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생의 일곱 번째 십 년을 넘게 살아가며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자연스레 과거와 현재, 그리고 다가올 미래의 궤적을 함께 짚어보게 된다. 가난과 결핍이 일상이었던 유년 시절부터 시작해,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고도성장기를 거쳐 정보화 사회로 넘어가던 격동의 세월을 온몸으로 통과해 왔다. 한때는 전자제품 하나, 전화기 한 대를 갖는 것조차 가문의 경사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랬던 세상이 이제는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맞이하며 전혀 다른 차원의 문명으로 접어들고 있다. 피터 디아만디스와 스티븐 코틀러의 <초풍요의 시대 AI와 인류의 미래>는 바로 이 상상하기 힘든 문명적 대전환의 길목에서 우리가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희망을 품어야 하는지 나지막이, 그러나 강력하게 일깨워주는 책이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명확하다. 인공지능과 첨단 기술의 기하급수적 발전이 결핍의 시대를 끝내고, 인류 모두가 물질적·지적 풍요를 누리는 ‘초풍요의 시대’를 열어줄 것이라는 점이다. 젊은 시절 우리가 겪었던 기술 혁신이 생산성을 조금씩 올리는 ‘선형적 발전’이었다면, 저자들이 말하는 현대의 AI 기술 발전은 눈을 한번 감았다 뜨면 세상이 바뀌어 있는 ‘기하급수적 발전’이다. 에너지, 의료, 교육, 식량 등 인간 삶의 필수 요소들이 AI와 결합하면서 생산 단가는 Zero에 가깝게 떨어지고, 과거에는 부유층만 누릴 수 있었던 특권이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 보편적 기본재로 제공되는 날이 머지 않았음을 책은 구체적인 데이터와 함께 증명해 나간다.

70대의 노년층 입장에서 이 책이 특히 가슴 깊이 와 닿았던 부분은 단연 의료와 수명 연장에 관한 대목이다. 나이가 들수록 몸의 곳곳에 고장이 나고, 병원 문턱을 드나드는 일이 일상이 되며, 자연스레 ‘늙어감’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마음 한구석을 채우게 된다. 하지만 저자들은 AI 기반의 정밀 의료와 바이오 기술의 결합이 단순한 수명 연장을 넘어 ‘건강 수명’의 극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 예견한다. 질병을 사전에 예측하고 personal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AI 의료 체계는 늙음이라는 신체적 제약을 넘어, 노년기에도 삶의 활력과 dignity를 유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을 넘어, 삶의 질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안도감과 기대를 품게 만든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희망찬 낙관론 속에서도 마음 한켠에 묵직한 질문 하나가 떠올랐다. “기술이 선사하는 이 초풍요 속에서 인간의 가치와 존재 의미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이다. 평생을 살아오며 느낀 바는, 인간의 행복이 단순히 물건이 풍족하거나 편안하다고 해서 저절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AI가 노동을 대체하고 지식의 생산을 전담하는 세상에서, 자칫 인간은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잃고 방황할 위험도 안고 있다. 특히 기술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외로움과 소외감을 느끼는 노년층에게 기술의 풍요가 과연 온전히 도달할 수 있을지, 아날로그의 가치를 간직한 세대로서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이 책이 전하는 진정한 가치는 기술 그 자체에 대한 찬양이 아니라, 기술을 통해 인류가 도달해야 할 ‘지혜의 시대’에 대한 제언이다. 저자들 역시 기술은 도구일 뿐이며, 그 도구를 통해 풍요를 어떻게 분배하고 인류 전체의 삶의 질을 높일 것인가는 인간의 결단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세상을 오랫동안 살아온 노년의 지혜가 필요한 지점이 바로 여기다. 빠른 변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인간성에 대한 신뢰, 공동체적 연대, 그리고 타인에 대한 공감과 배려는 아무리 뛰어난 AI라 할지라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초풍요의 시대 AI와 인류의 미래>는 자라나는 후손들이 살아갈 세상에 대한 커다란 안도감을 안겨주는 동시에, 남은 생 동안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시대를 바라보아야 할지 밝은 등불을 비춰준 책이다. 암울한 미래 전망과 디스토피아적 경고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저자들이 제시하는 따뜻하고 당당한 낙관론은 비단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노년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가슴 뛰는 희망을 선사한다. 다가올 미래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온 인류가 함께 누려야 할 축복의 장이다. 지나온 삶의 궤적을 되돌아보며, 앞으로 펼쳐질 초풍요의 시대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꺼이 맞이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