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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님의 서재
  • 종로미각
  • 강설금 외
  • 19,800원 (10%1,100)
  • 2025-08-20
  • : 935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추석 전에 9명의 가족이 베트남 푸꾸옥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K 콘텐츠 열풍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요즘 베트남 푸꾸옥 맛집에서도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종류도 한두 가지에 국한되지 않는다. 비빔밥은 물론 김밥, 만두, 김, 라면 등을 비롯해 한국의 다양한 음식에 대한 관심이 대단했다. 원래 다른 나라의 음식 대부분은 해당 국가에 여행을 갔을 때 먹는 정도에 그친다. 그런데 한식은 이 한계에서 벗어나, 세계인들의 일상에 자리하게 됐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K푸드’의 원형을 보여주는 공간은 종로라고 할 수 있다. 종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맛집 1번지다. 조선 시대부터 정치·경제의 중심지였던 종로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를 거치면서 한국의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인문학자 정유선 외 13명이 과거부터 지금까지 대한민국 맛집 1번지라 할 수 있는 종로 부근에서 오래 사랑받아온 K-푸드의 역사를 돌아보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음식을 선별해 심층적으로 살펴보는 한편 옛 서울의 문화와 생활사까지 함께 담았다.

 

이 책은 식사류, 고기류, 안주류, 간식류, 주류 등 다섯 편으로 나누어 구성되어 있다. 나는 순서 관계없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부터 읽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웬걸, 헛일이었다. 첫 장부터 눈이 가서 한동안 헤어 나오질 못했다. 설렁탕, 선지해장국, 삼계탕 그리고 닭한마리칼국수까지 이어지니 어찌 건너뛰겠는가. 내가 별로 선호하지 않는 돈가스까지 밑줄을 쳐가며 맛있게 읽기 시작했다. 없던 시장기가 계속 생겨났다.

 

이 책에는 내가 좋아하는 설렁탕을 소개한다. 설렁탕은 서민 대중의 대표적 음식으로 소의 고기 부위만 넣어 끓인 투명한 곰탕과 달리 소의 윗다리뼈(사골)가 중심이 돼서 뽀얀 국물이 특징이다. 설렁탕의 유래는 조선시대 선농제(先農祭)다. 풍년을 기원하는 선농제를 마치고 임금이 시범적으로 농사를 짓던 친경지(親耕地)에서 난 쌀과 기장으로 밥을 짓고, 밭을 갈던 소를 잡아서 국을 끓여 내놓은 것이 ‘선농탕’이었다. 몽골에서 고기를 맹물에 넣고 푹 끓여 먹는 ‘슐렝’에서 유래해 ‘술렁탕’을 거쳐 ‘설렁탕’이 됐다는 설도 있고, 국물이 하얗고 진하다고 설농탕(雪濃湯)이라 했다는 얘기도 있다.

 

선지해장국은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음식으로 일본은 군수 물자 조달 차원에서 한우를 대규모로 수탈했는데, 1910년 연 2만3000마리 수준에서 40년대 초반에는 연 10만 마리까지 늘었다. 일본인들이 소의 살코기만 먹은 탓에 나머지 부산물이 다량으로 발생하자 이를 활용한 음식점이 하나둘 생겨났다. 이 과정에서 애초 조선 시대 백정 등 천민의 식재료였던 선지가 가미된 선지해장국이 등장했다. 또한 일본인 거주지였던 명동과 충무로와 달리 종로 일대에는 하층민들이 주로 살았다. 종로의 선지해장국은 나무 시장에 드나들던 나무꾼들과 통금이 있던 시절 ‘고고장’에 출퇴근하는 청춘들과 함께 대중의 음식이 되었다.

 

이 책은 ‘뉴트로’를 찾는 MZ 세대는 물론 종로의 향수를 찾는 기성세대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내가 학교에 다닐 때와는 외형이 많이 변하긴 했지만, 종로는 여전히 북적북적하다. 음식만큼이나 맛깔스런 글들이 꽤 있는 이 책을 누구나 한 번은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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