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향기 가득 머금은 까미야 하미야! 꽃송이, 문수산, 소쩍새, 고니, 부뚜막, 가마솥...
이어지는 따가운 낮 더위 속에 머리 위 땀을 식혀줄 한 줄기 시원한 바람 같은 이야기 속에 푹 빠져본다. 이기울이라는 터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누구나 일어날 법은 일들을 자연과 함께 더불어 맛볼 수 있다니 정말 꿈같은 마음이다. 때로는 부럽기도하고 때로는 그 자연속에 함께 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얼마 전 예능프로그램에서 맛있는 음식을 가득 차려 집 옥상에 올라가서 키우는 애완견과 함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킹새우와 고기를 구워서 먹는 남자 연예인을 보았다. 그 연예인은 본인이 정말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행복의 기준은 내가 정하는 것인데 신상숙 작가는 행복을 이렇게 소소하며 일상에서 전해주는 작은 일들로 나지막히 속삭여주는 듯하다.
겨울의 긴 터널을 벗어나 기쁨으로 돋아날 것들을 기대하며 매일 떠오르는 해와 매일 지는 노을에 반하는 것들로 하루하루를 채워난간다.
이름을 지어준다는 것은 그저 내 삶에 스쳐지나가는 모든 수많은 것들..아주 사소한 것들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일일 것이다. 까만 까미와 하얀 하미에게 이름을 지어주며 그 삶에 한 켠을 자리한 청계들은 이 책의 머리말을 장식 할 정도로 작가에겐 소중한 보물 같다. 지난 봄에 분양 받아온 병아리가 점점 커가는 것을 바라보고 밖에 나갔다가 들어오면 날개짓을 하며 반겨주는 까미와 하미를 보며 이젠 한 가족으로 작가의 마음에 자리잡는다. 추운 겨울 따뜻한 기쁨으로 자리잡은 까미와 하미는 꽁꽁 언 마음도 녹여줄 행복으로 다가온다.
특히 요즘엔 보기 드문 농사일이며 논 밭에서 모내기를 하고 곡식이 자라는 일련의 모든 일들이 하나하나 눈에 선한 듯 보이듯 묘사되어 있다. 마치 현대와 과거를 오가는 듯한 모습들이 타임머신을 탄 듯한 느낌을 준다.
작가에게 까미와 하미는 닭이요 학이요 바람이요 어미요 자식이라는 뒷표지의 문구가 기억에 남는다. 우리의 살아온 세월을 이야기하고 지금도 살아가고 있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친정엄마와 도란도란 한 챕터씩 간단한 이야기하며 옛날을 회상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엄마라면 이 책의이야기들을 옅은 미소를 지으며 들어주실 것 같다. 행복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시작되니까 하나씩 열어가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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