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월이 흘러 칠십의 고개를 넘어서니 세상일의 대부분이 무덤덤해지고, 삶의 정답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조금씩 희미해진다. 젊은 시절엔 신앙조차 무언가를 이뤄내기 위한 열정이나 목표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내 삶의 본질과 마음에 남는 진짜 가치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는 일이 많아진다. 오랜 시간 교회 문턱을 드나들며 열심을 내어 왔지만, 문득 '내가 지금 바라고 믿는 예수가 정말 성경이 말하는 진짜 예수인가, 아니면 내 편의대로 만들어낸 환상인가'라는 서늘한 질문이 가슴을 칠 때가 있다. 카일 아이들먼의 <실종된 메시아>는 바로 이 마음의 질문과 맞닥뜨렸을 때 손에 쥐게 된 책이다. 내 인생의 황혼길에서 내가 왜 그토록 오래 하나님을 섬기면서도 때로 허기짐을 느꼈는지, 그 원인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싶어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수많은 구절이 마음을 울렸지만, 가슴 깊숙이 뾰족하게 새겨진 한 문장을 꼽으라면 단연 이것이다. "맞춤형 예수님이라는 개념이 언뜻 보기에는 무해해 보일 수 있다. 어차피 우리에게는 필요를 채워 주실 예수님, 어쩌면 심장이 두 개인 예수님이 필요하지 않은가? 하지만 위험한 생각이다. 정말 위험하다. 예수님을 우리 형상대로 만들어 내면 거짓 메시아에 소망을 두는 것이다."(p.22)

이 한 문장은 지나온 내 삶과 신앙의 궤적을 거울처럼 투명하게 비춰주었다. 살아오면서 우리는 얼마나 자주 예수를 내 욕망의 도구로 삼았던가. 자식이 잘되기를 바랄 때, 건강의 위기를 겪을 때, 내 뜻대로 인생이 풀어지기를 기대할 때마다 나는 내가 필요로 하는 모습의 예수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신앙이라 착각했다. 내 삶의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해 주는 만능 해결사로서의 예수를 찾았을 뿐, 그분이 요구하시는 십자가나 그분의 진정한 뜻에는 귀를 막았던 것이다. 내가 만든 가짜 예수에 몰두하느라, 나를 부르시는 진짜 메시아를 삶 한복판에서 실종시켜 버린 셈이다.

책을 읽으며 깊이 깨달은 점은 신앙의 본질이란 '내가 예수를 채워 넣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든 예수를 내려놓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이다. 젊은 날에는 무언가를 더 많이 소유하고 더 높은 성취를 이루는 것이 축복이라 여겼다. 하지만 칠십의 눈으로 바라본 삶은 비워내는 과정이며, 신앙 역시 내 욕심과 틀을 깨부수고 있는 그대로의 그분을 받아들이는 일이었다. 우리는 종종 하나님이 내 삶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주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그러나 그것은 메시아가 실종된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든 우상이 깨어지고 있는 과정일 뿐이다. 진정한 구원은 내 삶의 주도권을 그분께 온전히 넘겨드리고, 내가 원하는 모양이 아닐지라도 그분의 인도하심을 겸허히 받아들일 때 찾아온다.

인생의 후반전을 지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 책은 나에게 참된 안식과 회개의 기회를 주었다. 내가 평생 동안 붙잡으려했던 것이 한낱 내 욕망의 그림자가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 첫째로, 오랜 시간 신앙생활을 해왔지만 마음 한구석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영적 갈증이나 매너리즘을 느끼는 성도들이다. 익숙함에 속아 진짜 예수의 얼굴을 잊어버린 이들에게 이 책은 묵직한 영적 경종을 울려줄 것이다. 둘째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기도 응답이 이루어지지 않아 실망하고 낙심한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내가 만든 메시아를 내려놓을 때, 비로소 나를 향한 그분의 참된 사랑과 계획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인생의 무게를 지고 삶의 본질적인 질문 앞에 서 있는 동년배의 이들에게 이 책을 건네고 싶다.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고 남은 날들을 더 깊고 진실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실종된 메시아>는 내 마음의 구원자를 다시 만나는 귀한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