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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무님의 서재
  • 영원에 빚을 져서
  • 예소연
  • 13,500원 (10%750)
  • 2025-01-25
  • : 12,020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장면과 사건이 있다. 백화점이 붕괴되는 장면은 삼풍백화점을 연상시킬 수밖에 없고 대교가 무너지는 장면은 성수대교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것처럼. 침몰하는 배와 노란 리본. 그리고 또, 이태원, 할로윈의 인파, 추락하는 비행기. 단어의 나열만으로도 이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이 모든 슬픔은 더 이상 개인의 기억이 아니며 한 국가의 비극이라는 것을 모를 리 없다. 믿기 힘든 죽음이 너무 자주 일어난다.

<영원에 빚을 져서>는 “개인의 번민과 집단적인 애도가, 자국의 참사와 외국의 참사가 친구들의 이야기 속에서 베를 짜듯 엮이는(해설 참조)“ 소설이다. 소설 속 주인공 동이는 슬픔과 상실 가운데에서 사랑하는 친구를 추적하고 헤아리며 독자를 같은 방향으로 인도한다. 동이는 삐썻과 석을 통해 타인을 오해하는 오류에서 이해와 공감의 영역으로 들어가며 이야기를 확장시킨다. 비극적인 시간을 오래 들여다보길 포기하고 외면하는 이들에게 작가 예소연은 여기 슬픔이 있음을 보여준다. “도대체 어떡하자는 건데. 이미 일어난 일을.” 그 말에 대한 대답은 그러므로 슬픔에 등 돌릴 것이 아니라 믿어야 한다는 말이다.

🔖나는 최선을 다한다고 했던 것들이 최선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기억. 그 기억은 집요하게 파고들수록 쪼개져 나를 아프게 했다. 하지만 파고들지 않으면 안 되었다. 잊을 수는 없으니까. 기억하지 않으면 그냥 잊어버리겠다는 것인가? 엄마가 그토록 두려워한 것이 영영 잊히는 것이었는데. 7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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