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구촌 뉴스를 보면 잘 나가던 정. 재계 인사들이 과거에 저지른 성범죄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세계적으로 번진 미투와 페미니즘 열풍으로 세상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권력을 이용해 여성을 도구화하는 세태 풍조는 이제 사라져야 할 악습이다.
<비바, 제인>은 20여 년 전 미국에서 일어난 성 추문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 현실과도 통한다. 미국의 평판 좋은 하원의원과 스무 살짜리 인턴과의 불륜 이야기다. 불륜의 후폭풍은 누구한테, 어떻게 튀는가?
아비바는 스페인 문학과 정치학 전공 대학생이다. 아비바는 마이애미 하원의원 에렌의 인턴으로 들어간다. 에렌의 정치적 입지와 호감 가는 외모에 아비바는 맹목적 사랑에 빠진다.
어느 날, 교통사고로 인해 둘 사이가 세상에 알려진다. 언론의 조명을 받는다. 텔레비전에 아내와 다정히 손잡고 나온 에렌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 부부는 잠시 불화 중이었고 스쳐간 바람이었다. 그 시기는 지나갔고, 아내는 용서했다고.' 어디서 많이 보던 장면이다.
이후 아비바는 롤리타 인턴, 르윈스키 따라쟁이 등으로 불리며 낙인찍힌다. 이 사건에 더욱 불을 지핀건 아비바가 익명으로 운영하던 블로그였다. 아비바는 <하원의원의 인턴생활 기록>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아비바 게이트가 터지자 사람들은 그가 누군지 알아본다.
블로그를 폐쇄하고 흔적을 지웠으나 어디선가 끊임없이 그 기록이 돌고 돈다. 2차 가해에 잊힐 권리마저 사라진다. 아비바의 어머니도 직장에서 권고사직당한다. 온갖 추문에 휩싸이던 중 9.11사태가 터지자 차츰 잊혀간다.
하원의원 에렌은 이 사건 후에도 승승장구하지만, 아비바는 여전히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된다. 아비비는 학부를 마치고 취업을 하려고 하나 가는 곳마다 거절당한다.
선진화된 미국인 정서에도 남녀 성별 차이는 여전히 존재하고, 여자의 품행을 문제 삼는 이중 잣대를 서슴없이 들이대는 것을 보여준다.
유부남 정치인과 여대생 인턴과의 불륜. 그런데 왜 남자에겐 너그럽고, 여성에게는 가혹하게 대할까? 이런 여성비하 심리는 뿌리 깊은 남성우월주의가 바탕에 깔려 있기에 나온다.
리베카 솔닛의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한다>라는 책에 보면, 남성 중심적 사고가 사회 저변에서 어떤 식으로 표출되는지 보여준다. 여성비하 발언, 가정폭력, 강간 문화와 살인으로 이어지는 피해자 대부분은 여자다. 이는 개별적인 문제임과 동시에 사회, 문화적 맥락이 복합적으로 드러나는 현상이다.
아비바는 결국 마이애미를 떠난다. 낯선 도시에 정착해 제인으로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삶을 시도한다. 아비바는 과거의 추문을 극복하고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섬에 있는 서점>으로 신선한 즐거움을 안겨줬던 개브리얼 제빈의 신작이다. 성차별을 보여준 시사성을 띤 소설이다. 간결하고 유머러스한 문체, 속도감 있는 전개를 보여준다. 소설의 결말은 독자 상상에 맡긴다. 비바 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