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활동 중 하나일 텐데요. 사는 일도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비롯된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움직이고 쉬고. 가장 기본적인 일이다 보니
종종 그 가치와 의미를 잊어버리는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공기가 없으면 숨을 쉴 수 없고
물이 없으면 삶을 이어갈 수 없는 것처럼 어쩌면 우리에게 달리기는 그와 같은 운동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찌보면 비약일 수 있겠지만 가장 기본적인 움직임 중 하나이기에 그렇습니다.
요즘은 달리기가 꽤나 열풍입니다. 코로나 시기를 헤쳐나오다보니 기본적인 움직임이나 활동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새삼 느끼게 된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먹고 사는 형편이 좀 나아지면서 건강을 더 챙겨보자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암튼 달리기가 인기인 요즘 달리기 관련 그림책이 나온건 환영할 일입니다. 그림책이니 만큼 어른과 아이들이 같이 봐도 좋겠지요. 그림책 <나의 속도>는 달리기와 인생(삶)을 함께 생각하게 하는 내용입니다. 우리는 타인의 모습이 아닌 각자 자신의 모습으로 살기를 소망하고 있을 텐데요. 타인의 이런 저런 기대와 강요속에서 살아가다보면 시나브로 자신의 모습을 잃고는 애초 기대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타인과의 조화와 조율속에서 사는 일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아닌 타인의 기대와 바람대로 살게 된다면 그보다 더 큰 불행도 없을 겁니다. <나의 속도>는 어쩌면 이런 불행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녹아져 있다고 볼 수도 있을겁니다. 자신의 속도대로 달릴 수 있다면 자신의 방식대로 자신다움을 지키면서 살 수도 있지 않을까요? 세상에는 잘난 사람들이 많습니다. 돈 많고 이쁘고 잘 생기고 능력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게되는 일은 썩 유쾌하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남을 부러워만 하면서 살수는 없다는 것 역시 알게됩니다. <나의 속도>는 빨리 달려나가는 타인을 부러워하기 보다는 천천히라도 꾸준히 포기하지 않는 나의 달리기를 받아들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별볼일없는 나지만 그렇더라도 나의 삶을 붙들고 일상을 이어갑니다. 이진경 작가가 평범하기 그지없는 나에게 건네는 평범하지 않는 위로와 격려같아 위안과 힘을 얻게 됩니다. 한번쯤 읽어보기를 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