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3년 전에 2주간에 걸쳐 동유럽에 다녀왔다. 동유럽은 서유럽에 비해 같은 기독교 문화권이면서도, 잦은 이웃 국가에의 피침과 피지배로 인한 상처가 그들의 역사와 삶의 근저에 녹아 있는 것 같은 느낌과 더불어 공산국가의 경험으로 인해 사회 분위기가 더욱 어둡고 경직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폴란드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곳은 아우슈비츠수용소이다. 아우슈비츠수용소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폴란드 남부 오슈비엥침(독일어명은 아우슈비츠)에 있었던 독일의 강제수용소이자 집단학살수용소. 나치 학살의 생생한 현장으로 400만명을 죽음으로 몰고 간 가스실, 철벽, 군영, 고문실 등이 있다. 이곳에 수용된 사람들은 주로 나치 점령국에 사는 유대인들이었지만, 나치에 반대하는 폴란드의 정치범들과 소련군 포로들 그리고 집시들도 강제로 수용하였다고 한다.
수용소 입구 정문 위에는 “일하면 자유로워진다”는 구호가 쓰여져 있다. 수용인들이 탈출하지 못하게 설치한 전기 고압선 철조망, 유대인 들을 살해하는데 사용된 독개스(치클론 B) 통, 유대인들의 가방, 그들이 신고 온 구두들이 있다. 나치들은 수용소에 수용된 유대인들 중 노동력 없는 병약자와 노인, 어린이들을 이곳에서 독개스로 집단 학살했다.
이 책의 저자 이레네 구트는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을 때 간호학교 학생이자 애국적인 폴란드 소녀이며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그의 나이 열일곱 살이었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독일과 소련 두 나라의 군인들은 그녀로부터 모든 것을 빼앗아 갔다.
열일곱 소녀에게 전쟁은 너무나 끔찍한 일이다. 순식간에 벌어진 폭격으로 가족과 생이별을 해야 했고, 그는 전장에 내몰려졌다. 그녀 앞에서 일어난 유대인에 대한 학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나치와 맞서서 싸우기 시작했다. 그녀는 독일군 장교식당에서 일을 하면서 나치의 계획과 정보를 게토의 유대인들에게 전달하며, 강제수용소에 있는 유대인들을 숲으로 탈출시켜 주었다. 또한 나치 장교의 가정부로 일하게 되면서 열두 명의 유대인을 자기 집의 지하실에 숨기고 독일이 망할 때까지 그들을 보살펴 주기도 했다.
아무 힘도 없는 나약한 여성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친구들을 악으로부터 구하는 일은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자신과 아무 상관없는 다른 사람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친 그녀의 삶은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주의가 판을 치고 있는 우리들에게 큰 감동과 교훈을 준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쉰들러 리스트’가 생각난다. 어찌보면 이 책의 저자인 이레네 구토브나가 ‘쉰들러 리스트’보다 못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열두 명의 유대인을 살리기 위한 그녀의 용기와 희생을 인정했기에 1982년 이스라엘의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 기념관은 그녀의 영웅적인 행동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그녀를 ‘열방의 의인’이라는 칭호와 국가최고훈장을 수여하게 된 것이다. 그녀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특별 축복을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책은 어른들이나 청소년들에게 큰 감동을 줄 것이므로 읽기를 권한다.
“이 서평은 연암서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제공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