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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님의 서재
  • 나는 이 세상에 소풍 온 심리학자입니다
  • 장성숙
  • 15,210원 (10%↓840)
  • 2026-10-07
  • : 77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삶의 후반부에 들어서서 지나온 날들을 돌아볼 때, 가슴 한구석을 채우는 것은 화려한 성공의 기억보다는 '잘 살아왔는가'에 대한 깊은 물음이다. 일흔의 고개를 넘어서며 수많은 인연과 이별, 그리고 삶의 굴곡을 지나온 내게 장성숙 교수의 <나는 이 세상에 소풍 온 심리학자입니다>는 조용히 곁에 다가와 손을 잡고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진솔한 고백록이었다.

 

수십 년간 상담 현장에서 타인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주던 임상심리학자가 자신의 삶을 고스란히 반추하며 써 내려간 이 책은, 벼려진 학문적 이론을 넘어선 인생의 깊은 지혜를 담고 있다. 젊은 시절의 열정과 치기, 그리고 성취를 향한 질주는 지나가고 이제는 비워내고 정리해야 하는 나이가 된 늙은 독자에게 저자의 한마디 한마디는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저자는 삶을 거창한 투쟁이나 목적을 완수해야 하는 고단한 과업으로 보지 않는다. 천상병 시인의 시구처럼, 이 세상을 한 판의 '소풍'으로 바라본다. 소풍에는 거창한 목적이 없다.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둘러보고, 만나고, 느끼고, 마침내 때가 되면 미련 없이 짐을 싸서 돌아가는 것이다. 평생을 나 자신과 가족, 그리고 사회적 책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온 70대의 입장에서 이 '소풍'이라는 단어는 참으로 마음을 가볍게 해주었다. 왜 그리 매사에 연연하고, 지나간 일에 후회하며,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스스로를 볶아쳤는지 지나온 날들이 허허롭게 스쳐 지나갔다.

 

특히 저자가 상담가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느끼고 경험했던 자신의 한계와 아픔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대목에서 깊은 공감을 느꼈다. 완벽한 인간도, 완벽한 삶도 없다. 세상을 살다 보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태반이고, 가까운 이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받기도 하는 것이 인생이다. 저자는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타인의 어둠마저 품어 안는 따뜻한 시선을 보여준다. 이는 나이가 들수록 자칫 고집스러워지거나 내 방식만을 고집하기 쉬운 우리 노년층에게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귀한 경종이 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신체적 노화나 사회적 역할의 퇴장을 의미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참된 노년의 삶이란, 집착과 탐욕을 내려놓고 자신과 타인을 너그럽게 용서하며 살아온 날들을 긍정하는 과정이다. 저자가 건네는 이야기는 결국 ‘나 자신과의 화해’, 그리고 ‘타인과의 온화한 관계 형성’으로 귀결된다. 자식 세대와의 갈등이나 외로움, 쇠약해지는 몸으로 인해 서글퍼지기 쉬운 노년의 일상에서, 어떻게 하면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리고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혜가 책 속 곳곳에 스며 있다.

 

인생이라는 소풍이 끝나갈 때, 우리는 무엇을 남기고 떠날 것인가. 그것은 거대한 재산이나 명예가 아니라, 얼마나 따뜻하게 사랑하고 솔직하게 살아왔는가 하는 기억일 것이다. 저자는 지나온 모든 날들이, 심지어 고통스럽고 억울했던 시간마저도 소풍길에 만난 풍경의 일부였음을 나지막이 일러준다. 책장을 덮으며 나 역시 내 삶이라는 소풍길을 찬찬히 둘러보게 되었다. 굴곡진 세월이었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걸어온 스스로의 발자취를 다독여줄 용기가 생겼다.

이 책은 단순히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심리학 서적에 머물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고, 경건하면서도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인생의 지도와 같다. 삶의 무게에 지쳐 마음에 그늘이 진 젊은이들은 물론, 지나온 길을 정돈하고 남은 계절을 유유자적하게 거닐고자 하는 동년배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이 세상으로의 소풍이 얼마 남지 않은 우리 모두에게, 따뜻한 볕 한 조각 같은 위안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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