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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키lee
  • 동조자 1
  • 비엣 타인 응우옌
  • 13,500원 (10%750)
  • 2018-06-11
  • : 460

베트남 역사를 알면 좀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베트남은 과거 오랜 기간 중국과 프랑스의 식민통치를 받았다. 이후, 프랑스는 호찌민이 이끄는 디엔비엔푸에서 참패 후 물러나고 새로운 패권국으로 미국이 등장했다.

 

제네바협정에서 베트남과 프랑스는 남북 총선거를 실시하여 통일정부를 수립하기로 합의했으나, 남베트남 거부로 총선이 무산되었다. 북베트남과 남베트남의 전쟁이 시작되었고, 공산주의 척결을 내세운 미국이 개입했다.


베트남전은 자유진영과 공산진영 대립이라는 명분이 있었지만, 순수한 이념전쟁은 아니었다. 미국이 주도한 냉전체제 이면에는 실리적인 군산복합체도 작용했다.


베트남계 미국인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이 쓴 소설 <동조자>는 2016년 퓰리처상을 비롯해 각종 문학상을 휩쓸었다. 베트남전을 소재로 하고 있으나, 전쟁의 참상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한 개인의 사상과 이념, 문명과 문화의 충돌 속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가진 이중스파이 이야기다.


소설은 자술서 형식이다. 나는 프랑스인 사제와 베트남인 하녀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사생아다. 나의 출생은 비밀에 가려진 채 혼혈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놀림의 대상이 된다.


당시 베트남은 남과 북으로 분단되어 전쟁 중이었다. 북베트남 출신인 나는 소년 시절에 미국 CIA 요원의 눈에 띄어 미국으로 건너간다. 미국에서 대학 졸업 후 특수훈련을 받고 CIA 비밀요원이 된다. 이후, 남베트남 장군의 부관으로 임명돼 방첩활동을 벌인다.


한편, 나는 공산주의자다. 북베트남 고정간첩이다. 장군의 부관으로 일을 하면서 무수한 정보를 북에 넘긴다. 남베트남은 미국의 원조에 의지했고, 부정부패가 극에 달했다. 남베트남이 패망하자 장군 휘하 참모들과 가족은 CIA가 제공한 수송기를 타고 괌을 거쳐 미국으로 망명한다.


장군은 조국을 되찾기 위해 비밀 군대를 조직해 혁명을 모색한다. 나는 특수요원으로 베트남에 잠입하던 중 체포되어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된다.


수용소에서 나는 정체성을 의심받는다. 교육을 너무 많이 받은 데다 미국물을 먹었다는 것이다. 나는 사상개조를 위해 1년 동안 독방에 갇혀 374쪽에 이르는 자술서를 쓴다. 이 소설의 주요 내용이다.


<동조자>는 소설인데도 마치 실화로 느껴질 만큼 촘촘하게 쓰여있다. 때론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그가 혼혈이라는 설정은 서구세력에 의해 희생된 베트남인의 비애이자, 정체성의 애매함을 말해준다.


그는 인간적이면서도 비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우정에 목숨을 거는가 하면, 적이자 동지인 북의 간첩을 잔인하게 고문하기도 한다. 스파이로 의심받자 자신의 안위를 위해 무고한 사람을 밀고하고 암살한다.


미국은 베트남전 패배자다. 소설 속에서 미국인의 시각으로 제작된 베트남전 영화는 미국 우월주의가 팽배하고, 베트남은 여전히 하찮은 약소민족으로 묘사한다. 파괴와 강간은 합리화된다. 잊힌 전쟁을 그들 방식으로 재현해 내고, 그들 방식으로 기억한다.


전쟁에서 선과 악을 구분 지을 수 있을까? 선과 악이란 국가나 개인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 선이 되기도 하고 악이 되기도 한다. 따지고 보면 선과 악은 하나인 셈이다. 우리에게 내재된 인간 본성의 본질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소설은 중립적이다. 그는 미국 제국주의를 비판하면서도 미국 문화를 즐긴다. 좌, 우익 양진영에 걸친 동조자지만, 확고한 신념이 없이 흔들린다. 그는 결국 좌익과 우익, 어느 쪽에도 완전히 동조되지 못한 어설픈 동조자였다.

 

'나는 내가 옳다고 믿는 것에 목숨을 걸 가치가 있는 걸까? 나는 올바른 선택을 했을까?'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그는 자신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한 장문의 자술서를 쓰고, 또 고쳐 쓰면서 어렴풋이 깨닫는다. 자유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지만, 역설적으로 아무것도 아닐 수 있음을. 혁명을 통해 자유를 꿈꿨지만, 혁명은 자유를 억압하는 또 다른 기폭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권력에 맞서 투쟁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권력을 잡으면 무엇을 하는가? 혁명가는 혁명이 승리를 거두면 무엇을 하는가? 독립과 자유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왜 다른 사람들의 독립과 자유를 빼앗는가?'

시대를 초월해 여전히 유효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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