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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님의 서재
  • 예제가 가득한 코파일럿 길라잡이
  • 이승우
  • 15,120원 (10%840)
  • 2026-07-30
  • : 4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70대라는 나이는 대개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기라고들 말한다. 손에 익은 오랜 습관들이 편안하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의 문물에는 자연스레 뒤처지기 마련이다. 스마트폰의 간단한 애플리케이션 하나를 업데이트하는 일도 때로는 커다란 숙제처럼 다가오는 나이다. 그런 와중에 세상은 온통 ‘생성형 AI’니 ‘코파일럿(Copilot)’이니 하는 낯선 단어들로 들끓고 있다. 이승우의 <예제가 가득한 코파일럿 길라잡이>를 펼쳐 든 것은, 변화하는 시대를 향한 거창한 도전 정신이라기보다는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 대한 노년의 소박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처음 책을 마주했을 때는 컴퓨터 전공자나 젊은 직장인들의 전유물이 아닐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앞섰다. 그러나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그 두려움은 이내 엷어졌다. 저자는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기술을 복잡한 수식이나 난해한 IT 용어로 포장하지 않는다. 대신, 마치 곁에서 친절한 손자가 할아버지의 눈높이에 맞춰 하나하나 마우스를 클릭해 가며 설명해 주듯 다정하고 명쾌한 어조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제목 그대로 ‘제가 가득하다’는 점에 있다. 이론적인 설명은 과감하게 덜어내고, 실제로 일상과 업무에서 코파일럿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눈으로 보여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워드나 엑셀, 파워포인트 같은 우리에게도 비교적 익숙한 프로그램 안에서 코파일럿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시각적인 예시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한다.

 

특히 70대의 시선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부분은, 코파일럿을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내 생각을 확장해 주는 ‘비서’이자 ‘동반자’로 바라보는 관점이었다. 젊은이들처럼 빠른 속도로 타이핑을 하지 못해도, 컴퓨터 언어를 잘 몰라도, 그저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평이한 말(자연어)로 질문하고 명령하면 인공지능이 이를 알아듣고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은 대단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노년의 삶이란 결국 표현의 제약과 싸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머릿속에는 수십 년간 쌓아온 삶의 지혜와 수많은 이야기가 고여 있지만, 그것을 정제된 글이나 세련된 시각 자료로 표현해 내기란 쉽지 않다. 체력적인 한계도 따르고, 젊은 날의 기민함도 빛바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이 제시하는 코파일럿의 활용법을 보며, 어쩌면 이 기술이 노년의 지혜를 세상과 연결해 주는 훌륭한 다리가 될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

 

예를 들어, 평생을 살아오며 느낀 소회나 사회를 향한 쓴소리를 한 편의 글로 정리하고 싶을 때, 코파일럿에게 “내가 구상한 이러저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신문 칼럼 형식의 글을 초안으로 작성해 달라”고 요청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았다. 혹은 지역 사회나 마을 공동체에서 주민들의 뜻을 모아 공공기관에 제출할 건의서를 작성할 때, 딱딱하고 복잡한 행정 서식을 코파일럿의 도움을 받아 손쉽게 완성하는 모습을 그려보기도 했다. 이것은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문제가 아니라, 노년의 주체성과 사회적 역할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강력한 도구를 얻는 일과 다름없다.

 

물론 70대의 투박한 손으로 책에 나온 예제들을 하나씩 따라 하기란 여전히 만만치 않은 과정일 것이다. 화면의 어디를 눌러야 하는지 헤맬 수도 있고, 인공지능이 엉뚱한 대답을 내놓아 당황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는 독자가 지치지 않도록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갈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한다. 급하게 서두를 필요 없이, 하루에 한 가지 예제씩만 간식 먹듯 들여다보아도 충분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을 덮으며 깨달은 것은, 인공지능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화려한 컴퓨터 기술이 아니라 ‘무엇을 묻고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가’에 대한 인간 본연의 사유 능력이라는 점이다. 질문이 깊어야 인공지능도 깊은 답을 낸다. 그런 면에서 인생의 깊은 우물을 파 내려온 노년층이야말로, 이 도구를 가장 품격 있게 사용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이들일지도 모른다.

 

<예제가 가득한 코파일럿 길라잡이>는 단순히 ‘기계 사용법’을 알려주는 기술 서적을 넘어,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소외되지 않고 당당하게 걸어가고자 하는 노년에게 따뜻한 용기를 주는 안내서다. 새로운 세상을 향해 돋보기안경을 고쳐 쓰고 마우스를 쥐어볼 용기를 주는, 참으로 고마운 길라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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