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991년 소련이 해체된 뒤 미국이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단극질서 체제를 유지했었다. 그러다가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끝없는 전쟁의 수렁에 빠지고 2008년 금융위기로 세력이 위축된 사이에 중국이 성장하고 러시아가 재기하면서 신냉전이 격화되고, 다극화가 이뤄지면서 미국 주도의 일극 체제는 끝났다. 마오쩌둥이 사망하고 문화혁명이 끝난 1976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1.6%,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65.7달러에 불과했는데, 1978년 덩샤오핑의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시작하면서 중국은 빠르게 성장했다.
이 책은 네덜란드 출신으로 2006년부터 홍콩 대학교 인문학 석좌 교수로 재직 중이며, 중국 현대사 전문가인 프랑크 디쾨터가 최근 40년간 초고속 성장을 거듭한 중국 사회가 과연 질적으로도 변화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저자는 중국 각지의 기록 보관소를 돌며 확보한 문서와 미발표된 회고록, 주요 인사의 비밀 일기에 이르는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중화 인민 공화국이 어떻게 초강대국으로 도약하게 되었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한다. 중국은 개혁개방 정책을 통해 열린사회로 변모하고 민주 진영에 합류하기보다는 공산당의 장악력을 공고히 한 가운데 계획 경제를 유지하고 정교한 감시 체계를 구축하려고 했다고 전한다.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미국이 주도했지만 그 결과는 미국 산업 공동화와 지식재산 침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중국의 제조업 비중은 전 세계의 28%에 달하지만 소비 비중은 12%에 불과해 여전히 미국 시장에 의존하는 ‘왜곡된 수출경제’라는 지적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것이 결과적으로 기존의 시스템을 유지하려는 시도의 하나였다고 풀이한다. 결국 WTO 가입 이후에도 중국의 경제 구조 자체는 거의 바뀌지 않았고 중국 정부가 일반 국민의 예금과 연안 지역 수출 기업들이 번 외화로 국영 기업을 먹여 살린 것과 다름이 없다.
이 책에서 저자는 “덩샤오핑은 사회주의자의 손에 들린 자본주의 도구가 안전할 거라고 주장했지만 개혁에 대한 그의 비전에는 한 가지 모순이 존재했고, 그가 기본적인 경제 법칙조차 모르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고 하면서 “권력 분립에 기반한 정치 체제에서 중앙은행은 이른바 이자율과 예대율이라는 그들이 동원할 수 있는 주요한 금융 도구를 보유하고 있었다면 사회주의 체제하의 은행들은 국가에 예속되어 있었다.”(p.269)고 주장했다.
저자는 중국이 개혁개방을 거치면서 문화대혁명 때와 비교하면 개방됐으나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는 그렇지 않다고 하면서 중국이 40여년에 걸쳐 이룬 것은 오히려 자국을 세계 다른 나라로부터 격리할 수 있는 명확하게 단절된 체계라고 규정한다.
이 책에서는 근래에 중국 정부는 외신 기자들의 활동에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는 일이 빈번해졌으며, 2015년 무렵부터 시작된 외신 기자 강제 출국은 점차 증가해 2020년에는 17명이 추방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전한다. 인터넷 검열은 더욱 강화돼 구글, 페이스북, 드롭박스, 트위터, 유튜브, 레딧, 스포티파이와 같은 앱이나 BBC,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로이터, CNN과 같은 서구 뉴스 미디어의 접속이 차단됐으며, 2019년 홍콩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겪은 이듬해 중국 정부가 제정한 홍콩 국가보안법은 최근 시행 5년을 넘겼다고 했다.
책은 성장의 이면에 감춰진 억압적 시스템이 언제까지 작동할지는 불투명하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중국의 사회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으며 특히 도시와 농촌의 노동인구는 중국의 국내시장과 공산주의 국가 그리고 세계경제라는 삼면의 공격 앞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되어 있다고 진단한다. 만약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아직은 산발적으로밖에 표출되지 않는 이들의 불만이 노동계급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중국공산당을 언젠가는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