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영화배우이자 감독, 시나리오 작가인 톰 행크스의 단편소설집이다. 기대 이상이다. 작가로 불리기에 손색없을 만큼 글을 잘 쓴다. 그는 독자의 감성을 제대로 자극할 줄 안다.
타자기는 한때 대중적인 글쓰기 도구였으나, 이제는 아날로그 시대의 유물이 되었다. 톰 행크스는 열렬한 타자기 애호가다. 그는 글을 쓸 때 '타자기를 두드리는 손의 움직임과 감촉을 통해서도 즐거움을 맛본다'라고 말한다.
<타자기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톰 행크스가 틈틈이 타자기로 쓴 글을 모은 단편 열일곱 편이 실려있다. 각 단편 첫 장에 다양한 타자기 사진이 있다. 소설 속에서도 타자기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톰 행크스의 배우로서의 경험을 잘 살려낸 단편들과, 미국인의 다양한 삶을 그려냈다.
각자 살아온 환경과 취향이 다른 두 남녀가 만나서 갈등하다가, 서로에게 적응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석주 만에 나가떨어지다>
화목한 가정의 크리스마스 풍경으로 보이나, 반전이 숨어있는<1953년 크리스마스이브>.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 주인공은 포화 속 크리스마스를 떠올린다. 고통스러운 기억이다. 마치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전투 장면을 보는 것처럼 생생한 묘사가 압권이다.
신인 배우가 유명 배우와 영화를 촬영하고 스타덤에 오르게 되나 추락은 한순간. 인기란 거품 같은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 <파리에서의 마지막 홍보 여행>
열아홉 번째 생일에 아버지와 서핑을 하러 간 해변에서, 아버지의 불륜 장면을 목격한 <마르스 해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오늘 밤, 특별히 할 일이 있으신가요? 세 아이의 싱글맘은 이웃집 남자로부터 이 말을 듣고 경계를 한다. 남자는 그가 만든 천체망원경을 보여주고 싶다는 순수한 호의였다. 이어서 사소한 사건이 계기가 되어 편견을 버리고 호감을 갖기 시작한다. 편견은 본질을 가린다는 <그린 스트리트에서 보낸 한 달>
엄청난 부자 60대 남자가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그는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시간만은 예외다. 과거 속에서 오직 스물두 시간만 머물 수 있다. 그는 그곳에서 한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결국 현실로 돌아오는 시간을 넘기게 되고, 고통스러운 최후를 맞는다. 사랑은 죽음도 불사한다는 <과거는 중요하다>
달나라 여행. 미국으로 밀항한 불가리아 이민자. 볼링 천재. 성공에는 운이 따른다는 어느 배우의 이야기 등. 대부분 현실적인 이야기다. 스토리 전개가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다.
톰 행크스는<뉴요커> <뉴욕 타임스>등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그의 이력에 추가된 소설가라는 직함이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