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를 두 개 가진 사람으로서, '신이 아닌 인본주의를 말하다'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자연스럽게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종교학과 신학을 공부한 저자가 인본주의를 어떻게 정의하고 풀어낼지 궁금했다.
통계적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무종교인이 절반 이상으로, 종교 없는 사람이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이다. 이에 반해 미국은 17세기 초 영국의 청교도 이주로 시작된 나라답게 전통적으로 종교성이 강하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성경 위에 손을 얹고 선서하며, 미국 지폐에는 "In God We Trust"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또한 미국의 많은 유권자들이 정치인의 종교 유무를 신뢰의 기준으로 삼을 만큼 종교가 사회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 내 여러 통계를 보면 무종교인(비신자, religious "nones")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청년층을 중심으로 30%에 육박한다고 한다. 이 흐름은 단순한 종교의 쇠퇴가 아니라 전통적 종교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삶의 방식이나 의미 추구가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를 인본주의라는 틀로 접근하고 있다.
이 책의 핵심은 비종교인 역시 '우리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라는 질문에 대해 긍정적이고 영감을 주는 답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종종 무엇을 믿지 않는지는 알고 있지만, 무엇을 믿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저자는 이 문제의 핵심을 '무지'라고 보며, 인본주의자로서 비종교인들은 인생의 모든 중요한 질문들에 대해 의미 있는 답을 찾고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나는 무엇을 믿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온전히 공감하지는 못했지만, 그 질문의 출발점에 함께 서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