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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연 작가는 신간이 나오면 어김없이 찾아보는 내가 애정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이전 책인 <유괴의 날>과 제목이 비슷해서 혹시 했는데 역시나 이 책은 시리즈였다. 원래는 '유괴' 3부작으로 하려고 했는데 바뀐 제목 덕에 '날' 3부작이 되었다는 이 책은 그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스릴러로 시작해 가족소설로 마무리되는 아주 다채로운 책이었다.
선준과 예원은 3년 전에 외아들 선우를 잃어버렸다. 아이를 찾기 위해 3년 동안 안 해 본 것이 없지만 선준은 점점 지쳐가고 예원은 점점 미쳐간다. 예원이 담당 형사의 차를 아이의 전단지로 가득 채운 봉고차로 들이받던 날, 남편은 더이상 참지 못하고 예원을 희망 정신요양원에 입원시킨다.
그곳을 감옥이라 여기며 하루하루 버티던 예원은 어느 날 아들 선우가 바꿔 부르던 노래를 똑같이 부르는 한 남자아이를 발견한다. 얼떨결에 아이를 데리고 요양원에서 도망쳐 나온 예원에게 그 아이 로운은 자신이 선우를 안다고 얘기하는데..
일단 정해연 작가 책은 가독성이 최고다. 육아로 지친 하루의 피로를 독서로 풀고자 하는 나에게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재미다. 그렇게 따져보면 이 작가의 책들은 일단 그 점은 보장한다. 더군다나 이번 신간은 얇은 편이어서 그런지 하루만에 다 읽어버렸다.
아이를 잃어버렸다는 죄책감, 아이를 잃어버린 그 시각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병원에만 누워있었다는 죄책감, 아이를 돌볼 여력이 없다는 핑계로 시설에 보내버린 죄책감.. 이 글에 등장하는 어른들은 하나같이 죄책감에 허우적대지만 결국 이런 어른들을 구하는 것은 아이들이다. 늘 가족에게 미안하고 내가 제일 죄인같지만 사실 전적으로 잘못한 사람은 없다는 것. 가족이어서 더 절실하게 느끼는 것이 아닐까.
이전작 <패키지>를 굉장히 재미있고 인상깊게 읽었다. 나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어른들의 잘못으로 희생당하는 아이 이야기에 읽는 내내 마음이 괴로웠지만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해 밤새워 읽은 책이었다. 이 책도 아이를 잃어버린 안타까운 이야기라서 <패키지>에서의 찝찝함을 또 한 번 느끼는 것 아닌가 했던 우려와는 달리 그래도 이번 소설에서는 좀 나았다. 결말을 말한다기보다 그냥 전체적인 느낌이 정통 스릴러장르가 아닌 숨은 쉬어가며 볼 수 있는 정도?
이 책의 제목이 왜 <구원의 날>인지는 읽어보면서 느껴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는 다시 '날' 3부작의 마지막 편을 기대하며 기다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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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