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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축 소멸 사회
- 이관후
- 16,200원 (10%↓
900) - 2024-12-10
: 5,480
📑
#압축소멸사회
#이관후
#한겨레출판
💡
2025년의 첫 책
여러모로 뒤숭숭한 정세에 딱 맞는 책이었던 것 같다
정치를, 사회를, 국제정세 안에서 우리를,
어떻게 대하고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조망해야 하는지를
시국에 맞게ㅎㅎㅎㅎ 잘 배웠다
단단한 머리와 단단한 마음으로 앞으로를 지켜보고
내가 할 일을 찾는 데에 도움을 받은 것 같다
🔖
절대적 의미의 소멸이란 이 세상에 존재했던 무언가가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기억되지도 못한 채 완전한 무존재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설령 그 자취를 발견한다고 해도, 이전에 존재했던 그것의 의미를 전혀 알 길이 없어 발견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상태일 것입니다. 있던 것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애초에 없었던 것과 같은 상태인 셈입니다.
이런 소멸은 실로 무시무시하기도 하고, 고통스럽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합니다. 사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소멸할 것입니다. 인류도 마찬가지겠지요. 지구나 태양계, 그리고 이 우주까지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입니다. 다만 그 시간이 광대해, 잘해야 100년을 사는 인간에게는 느껴지지 않을 뿐입니다. 이처럼 소멸은 인간에게 대단히 분명한 것이면서 동시에 짐작하기 어려운 것이기도 합니다.
9~10p
둘째는 우리의 소멸이 실패에서 온 것이 아니라 성공에서 왔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압축 성장'에 성공했기 때문에 '압축 소멸'을 맞이한 것입니다. 우리는 전 세계 어떤 나라도 해내지 못한 극적인 성공을 거두었스빈다. 그것도 어느 한 분야가 아니라 문명적 근대화, 경제적 산업화, 정치적 민주화를 모두 이루었습니다. 우리는 성공했는데 지금의 위기는 그 성공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지여이든 산업이든 교육이든 집중과 선택을 통해 효율성을 높여서 성공했는데, 그 효율성의 극단에서 우리는 갑자기 소멸의 위기를 맞은 것이니다. 한국 사회가 근대 문명의 효율성을 누구보다 빨리 완성한 나머지 더 이상 공동체가 버티기 어려운 지점에 도달한 이 사건은, 인류 역사상으로도 매우 의미심장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4~15p
박명림 연세대 교수가 쓴 한 일간지의 기고문에는 그 소멸의 속도가 간명하게 표현되어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은 압축 성장에서 압축 소멸로 치닫고 있다. 벼략 발전에서 벼락 소멸로 나아가고 있다. (...) 우리는 소멸로 치닫는 이 나라를 과연 다시 살려낼 수 있을까?" (경향신문 2024년 6월 15일 자)
인간이 영원히 살 수 없는 것처럼 국가도 언제까지나 존재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국가가 소멸하는 이유는 전쟁, 기근, 경제 파탄, 자원 고갈, 기후 변화 등 다양합니다. 이 중 어떤 것은 그 나라의 구성원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막아 낼 수 있고, 또 어떤 것은 개별 국가가 감당하기 어려운 것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심각한 문제가 없는데도 다음 세대를 낳지 않아 스스로 소멸을 선택한 국가가 과연 역사에 있었던가요?
국가를 함부로 의인화하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국가를 마치 천황을 정점으로 하는 하나의 생명체처럼 세뇌시켰던 일본의 제국주의 국가유기체론은 생각만 해도 섬뜩합니다. 그러나 이런 전체주의적 발상을 차치하고라도 한 사회나 국가 공동체가 보여 주는 특성을 비유적으로 조명해 볼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지금의 대한민국을 굳이 사람에 비유해 본다면 세계 1위의 저출산율을 지속적으로 기록하고, 또 빠른 속도로 그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이 나라는 지금 자살을 결심한 것으로밖에 이해되지 않습니다.
40~41p
북러 정상 회담에서는 북러 혹은 북중러 합동 군사 훈련 가능성이 언급됐습니다. 실제 훈련 실시 가능성도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이에 대항하는 한미일 합동 군사 훈련이 동해상에서 동시에 전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 자위대와 이지스함이 독도 앞바다에 진출하는 상황이 현실이 되는 것입니다. 한국의 뉴라이트가 실로 고대해 마지않는 순간일 것입니다.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여섯 개의 군사 강대국이 모인 상황에서 북한 잠수함이 탄도 미사일 발사구를 열고, 한국과 일본의 이지스함이 이를 포착해 대함 미사일 발사 준비를 하고, 이를 다시 러시아의 수호이-35 전투기가 포착하고, 한미의 F-15, F-22 전투기가 수호이를 미 사일 '록 온(조준)'하는 상탵가 된다면... 이는 전쟁의 시작일 것입니다.
백승욱은 <연결된 위기>의 '한반도 핵 위기의 극단적 시나리오'라는 작은 항목에서 그 과정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남북한 사이 공중전 중심의 국지적 위기가 고조되고, 남북한 중간 지대가 분쟁 지역의 특징을 띠게 되며, 이 과정에서 북한의 전투기가 연이어 격추된다. 북한이 남한의 전투기 발진 기지인 남한의 공군 기지를 대상으로 제한적 전술핵을 발사한다. 동시에 북한은 미국이 공격하면 미국과 서울에 전략핵을 쏘겠다고 위협한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분명합니다. 한반도의 소멸입니다.
127p
※ 이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서평단 활동의 일원으로,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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