라는 것에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정말 짜증나는, 말 그대로 짜증나는 우리의 주인공 B 씨, 텍스토르 텍셀.
처음에는 ˝뭐 이런 진드기 같은 사람이 다 있담˝이라며 주인공 A, 앙귀스트에게 애도를 보냈다.
그리고 삿된 말로 ˝미친 것˝ 같은 그의 사고구조에 혀를 내둘렀다.
이게 바로 사고과정 장애를 지닌 환자의 사고 흐름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면서 (직업병).
이해하고 싶지도 않고 받아들이고 싶지도 않은 텍셀의 잘난 인생관은 솔직한 마음으로 중간중간 혐오감이 들 정도이다.
그러나 점차 밝혀지는 이야기, 상상, 꿈, 그리고 진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그들의 대화는 흥미진진해서 두세 시간 동안 쉼없이 책을 읽어내릴 수 있었다.
너무 뻔하지도, 억지스럽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해서 미리 짐작할 만한 것도 아니었기에 매우 신선하기도 했고.
장르소설이나 만화의 ˝반전을 위한 반전˝에 질려있던 요즘이기에 더 그렇게 느껴졌을까.
˝당신은 내 인생을 망쳐놓았소. 그걸로 모자라단 말이오?˝
˝어리석기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순전히 혼자 초래한 상황인데도, 자기 인생을 망쳤다며 꼭 남을 꼬집어 탓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는 작자들이란 얼마나 한심한지!˝
누구나의 마음속에 잠자고 있을 지 모르는 적, ˝악마˝.
나 역시 내 안의 그것을 느끼고 일부는 인정하고 일부는 문을 닫아 꽁꽁 감추고 있다.
평생 드러나지 않기를 바란다.
짧지만 강렬하고 혐오스럽지만 여운이 남는다.
반전이 묘미인 만큼, 시간이 지나고 기억이 희미해졌을 즈음 다시 읽으면 재미있을 것 같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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