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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술꾼들의 모국어
  • 권여선
  • 15,120원 (10%840)
  • 2024-09-15
  • : 7,007
📑
#술꾼들의모국어
#권여선 #한겨레출판

💡
'술꾼'들의 모국어인데,
술보다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온다.
작가는 머리글에서 이유를 밝힌다.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를 내고 인터뷰나 낭독회 등에서
틈만 나면 술 얘기를 하고 다녔더니 주변 지인들이
작가가 자꾸 그런 이미지로만 굳어지면 좋을 게 없다'고 충고하고
'나도 정신을 차리고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앞으로 당분간은 술이 한 방울도 안 나오는 소설을 쓰겠다고 술김에 다짐'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그래서 그다음 소설을 쓰면서 고생을 바가지로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이 붙은 제목을 지은 데에도 이유가 있다.
'술꾼이 딱 그렇다. 세상에 맛없는 음식은 많아도 맛없는 안주는 없다.
음식 뒤에 '안주'자만 붙으면 못 먹을 게 없다. 내 입맛을 키운 건 팔 할이 소주였다.'

그래서 작가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현재까지 먹은 음식들에 대한 글을 읽으며-
술 자가 붙어 있더라도 그렇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소주병과 작은 잔이
내 머릿속 작가의 상 위에 기본으로 올라가 있다.

구수하고 매큼하고 자극적이고 슴슴한 음식들이
물 흐르듯 유려한 문체로 그려지다 보니
글을 읽으면서 저절로 입에 침이 고인다.

따라 해먹고 싶은 음식들도 많다.
9월이 가기 전에 무조림은 꼭 해먹어야지😋

🔖
다만 내가 아직도 극복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혼자 순댓국에 소주 한 병을 시켜 먹는 나이 든 여자를 향해 쏟아지는 다종 다기한 시선들이다. 내가 혼자 와인바에서 샐러드에 와인을 마신다면 받지 않아도 좋을 그 시선들은 주로 순댓국집 단골인 늙은 남자들의 것이다. 때로는 호기심에서, 때로는 괘씸함에서 그들은 나를 흘끔거린다. 자기들은 해도 되지만 여자들이 하면 뭔가 수상쩍다는 그 불평등의 시선은 어쩌면 '여자들이 이 맛과 이 재미를 알면 큰일인데' 하는 귀여운 두려움에서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두려움에 떠는 그들에게 메롱이라도 한 기분이다. 누가 뭐래도 나는 요절도 하지 않고 불굴의 의지로 반세기 가깝게 입맛을 키우고 넓혀온 타고난 미각의 소유자니까.
26p

"어떡해? 김밥을 안 썰고 그냥 가져왔어."
그러자 그 친구가 태연하게 말했다.
"일부러 그냥 달라고 했어. 그렇게 먹는 게 더 맛있어서."
우리는 그 친구 아버님께 술을 한 잔 올리고 굽은 소나무 그늘에 둘러앉아 머슴들처럼 한 손에는 막걸리통을, 다른 손에는 통김밥을 들고 마시고 먹기 시작했다. 이렇게 먹으니까 더 맛있지 않냐고 그 친구가 물었는데 정말 그랬다. 손에 쥐고 커다랗고 베물어 먹는 김밥은 더 풍성하고 야생적인 맛이 났다. 다만 앞니가 심하게 부정교합인 한 친구만은 김밥을 어금니로 물어 뜯느라 매우 흉하고 정신 사나운 꼴을 보였다.
그때 나는 그 숙모를 생각했고, 예쁘고 늘씬한 여성들은 모두 김밥을 통으로 먹는가 의아해했다. 그 친구와 나는 몇 가지 일로 사이가 틀어져 이제는 서로 만나지 않게 되었는데, 그 후 어느날 나는 다시금 의아해졌다. 나는 김밥을 통으로 먹는 여자들과는 인연이 끊기는 운명인가.
45~47p

가끔 견딜 수 없이 어떤 국물이 먹고 싶어지는 때가 있다. 무언가가 몹시 먹고 싶을 때 '목에서 손이 나온다'는 말을 하는데, 그럴 때 내 목에서는 커다란 국자가 튀어나오는 듯한 느낌이다. 당장 그 국물을, 바로 그 국물을, 다른 국물이 아닌 바로 그 국물의 첫맛을 커다란 국자로 퍼먹지 않으면 살 수가 없을 것 같아지는 것이다. 그렇게 열광적으로 그리워하는 국물 중 하나가 감자탕이다.
162p

술과 음식이 개인 권여선과 작가 권여선한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술과 음식'이라고 하면 안 되고 '술과 안주'라고 해야 합니다. 저에게 그 둘은 달라붙어서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인데, 그 둘에게 제가 또 들러붙어 삼위일체가 되어야 비로소 의미가 발생합니다. 개인으로서는 술에 약간 중독돼 있어 위험하고, 작가로서도 술 먹고 깨는 시간이 점점 오래 걸려 역시 위험합니다. 하지만 평생 이 정도의 위험은 감수하며 살고 싶습니다. 위험은 언제나 의미를 낳기 때문입니다."
230p

※ 이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서평단 활동의 일원으로,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hanibook
#하니포터 #하니포터9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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