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세상을 보는 눈이 깊어진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가 아는 세상 속에 갇히기 쉬워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70대에 접어들며 시간적 여유는 늘었으나, 때로는 ‘이 나이에 더 배워서 무엇 하나’ 하는 무력감이 불쑥 찾아오곤 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책을 읽어왔지만, 그것이 과면 내 남은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들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늘 의문이 남았다. 그러던 중 접한 김미경의 <트라이앵글 독서법>은 단순히 ‘책을 많이 읽어라’는 뻔한 권유를 넘어, 내 노년의 독서 생활을 완전히 뒤흔드는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저자는 책을 읽는 행위 자체에 머무르지 말고, 그것을 자신의 삶과 연결해 ‘쓸모 있는 지식’으로 재창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핵심 전략이 바로 ‘트라이앵글 독서법’이다. 이는 하나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세 권의 책을 삼각형의 꼭짓점처럼 연결하여 입체적으로 읽는 방식을 말한다. 기본 개념을 잡아주는 책, 확장된 시야를 주는 책, 그리고 실천적 대안을 제시하는 책을 엮어 읽을 때 비로소 지식은 파편이 아닌 하나의 단단한 체계가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공감했던 부분은 ‘나이 듦’에 대한 저자의 태도와 독서를 연결하는 지점이었다. 흔히 은퇴를 하고 나면 사회적 역할이 줄어들면서 배움의 끈을 놓기 쉽다. 그러나 저자는 100세 시대에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노년의 독서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젊은 세대와의 소통이 단절되고, 급변하는 디지털 세상에서 소외감을 느낀다면 그것은 우리가 책을 통해 세상의 변화를 읽어내지 못했기 때문일지 모른다.

나 역시 이 책에서 제안한 방식을 적용해 보았다. 최근 관심이 생겼던 현대 사회의 소외 문제와 공동체 윤리에 대해 세 권의 책을 골라 삼각형을 그려보았다. 중심이 되는 사회학 서적을 읽고, 이어 그것을 구체적인 삶의 이야기로 풀어낸 에세이를 읽은 뒤, 마지막으로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공동체 관리와 법적 권리 구제에 관한 실용서를 읽었다. 신기하게도 평소라면 따로 놀았을 지식들이 서로 연결되며, 내가 살아가는 지역 사회와 이웃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도울 수 있을지에 대한 명확한 지도가 그려지는 경험을 했다.

<트라이앵글 독서법>이 주는 진짜 미덕은 독서를 ‘공부’가 아닌 ‘삶의 확장’으로 정의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을 글로 쓰고, 말로 나누며, 삶에서 실천할 때 비로소 그 책이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된다고 말한다. 70대의 독서는 단순한 시간 때우기나 과거를 추억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지나온 삶의 지혜와 새로운 지식을 융합하여, 여전히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칼날을 벼리는 과정이어야 한다.

책을 덮으며 생각한다. 늙음은 배움의 멈춤이 아니라, 가장 성숙한 배움의 시작이다. 김미경이 제시한 입체적 독서법은 내 남은 생의 서재를 완전히 바꾸어 놓을 것 같다. 이제 내 책상 위에는 한 권의 책이 외롭게 놓여있는 대신, 서로의 어깨를 건 단단한 지식의 삼각형들이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지적 호기심을 잃지 않고 세상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품위 있고 활력 넘치는 노년을 살아가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책 속에 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책과 책을 잇는 나의 시선 속에 진짜 삶의 길이 있음을 이 책은 증명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