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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들에 대하여
- 임지은
- 15,300원 (10%↓
850) - 2024-11-28
: 8,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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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없이싫어하는것들에대하여
#임지은
#한겨레출판
🔖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나로선 미워하지도 미움받지도 않을 방법이 전무했기 때문에 차라리 그 안에서 뭐라도 찾아내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이다.
무언가 이유 없이 싫어지는 날이면 그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대체로 거기에 있는 건 내가 가진 진실이다. 내가 좋은 것의 집합이 아니라는 진실, 때로는 너무 중요한 것이 생김으로써 나쁜 마음이 만들어지기도 한다는 진실, 나쁜 마음은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만큼이나 자연스럽다는 진실, 그럼에도 사람은 마음이 스스로에게 향하는 걸 두려워한다는 진실...
굳이 그런 걸 알기 위해 일부러 무언가를 싫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진실로 나는 적어도 나에 대해 풍요롭게 알게 되었다. 미움을 가진 나를 잘 견딜 수 있을 만큼, 무엇보다 내게는 무언가를 미워하는 다른 사람을 보면 가장 먼저 이 사람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 건지 떠올리는 습관이 생겼다. 가령, 나를 곤란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어쩌면 미움받을까 두려운 나머지 애당초 미워하는 일 자체를 금지하려는 셈인지 모른다고 싫어하는 건 나쁘다고 말하는 식으로, 싫음을 싫어함으로써 자신이 좋아하는 걸 지키고 있는지 모른다고. 상대방 역시 나처럼 딱히 좋은 것의 집합은 아닌 모양이라고.
그런 습관은 상대가 나를 곤란하게 해도 그를 견딜 수 있게 해주는 힘을 내게 길러준다. 미움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생각할수록 사람을 더 잘 견디게 된다는 건 조금 이상하지만, 정말로 그렇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건 그것대로 멋진 일이다. 그러나 무언가를 미워한다는 것 또한 때로는 좋은 일이다. 거기에는 거기서 찾아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8~9p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막 물 밖으로 고개를 쳐든 사람처럼 크게 숨을 내쉬었다.
'등신들 같으니!'
비죽비죽 새어나오던 웃음과 물결처럼 퍼져오던 안도.
이토록 많은 말이 옹가는 세상에 말 한마디가 그토록 크게 사람을 흔들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놀라고야 만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버티고 또 흔들릴 만큼 나는 취약했다. 그러나 누군가를 흔드는 게 무작정 나쁘다거나, 사주는 믿을 만하지 않다는 주장을 하려는 건 아니다. 나를 흔들던 말 또한 나를 이쪽으로 데려왔음을, 내가 무언가를 그 안에서 발견했다는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 밤 안도 속에서 깨달은 건 나를 격려해주는 이가 없어도, 심지어 누가 나를 흔들어놓고 수면 아래로 밀어 넣는다 해도, 나는 내가 원하는 걸 쉽사리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이란 사실이었다. 그로 인해 생겨난 불안과 슬픔과 무력감, 또 그에 따른 오기와 반발심을 동력 삼으며, 나는 내 안에서 끝내 살아남은 무언가를 마주했다. 어쩌면 그것이 그리도 중요했기 때문에 내가 그렇게나 흔들렸다는 사실 또한.
그러므로 물음에 대한 답은 추가되고 갱신된다. 어쩌다 작가가 되었을까?
나는 끝내 작가가 되고 싶었다.
25~26p
때로 아름다움이란 좋은 것의 집합이다. 누구나 가지긴 어려울 정도로 비싸고 세련된 우아한 무언가다. 배제하고 엄선해낸 결과다. 그 사실을 수긍하기까지의 고통을 기억하면서. 이제 나는 동거인과 함께 그런 아름다움을 지향점으로 둔다. 거기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래야 나아갈 수 있으니까. 내 할머니의 손녀답게 말해보자면, 어쩌면 아름다움은 더 나은 곳으로 가기 위한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때로 아름다움이란 그리움이다. 별 볼이 없는 물건이 풍기는 소중한 사람과의 기억이다. 할머니가 죽은 뒤, 내가 할머니의 탁상 스탠드를 아르떼미데 스탠드보다도 갖고 싶어 하듯이. 그런 개인적인 소중함이 스탠드의 허름함을 없애주지는 않는다. 의미는 허름함과 열악함을 해결해주지 않고 각자가 가진 의미는 충돌하고야 만다. 다만 그 의미들은 세상에 머무를 때만 생겨나는 것을, 의미에 앞서는 살아 있음의 선명함을 알려준다. 고되어도 매일을 이어가는 엄마와, 그 집에서의 낮잠과, 따뜻하고 부드러운 개처럼. 때로 아름다움은 그저 언제나 살아 있음이 모든 것에 앞선다는 것이다.
그 삶을 이어가고자 나는 계속해서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한다. 그 누구도 나에게 묻지 않았음에도 거듭해서. 그럼에도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딱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고 앞으로도 그럴 거란 예감이 들지만, 다행히 아무 성과가 없지는 않다. 적어도 나는 내가 그래온 이유는 아니까.
아름다움에는 더 많은 것이 속해 있다는 것.
언제나, 오직 그 사실을 확인하고 싶다.
74~76p
💡
싫어하는 것을 싫다고 말하고,
싫어하는 나를 싫어하지 않고,
자책하거나 이유를 깊게 고민하지 않고,
온전히 들여다보고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
나에게도 너무 필요했던 용기라서 소중한 친구의 마음을 살피듯 읽었다
혐오로부터 기인한 감정을 무턱대고 표출하는 폭력이 아니라
나를 찬찬히 살피고 가꾸려는 마음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 이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서평단 활동의 일원으로,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하니포터 #하니포터9기 @hani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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