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주의와 비인도주의의 경계
어떤 2024/09/20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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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의 낙원
- 김상균
- 15,300원 (10%↓
850) - 2024-08-22
: 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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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낙원
#김상균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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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사투 끝에 의료진은 아내의 몸에서 뇌와 신경다발을 분리해 수술대 옆의 보존액 병에 담갔다. 투명한 원통형 병에 맑은 푸른빛의 보존액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 속에서 아내의 뇌는 마치 우주를 둥둥 떠다니는 해파리처럼 보였다. 수많은 주름과 고랑으로 이루어진 뇌 표면에는 무언가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뇌에서 뻗어 나온 신경다발은 마치 나무의 뿌리와도 같았다. 가느다란 실 모양의 수많은 신경섬유가 뇌에서부터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보존액 병 속에 퍼져 있던 나노 전극들이 신경다발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마치 나뭇가지에 이슬이 맺히듯, 신경섬유 끝마다 은빛 전극이 촘촘히 붙어갔다. 그 모습은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를 연상케 했다. 뇌와 신경다발이 기계와 결합되었다. 아내의 의식은 이제 그 전극을 통해 아르카디아로 연결된다. 그가 그토록 염원했던 아르카디아로.
11p
"저는 로버트 노직의 경험 기계에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왜냐하면, 이 기계는 우리에게 궁극적인 행복과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삶의 질적 가치는 결국 경험을 통해 정의되며, 경험 기계는 그러한 경험을 최적화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합니다. 물리적 현실 세계에서 우리는 물리적, 사회적 제약으로 인해 원하는 경험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경험 기계 안에서라면 우리는 이러한 계약에서 자유로워지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경험을 통해 보다 풍부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물론 경험 기계가 제공하는 것이 가공된 것이라는 점에서 윤리적, 철학적 질문이 생기지만, 만약 그 경험이 우리에게 진정한 만족과 행복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이 물리적 현실이 아니라고 해서 그 가치를 낮게 평가할 이유는 없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얼마나 풍부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는가입니다. 또한 그러한 경험을 통해, 그것이 물리적 실존 경험이 아니더라도 가공의 세계에서 자신의 선택으로 경험할 수 있는 것이라면, 궁극적으로는 그 결과가 진정한 인간다움에 가까워지리라 기대합니다. 로버트 노직의 경험 기게는 그러한 삶을 가능하게 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168p
💡
책 소개부터 너무 파격적이었는데, 초반 도입부부터 기대를 제대로 충족시켜주었다.
세상을 떠나는 가족의 마지막 기억을 최선으로 다듬어주는 작업부터,
부족한 언어 능력을 커버하기 위해 가난한 나라의 아이의 기억을 사는 작업,
그리고 육체는 죽어 사라지더라도 뇌와 영혼만은 연결되어 소통할 수 있는 이상체 아르카디아 등
인도주의와 비인도주의를 오가는 '더 컴퍼니'의 일들을 보며
어떤 것이 인간을 위한 것이고 어떤 것이 인간에 저해되는 것인지
위한다는 명목으로 할 수 있는 행위의 경계는 어디인지
깊게 고민하며 읽었다
※ 이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서평단 활동의 일원으로,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woongjin_rea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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