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진 장르소설 <붉은 기억>
곰순이양 2022/04/03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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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기억
- 최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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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 - 2022-03-29
: 61
처음에는 표지를 보고 약간 망설였다. 슬쩍 지나치며 봐도 자세히 봐도.. 연기에 둘러싸인 사람 얼굴 같기도 한 좀 무섭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이어서 심령술사라도 나오는 내용인가 싶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이 책은 표지와는 별도로 굉장한 몰입감을 주는 책이었다. 혹시나 표지 때문에 지나치는 사람이 있다면 너무 안타까울 것 같은? 아무튼 책장 넘어가는 게 아쉬워 쪼개서 읽어도 하루 만에 다 읽어버린 가독성 좋은 책이었다.
명석한 두뇌, 냉철한 이성, 부잣집 아내를 둔 교수 기석은 젊은 시절 철로에 떨어진 아이를 구한 영웅이기도 해서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클럽에서 만난 한 여자와 차를 타고 가던 중 정신을 잃게 된다.
겨우 일어났을 때에는 온 몸이 묶여 의자에 앉아 있는 채였는데 머리 위에는 쇳덩이가 매달려 있고 세 개의 모니터에 각각 아버지, 아내, 아들이 묶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알 수 없는 목소리가 이들 중 한 명을 선택하면 대신 죽여주고 본인의 목숨은 살려준다고 하는데.. 기석은 자신이 사는 대신 가족 중 한 명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본인이 그냥 죽음을 택할 것인가.
-달이 빨갛게 타오르고 있었다. 붉은 달이었다. 우리는 유난히 크고 동그란 붉은 달을 보고 잠시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p187
유난히 크고 동그란 붉은 달이 뜬 그 날. 그 날이 이 소설에서 가장 결정적인 하루였다. 그 날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 질문의 답을 찾아가기 위해 기석, 유경, 영환 세 사람의 이야기가 각자의 시점에서 빠르게 전개된다.
일단 첫 장면부터 몰입감이.. 그냥 상상만 해도 무섭고 치떨리는 장면이라서 영상화하면 정말 무서울 것 같다. 내용이 진행되면서 점차 더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기석과 그의 아내 유경, 그리고 또 한 명의 중요인물인 청소년 영환이가 서로 어떻게 연관되어 이야기가 이루어지는지 굉장히 궁금했는데 이렇게 연결이 된다고? 약간 예상은 했지만 정말 씁쓸했다.
최정원 작가는 <레시피>라는 책의 입소문으로 처음 알게 되었다. 워낙 미스터리나 스릴러 소설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끊어읽기 좋아해 단편을 즐기는 사람으로서 그 책은 지나칠 수가 없었다. 재미있으면서도 굉장히 강렬한 소설이었다.
그런데 이번 소설은 그 때의 그 강렬함을 한층 더 뛰어넘는다. 납치, 살인, 불륜, 성욕 등등 영화로 만들라 치면 무조건 19금 딱지가 붙을 것 같은 범죄의 소재들을 죄다 끌어왔다. 그러니 강렬할 수밖에.. 거기다가 인물의 심리묘사가 뛰어나서 다른 책들보다 감정의 소모가 컸다.
높은 수위의 잔인함과 성적인 묘사로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재미있게 읽었다. 청소년 시기 성정체성의 문제와, 인간의 가장 악하고 나약한 면을 처절하게 보여준 절실하고도 애달픈 서스펜스라고 생각한다.
글 잘 쓰는 작가 한 분이 또 내 삶 안으로 들어왔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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