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구구팔팔일이삼사’라는 노래가 있다. ‘구십구 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하루 이틀 삼일만 아프다 가자’라는 의미를 간결하게 표현한 노래다. 누구나 건강하고 젊음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늙고 병든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우리의 신체는 시간에 따라 노화된다.
나는 평생 한 직장에서 바쁘게 일만하다 은퇴를 하면 아내와 함께 여행도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야겠다고 결심했건만 그렇게 건강했던 내가 하루아침에 운명이 갈리는 듯 ‘신장암’판정을 받고, 수술을 받고, 계속 항암치료를 받다가 보니 몸은 하루가 다르게 기력이 없어지고 늙어만 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늙어 간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서 이 책 <나로 늙어 간다는 것>을 읽는다.
이 책은 1970년부터 방송 작가와 진행자로 활동하면서 드라마 각본과 여러 편의 영화 시나리오를 썼다. 1983년부터 1999년까지 잡지 <브리기테>에 고정 칼럼을 연재했고, 오랫동안 스위스 방송SRF의 문학 프로그램과 독일 ZDF의 책 소개 방송을 진행하며 문학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데 커다란 역할을 담당했으며, 80세가 넘은 지금도 출판평론가이자 작가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엘케 하이덴라이히 작가가 ‘나이 듦’이라는 주제를 지적이면서도 유쾌하게, 때로는 신랄하게 풀어내며 낯선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인생의 다음 장을 가꿔나가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누구에게나 약속된 숙명처럼 다가오는 ‘늙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나이 들어서도 나만의 방식대로 충만한 삶을 사는 게 가능할까? 이 책에서 저자는 “이 모든 일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이 있다. 인생은 실수의 연속이며 그 모든 실수가 끝나면 인생도 끝난다는 것이다. 실수 뒤에도 삶은 계속되고 언제나 다른 길과 출구가 있다. 그러니 때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배웠다.”(p.43)고 말한다.
저자는 이제 허리도 아프고 눈도 더 나빠지고 치아도 흔들리기 때문에 더 이상 무얼 더 기대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나는 우리의 의식, 우리의 생각이 노화 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확신한다.”고 말한다. 의식은 늙지 않고, 몸만 늙을 뿐. 정신적으로 생동감을 유지하면 몸이 늙어가는 것에도 잘 대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저자 특유의 신선한 시선과 문학적 감수성으로 노년에 대한 진부한 상징들을 걷어내고 ‘자기답게 늙어가는 삶’이란 무엇인지 말한다. 나이 듦과 함께 찾아오는 상실, 고독, 불안의 감정을 솔직하게 마주하면서도 ‘나답게’ 늙어갈 수 있는 법을 유쾌하고 지적으로 탐색한다.
세네카는 “노년은 치료할 수 없는 병(불치병)”이라며 “늙음과 행복을 동시에 지닌 경우는 드물다.”라고 했다. 하지만 저자는 “행복은 탁자와 의자를 껑충껑충 뛰어넘어 다니는 것이 아니라 만족하고 명랑한 것이다. 오늘날 노년이 곧 질병을 의미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나는 오히려 쇼펜하우어의 말에 공감한다. “그냥 곱게 늙어가기만 하면 된다. 거기선 문제될 것이 없으니!”(p.78)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이 책은 노화 예찬을 늘어놓지 않는다. 오히려 나이 들며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이며, 잃게 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진솔하게 서술하며, 나이가 들수록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이 여유로워지고 불필요한 것들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감사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매일의 일상에서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행복감을 높일 수 있다.
이 책은 불확실하고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도 삶의 중심을 단단히 지키는 어른으로 살아가고 싶은 이들에게 ‘늙어 간다는 것’에 대해 명쾌하고 다정한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