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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님의 서재
  • 혼자해도 실력이 팍팍 느는 릴리의 어반스케치 고급+응용
  • 릴리의 아뜰리에(김민아)
  • 19,800원 (10%1,100)
  • 2026-05-30
  • : 65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 일흔을 넘기고 보니, 세상의 모든 ‘다음 단계’는 늘 주저함을 동반한다. 젊은 시절처럼 몸이나 감각이 기민하게 따라주지 않으니, 무언가를 새로 배우거나 깊이를 더하는 일 앞에서 “이 나이에 굳이?”라는 생각이 불쑥 고개를 들기 때문이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삐뚤빼뚤하게나마 펜을 쥐고 선을 그으며 기초 과정을 마쳤을 때의 성취감도 잠시, “왜 내 그림은 이토록 딱딱하고 어설플까” 하는 막막함이 찾아온다.

 

이 책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후,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미술 교육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릴리의 아뜰리에(김민아)가 주저함과 막막함 사이에서 길을 잃은 시니어들에게 드로잉 기초 과정을 마친 후 드로잉 실력을 한단계 높여줄 수 있는 명쾌한 나침반이 되어주는 책이다.

 

이 책은 단순히 ‘그림을 더 잘 그리는 기술’만을 나열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복잡한 풍경을 더 감각적으로 담을 수 있을까?”라는 독자들의 현실적인 고민에 아주 명쾌하고 차분한 어조로 답을 건넨다. 인생의 황혼기에 마주하는 풍경은 젊은 날의 그것과 결이 다르다. 매일 보던 골목길, 여행지에서 만난 고즈넉한 나무 한 그루도 세월의 눈으로 보면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있다. 저자는 전작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풍성한 예제들을 통해, 우리가 마주한 그 귀한 풍경들을 어떻게 하면 더 완성도 높게, 그리고 경직되지 않게 화면에 옮길 수 있는지 세심하게 일러준다.

 

책이 제시하는 고급 펜 드로잉 스킬은 70대의 손끝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 나이가 들면 손이 떨리거나 선이 매끄럽지 못해 낙담하기 쉬운데, 저자는 오히려 그 2% 부족해 보이는 틈을 메울 수 있는 노하우를 아낌없이 풀어놓는다. 게다가 수채화, 마카, 플러스펜 등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도구들을 활용한 채색법은 그림에 깊이를 더하는 훌륭한 길잡이가 된다. 특히 물감을 번지게 하거나 마카로 툭툭 무심한 듯 색을 입히는 과정은, 마치 삶의 해묵은 감정들을 하얀 종이 위에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듯한 해방감마저 선사한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풍경을 보고 그대로 그리는 방법”에 머물지 않고, “자신만의 시선과 감정으로 새로운 풍경을 그리는 방법”을 일깨워준다는 점이다. 70년이라는 긴 시간을 살아오며 축적된 우리 안의 시선과 감정은 그 자체로 거대한 예술의 밑천이다. 눈앞의 사물을 똑같이 복사해 내는 기술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풍경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을 어떻게 담아내느냐다. 저자는 독자가 스스로의 그림 스타일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독려하는데, 이는 나이 듦이 쇠퇴가 아니라 ‘나다움’을 완성해 가는 성숙의 과정임을 아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붓과 펜을 들고 야외로 나가 세상을 담는 어반스케치는 어쩌면 노년의 삶을 가장 풍요롭게 만드는 취미일지 모른다. 이 책은 기초를 넘어 나만의 예술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기에 충분하다. 딱딱하게 굳은 손과 마음을 풀고, 내 안의 풍경을 온전히 그려보고 싶은 모든 시니어 드로어들에게 이 명쾌한 안내서를 기쁜 마음으로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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