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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님의 서재
  • 변방에서 중심으로
  • 문재인
  • 29,700원 (10%1,650)
  • 2024-05-18
  • : 32,190

현실주의적 목표를 민주주의적 방식으로 실현하기 위해 했던 도전에 관하여 쓴 기록.


국가가 생존을 추구한다는 언명은 국제정치학에서 거의 진리에 가까운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국가가 저마다 폭력의 원천인 물리적 능력을 보유하고,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닌 현실에서 국가는 실제적 혹은 잠재적 위험에 당면하고 있으므로 국가는 생존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에 수긍하게 되는 것이다. 


위험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변하더라도 그 근원적 상태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국가의 지도자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의무를 부여받는다. 이 책의 중심을 이루는 '평화'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우리 공동체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도달해야 하는 목표이며, 목표 달성을 위한 과정에서 준수해야 할 규범적 기준 혹은 가치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문재인 정부도 역대 여느 정부와 다르지 않게 공동체가 당면한 현실을 위험으로 상정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즉,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적 입장도 안전을 위해서 적과 동지의 구별을 '정치적인 것'의 본질이자 국가적인 것의 토대와 같이 본 슈미트(Carl Schmitt)의 사유와 유사한 조건 위에서 국가 혹은 국가 지도자의 목표를 상정하고 있는 점에서 '현실주의'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동시에 문재인 정부는 현실주의적으로 세계의 위험을 파악하고, 해야 할 의무를 규정하지만, 전적으로 현실주의 방식으로는 지금과 미래의 안전을 구현할 수 없으므로 달리 행동했고, 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행동의 방식과 유형에 있어서 이 정부의 외교 안보를 결코 전적으로 '현실주의적'으로 규정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현재 우리 공동체(남한)가 당면한 가장 실제적인 위험은 헌법으로 규정한 우리 영토 안에 있으므로 적대는 우리 공동체(한반도 통일국가)를 분절시킨다. 그래서 잠재적인 적 혹은 위험의 현실화에 대비하여 능력을 갖추고, 사건에 대응할 수 있는 의지와 자신감을 내외적으로 키우고 강화해야 하지만, 한반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명시적 적을 내세우기보다는 평화라는 틀 안에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모든 행위자를 묶어(다만, 한데 같은 자격으로 묶는 것은 아니다) 적대의 재현을 막는 방식으로 공동체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의 적절한 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방식은 '평화'라고 하는 공통의 규범적 지향점 아래에서 연결되고, 대화하며 그 의사의 비중이 다를지언정 행위자로서 현실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는 것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민주적인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에 담긴 세계를 구획하는 기준이 '민주적'인 것이 아니라, 세계를 잇고 조직화하는 방식이 '민주적'인 것이다.*


*. 민주적 속성은 국제정치의 행위자로서 주변에 있던 우리를 한반도 국제정치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는 것으로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 중심 혹은 민족 중심적 성격을 동시에 담고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덧. 누구도 가본적 없는 길을 열기 위해 상상력이, 그 길을 실제로 가기 위해 자신감이, 그 자신감을 얻기 위해 오늘로 이어지는 기억이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함께 상상력, 자신감, 기억과 같은 것들이 얼마나 우리 땅에서 얼마나 지켜내기 어려운지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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