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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책] [고화질세트] 안티레이디(완결/전8권)
  • 윤지운
  • 24,000원 (1,200)
  • 2014-08-21
  • : 273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시민인 나는 요즘 계속 부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돈을 많이 벌고 싶고, 많은 걸 누리고 싶고. 그런 게 요즘 내 꿈이다. 그래서 계속 부자가 되려고 머리를 굴렸다. 그러던 와중, 이 책이 길가다 만난 고양이처럼 나한테 다가왔다. 작은 일상 속 행복을 다시 보게 해주는 그런 책이었다.

 나는 윤지운 작가님 작품을 어릴 적부터 좋아했다. 중학교 시절부터 윤지운작가 작품을 10번도 넘게 빌려봐서, 결국 만화책을 샀고 지금도 두고두고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도 그렇게 산 만화 중 하나이다. 안티레이디의 주인공은 세 여자다. 세무사 사무실에서 일하는 이원이, 작가지망생 지유, 교사인 미연이. 그리고 이원이의 남자친구 김상헌. 이들의 소소한 일상과 그 속에서 느끼는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좋은 작품은 나이에 따라, 나의 심리에 따라 매번 다르게 다가온다. 이 작품은 꿈, 일상, 삶, 돈, 자존심 등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지만 이번에는 나에게 '소시민적 삶의 행복'으로 다가왔다.

 

작품 속 주인공 이원은 김상헌과 사귄다. 그러던 중, 대형 세무사 집안의 딸 효빈이 김상헌에게 다가가고, 이원은 그로 인해 불안함을 느낀다. 효빈은 이원에게 찾아가 '난 김상헌과 결혼하고 싶다'고 직접 이야기한다. 이유는 '남편이 필요한데 유능하고 야심이 없어서' 그 말에 이원을 화를 내며 어린 나이에 생각이 너무 건조한 게 아니냐고 묻는다. 그에 대한 효빈이의 대답이 충격적이었다.

 

'순간적으로 나 잘못 걸렸구나 싶지 않았어요? 좋아하니까 감당해줄 수 있는 부채는 어디까지인지 무의식적으로 재어보지 않았어요? 빚만 없으면 괜찮다 하면서 난 조건 같은 거 안 본다, 그렇게들 말하죠? '빚 없으면'은 조건 아닌가요? 빚 있는 사람은 사랑 받을 자격 없다 이건가? 그건 빚 있는 사람 탓이다, 그런 건가요?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 아닌가, 그런 생각 한다고해서 난 정이원 씨 비난 안해요. 그러니까 정이원 씨도 그렇게 퓨어하게 사랑만 갖고도 배부른 사람인 척 날 비난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는데.'

 

우리는 누구나 다 조건을 보는데, 주변에서 좀더 세속적으로 사는 누군가를 내가 욕할 자격이 있나 싶었다. 의사를 만나서 결혼할거다, 돈 많은 남자가 좋다, 그렇게 말하는 누군가를 난 비난할 자격이 있나 싶었다. 나도 사실 조건을 보는데. 그럴거면 차라리 그 사람들처럼 시원하게 대놓고 드러내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그런 혼란을 겪게 하는 문장이었다.

 

효빈은 상헌에게 다가가 나랑 사귀지 않겠냐고 묻지만 상헌을 그걸 거절한다. 상헌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난 그렇게 많은 걸 모으고 쌓으면서 살고 싶은 게 아니야. 물론 생기면 좋지, 오는 걸 굳이 밀어낼 필요는 없지. 하지만 그게, 지금 내가 만족하고 있는 내 생활에서 무언가를 포기해야 얻을 수 있는 거라면 미안하지만 그만큼의 매력은 없어. 네가 가진 현실적인 장점은.'

 

그는 자신이 가진 소시민적 행복을 소중히 여기고 그 삶에 만족하고 있었다. 소시민적 삶은 누군가에게 당해야 하고, 아파야 하는 삶이라 생각하던 요즘의 나를 툭 건든 문장이었다. 나는 지금의 삶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돈을 벌고 싶나, 나에게 물어보게 되었다.

 

'바람 잔뜩 들어간 솜사탕 같은 약속이라도 해줬다면 그걸 믿고 의연하고 당당할 수 있었을지도 있지 않느냐고 그런 원망이 없는 것은 안지만 그래도 결국 작고 단단한 신의 쪽이 좋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건 그런 이 사람을 좋아하는 내 업보겠지'

 

'다른 사람을 비난하면서도 뜨끔하며 날 뒤돌아봐야 하는 고작 그 정도인 나. 완벽한 약속은 장담할 자신이 없어 허풍조차 쳐주지 않는 이 사람. 그런 우리가 약속할 수 잇는 것은 고작 그런 정도다. 평범하게 소시민인 우리에게 딱 어울려서 좋다.'

 

여전히 혼란스럽다. 어떤 삶이 좋은 삶인지. 소시민적 삶인지, 아니면 돈이 많은 삶인지. 글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생각이 마무리되지 않아서 이 정도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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