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은 발효기 앞에 멈췄다. 병아리들의 최종 목적지였다. 발효기는농장에서 발생하는 가축의 분뇨를 처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시설로 높이 7m, 지름 1m 80cm 정도의 은색 원통이다. 내부에서는 회오리형 칼날이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는데 흙과 분뇨를 넣고 3개월 정도 발효시키면 토양에 직접 살포해도 되는 수준의 비료가 됐다. 먼저 흙과 분뇨장에서 퍼온 시꺼먼 닭똥을 채워 넣었다. 다음으로 자루를 풀고 병아리들을 쏟아부었다. 병아리들은 마대 자루만 한 동물의 사체인 양 커다랗게 덩어리진 채 떨어졌다. 여전히 살아 있는 병아리들이 있었지만 쏟아지는 동료들의 사체 속에 파묻혔다. 부화장에서부터 이어진 삐 약 소리는 우리가 한참을 걸려 모든 병아리들을 집어넣고 마침내 발효 기를 작동시킨 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웅 하는 소리와 함께 칼날이 천천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누런 병아 리 덩어리들이 똥과 뒤섞이는 동안에도 삐약 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삐약 소리는 농장장이 사무실로 돌아간 다음에도, 우리가 발효기 주변을 청소하고 떨어진 병아리들을 주워 모아 집어넣은 다음에도, 계사로돌아가는 동안에도, 근무가 끝나고 식당으로 내려갈 때도 계속 들려왔다. 빌어먹을 삐약 소리는 고장 난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마냥도무지 멈추지를 않았는데 믿을지 모르겠지만 다음 날 새벽 계사로 올라갈 때도 발효기 안에서 울리는 병아리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