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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님의 서재
  • 자도 자도 피곤한 당신을 위한 수면 처방
  • 이준용
  • 18,000원 (10%1,000)
  • 2026-08-03
  • : 44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가 들면 세상만사에 무뎌진다고 하지만, 몸의 변화만큼은 매일 아침 살갗으로 투명하게 다가온다. 그중에서도 가장 혹독하고 소리 없는 변화는 바로 ‘잠’이다. 젊은 날에는 머리만 대면 깊은 잠에 빠져들었고, 밤을 새워 일해도 하룻밤 푹 자고 나면 씻은 듯이 개운했다. 그러나 일흔의 고개를 넘어선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초저녁부터 눈꺼풀이 무거워 자리에 누웠다가도 한밤중에 서너 번씩 깨기 일쑤고, 정작 새벽에는 눈이 번쩍 뜨여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며 날이 밝기를 기다린다. 낮 동안에는 안개 낀 것처럼 머리가 무겁고 늘 피곤함이 어깨를 누른다.

 

이준용의 <자도 자도 피곤한 당신을 위한 수면 처방>은 이처럼 밤마다 잠과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는 노년의 나에게 단순한 의학 지식을 넘어, 내 몸과 삶의 균형을 다시 들여다보게 하는 거울 같은 책이었다.

 

흔히 나이가 들면 잠이 없어지는 것이 당연한 노화의 과정이라고 치부해 버린다. 나 역시 “나이 먹으면 원래 그래”라는 주변의 말에 위안을 삼으며, 조각잠으로 채워지는 일상을 묵묵히 견뎌왔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이러한 고정관념에 단호하게 경종을 울린다. 자도 자도 피곤한 현상은 단순히 세월의 탓이 아니라, 우리 몸이 보내는 적색신호이자 수면의 ‘질’이 붕괴했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저자는 깊은 잠을 자지 못하는 원인을 호르몬의 변화, 생체 리듬의 붕괴, 그리고 일상 속 사소한 나쁜 습관들에서 명쾌하게 찾아내어 설명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동안 내가 당연하게 여겼던 밤의 시간들이 사실은 얼마나 불완전하고 위태로웠는지를 뼈아프게 실감하게 된다.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노년기 수면의 특성을 다룬 대목이다.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들면서 수면 주기가 앞으로 당겨지고 깊은 잠(서파 수면)의 비율이 급격히 감소한다는 의학적 사실은, 왜 내가 그토록 밤눈이 밝아지고 자주 깨어났는지를 명확히 이해하게 해주었다. 저자는 단순히 “몇 시간을 자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낮 동안 햇볕을 충분히 쬐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며, 잠자리를 오직 잠을 위한 성소로 만드는 등 일상에서 바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수면 위생’을 처방전으로 제시한다. 이 실용적인 조언들은 거창한 치료법보다 훨씬 따뜻하고 든든하게 다가온다.

 

“수면은 단순히 하루의 끝이 아니라, 다음 날을 살아가기 위한 가장 적극적인 생명 활동이다.” 책 속의 이 한 문장은 내 잠에 대한 태도를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그동안 나는 잠을 그저 하루의 의무를 마치고 남은 자투리 시간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잘 자는 것이야말로 내 삶의 존엄을 지키고, 매일 아침 맑은 정신으로 서재에 앉아 글을 쓰고, 아내와 함께 평온한 일상을 가꾸어 나가는 힘의 원천임을 깨달았다.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은 결국 내 몸의 리듬을 존중하고, 밤의 안식을 온전히 대접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나이가 들수록 몸의 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억지로 잠을 청하려 애쓰기보다는 몸이 스스로 편안해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 책은 단순히 불면증에 시달리는 이들을 위한 실용서를 넘어, 삶의 속도를 늦추고 스스로의 몸을 보살피는 ‘돌봄의 인문학’으로 읽힌다. 황혼의 길목에서 되찾아야 할 것은 비단 삶의 여유뿐만이 아니다. 밤마다 찾아오는 침묵의 시간 동안 내 몸이 온전히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일, 그것이 바로 남은 생을 품위 있게 살아가는 첫걸음이다. 자도 자도 피곤한 무기력함에 갇혀 세월 탓만 하고 있는 이 시대의 모든 노년들에게, 그리고 부모의 거칠어진 수면 결을 걱정하는 자식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오늘 밤은 책이 일러준 대로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불을 끄고, 내 몸이 원하는 자연스러운 밤의 품으로 깊숙이 안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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