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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온한 공익
  • 류하경
  • 18,000원 (10%1,000)
  • 2024-10-31
  • : 1,315
📑
#불온한공익
#류하경

💡
인권운동과 광고에 나올 것 같은 공익에 대한 메시지들에 대한 책일 거라고
막연히 생각하며 책장을 폈는데,
제목에 붙은 '불온한'이라는 단어를 간과했다.
"사람들이 말하는 '공익'도 결국 누군가의 '사익·이권'"이라는 말로 시작하는데,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나의 사익을 조금 떼더라도
마땅히 누려야 할 사익을 보장받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덜어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개인주의자 선언]을 처음 읽었을 때의 느낌을 많이 받았다.
혹자는 아무 의미 없다고 비웃을 작은 발길질이라고 하더라도,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난다면
모여서 파동이 생길 거라고 믿으며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겠다.

🔖
'공익·인권 변호사'로 소개될 때가 종종 있다. 참 부끄러운 일이다. 다루는 사건의 양으로만 보면 소위 말하는 '공익·인권' 사건이 아닌 '사익·이권' 사건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사람들이 말하는 '공익'도 결국 누군가의 '사익·이권'이다. 장애인의 사익, 성소수자의 사익, 아동의 사익, 난민의 사익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것을 '공익'이라고 부르는가? 문언 그대로 해석한다면 '모두의 이익'이란 뜻인데 과연 누구에게나 이익이 되는 보편타당한 '공익'이라는 게 존재할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장애인의 사익을 위해서는 비장애인의 양보가 필요하다. 성소수자의 사익이 곧 이성애자의 이익인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특정 사회 구성원의 사익 추구 행위가 아닌 '환경운동' 정도라면 어떨까? 개발도상국에는 이익이 되지 않기에 실제로 그들은 환경운동을 적극 반대한다. 선진국 너희는 몇십 년 동안 화석연료 태워서 경제발전 해놓고 왜 우리는 못 하게 하느냐는 식이다.
이렇게 보면 '공익'이란 허위의 개념이다. 그러나 '공익'이라는 표상이 우리에게 주는 어떤 이미지, 즉 의미의 '이데아'는 분명히 있다. 그래서 부족하지만 이렇게 정리해 봤다. 아마도 사회에서 통용되는 '공익'이란, '사회적약자의 사익 중 현재의 공동체 다수가 그 추구 행위를 허용하는 사익'이라고.
4~5p

특히 최성영은 '남대문의 아이히만'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독일의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따왔다. 이 책은' 악의 평범성'에 대해 말한다. 악이란 특별한 사람에게서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 사유하지 않음으로써 실현된다는 뜻이다. 유대인 학살 핵심 전범인 아이히만은 법정에서 "지시받은 업무를 잘 처리하기 위해서 열심히 일했을 뿐"이라고 했다. 방청객들은 그의 평범한 외모와 정중한 태도를 목격하고 충격에 빠졌다. 그는 악마가 아니었던 것이다. 끝까지 재판을 지켜본 한나 아렌트는 말한다. "그는 아주 근면한 인간이다. 이런 근면성 자체는 결코 범죄가 아니다. 그러나 그거 유죄인 명백한 이유는 사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3~24p

어떻든지 간에 나는 여전히 스님의 말씀이 옳다고 생각한다. "최고의 판결보다 최악의 화해가 낫다." 다만, 화해는 힘의 균형이 맞을 때 가능하고, 힘의 균형을 위해서 누군가 더 많이 양보해야 할 때가 훨씬 더 많으며, 화해를 위해서는 용서가 필요한데 용서를 위해서는 사과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렇게 화해로 가는 길은 어렵다. 그래도 화해로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이 가진 자의 양보, 잘못에 대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 그렇게 했는데도 상대방이 화해를 거부한다? 그럼 그 상대방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우리는 상황을 잘 들여다보지도 않고 거리에서 악다구니 쓰는 자들에게 무심코 "떼쓴다"고 한 적은 없었을까?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다시 강조하건대 진실은 대단히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의는 대개 낮은 곳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높게 있는 자가 낮게 임할 때 평화도, 화해도 구현될 수 있다고 믿는다. '공익'이라는 표현에 알맹이를 꼭 넣어야 한다면 바로 이런 평화, 이런 화해가 아닐까.
314p

※ 이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서평단 활동의 일원으로,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한겨레출판 @hanibook
#하니포터
#하니포터9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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