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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킬러 문항 킬러 킬러
- 이기호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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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0) - 2024-11-15
: 2,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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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문항킬러킬러
#이기호 #장강명 #이서수 #정아은 #박서련 #서은빈 #정진영 #최영 #주원규 #지영 #염기원 #문경민 #서유미 #김현
2023년 8월부터 2024년 1월까지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작가 10인이 손잡고 〈한겨레〉에 연재한 소설과 이러한 취지에 공감한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보탠 ‘교육 소설 앤솔러지’이다. 첨예한 시선을 지닌 소설가들이 입시 경쟁과 학교폭력, 사교육 열풍, 부모와 자녀 간의 진로 갈등, 청소년 성소수자의 인권 등 한국 교육 현장의 이슈들을 폭넓게 조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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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억측과 달리, 나는 시험에 나온 본문을 볼 때 그에 대한 내 느낌을 생각하지 않는다. 이 문제를 만들 때 어떤 답을 기대했을까? 출제자의 마음에 이입해 들어가려 최대한 노력한다. 이번 중간고사에서 틀린 문제의 경우, 처음엔 '다정하고 따뜻하게'가 답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읽어보니 두 번째 연에 나온 '견고한'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걸렸다. 견고하다는 말이 들어간 시를 다정하고 따뜻하게 낭송해도 될까, 어쩌면 이 시를 진정 어울리게 읽는 방법은 정확하고 비판적으로 읽는 것 아닐까, 하는 의심이 생겨났다.
본문을 반복해 읽을수록 그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이 문제는 킬러 문항일 것이다! 하갱 대부분의 판단을 따뜻한 쪽으로 쏠리게 하지만 실은 정확하고 비판적으로 낭송해야 한다는 것이 진정한 답일 것이다. 깊은 고민 없이 따뜻함을 택하는 다수 학생과, 함정에 빠지지 않고 정답을 골라내는 내 모습이 선명한 대비를 이루며 떠올랐다. 답에 포함된 '정확'이라는 두 글자도 내 선택을 확고하게 뒷받침해주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망설임이 없었던 건 아니다.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답을 기재해 넣으려는 순간, 마음에 커다란 파동이 일었다. 진짜? 진짜 이런 시를 정확하고 비판적으로 낭독해야 한다고 생각해? 다시 읽어보니 시가 너무나 따뜻하게 느껴졌다. 다정하고 따뜻하게 읽어야만 하는 단 한 편의 시가 있다면 바로 이 시일 것이었다. 그러나 막상 펜으로 답 칸을 채우려 하면 '정확'이라는 단어가 눈앞에 커다랗게 떠올랐다. 나는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 함정에 빠지면 안 된다. 출제자들이 바보도 아니고, 누구나 그 답을 고르리라는 걸 알 텐데 그런 쉬운 문제를 냈을 리 있게는가. 시험 종료를 3분 남긴 시점, 내 마음속에는 이 문제야말로 변별을 위한 킬러 문항이라는 확신이 밀려왔고, 나는 과감하게 마킹했다. 정확하고 비판적으로 낭독해야 한다는 3번으로. 그리고 나는 우리 반에서 그 문제를 틀린 유일한 학생이 되었다.
59~61p
다섯 달 전 대통령이 갑자기 수능 문제를 비판했다. 교육부 장관은 "대통령께 진짜 많이 배운다"라고 했다. 교육현장에서는 일대 혼란이 벌어졌다. 학원장과 상담실장들은 올해 수능에서는 이른바 '킬러 문항'이 나오지 않을 테니 거기에 맞춰 공부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며 학부모들을 꾀었다.
입시 컨설턴트들은 킬러 문항을 죽인 존재라는 의미로 정부를 '킬러 문항 킬러'라고 불렀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바로 그런 정부를 죽이는 존재라며 '킬러 문항 킬러 킬러'라고 소개했다. 사교육 시장을 이길 수 있는 정부는 없다고 했다. 소년은 대통령 지시 전까지 어려운 문제들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법을 배웠다. 대통령 지시 이후 소년은 다섯 달 동안 덜 어려운 문제들을 빠른 시간 내에 많이 푸는 법을 훈련했다. 소년의 친구들도 그렇게 훈련했다. 학원에서는 어려운 문제가 나오지 않을 테니 깊게 고민하지 말고 문제 풀이 기계가 되라고 했다. 실수를 덜 저지르는 것이 올해 수능의 성공 전략이라고 했다.
그리고 어느 날 차세대 집중력 강화제에 대한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올해 시험의 실패는 실수를 하지 않는 데 달려 있는데, 그 약을 먹으면 실수를 하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대치동에선 그 약을 구하지 못한 부모는 친부모가 아니라는 농담이 돌았다. ...
32~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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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진 저마다의 개성이 짧은 글에서 요동을 쳐서 너무 흥미롭게 읽었다
이제 중고등입시교육과정에서는 한참이나 멀어졌는데도 금방 몰입할 수 있었다
특히 정아은, 서윤빈, 정진영, 문경민 작가의 다른 글도 찾아 읽으려고 따로 메모해두었다
떠나온지도 한참이고 가족구성원의 일원이 겪게 할 계획도 없는 문제이지만
늘 잘되었으면 손꼽는 문제인만큼
더 많은 글을 더 많은 독자가 읽고 반성하고 회자하고 행동했으면 좋겠다
※ 이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서평단 활동의 일원으로,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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