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는 우리의 생활 전반을 뒤엎었다. 저마다 이전과는 달라진 세상, New Life를 부르짖었다. 나 또한 체감의 온도가 상승중이었기에 이제는 공부란 걸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에 불을 지핀건 경제공부를 하면서다. 제어할 수 없는 속도로 변화의 바람은 불어왔고 그 바람을 피해 갈 수 없다는 걸 깨달았을때 무엇보다 트렌드 공부를 놓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서점을 가면 제일 먼저 향하는 쪽이 소설 코너다. 즉 나란 사람은 경제 인문 코너 쪽은 거들떠도 안 보았었다. 그런 내가 서점 입구에서 경제도서로 직진한 건 대단한 사건이다.ㅋㅋ
이미 김용섭 소장님의 트렌드 분석 영상은 맛보기로 몇 편 보았다. 이 트렌드 시리즈가 해마다 출간되고 있었단 사실도 몰랐으니 내가 얼마나 변화에 무딘 채 삶을 살아왔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코로나는 내 지적 영역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준 셈이다.
이 책이 좋았던 건 Better라는 단어가 주는 긍정의 에너지 때문이다. 2년이라는 팬데믹을 지나오는 동안 많은 이들이 부정적 감정에 시달려왔다. 그로 인해 사회는 더 다양하고 세분화된 격차와 분열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불평과 불만이 속출한다. 의심과 불신이 당연시되고 가짜 뉴스에 불안심리는 극대화된다. 그래서 나는 인터넷 기사를 피해 종이 신문으로 옮겨 왔다. 어처구니없는 막말 댓글을 안 봐서 속이 후련하다.
사실 전문가들은 2022년은 위기가 가속화될 것이라 말한다. 더 힘들 거라고. 듣기만 해도 아찔하다. 아니 지금까지 힘들었는데 더 힘들 거라니. 하지만 인간이 어떤 존재인가. 위기대응능력이 출중하지 않은가. 아침에 신문을 펼칠 때마다 그런 기사들을 보아왔다. 백신을 개발하고 더 발 빠른 코로나 검사지를 만들어 내고 코로나 잡는 친환경 페인트와 코로나를 식별하는 마스크 등등. 대단하지 아니한가.
우리는 좀 더 긍정적이 될 필요가 있다. 그만큼 개인의 트렌드 대응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비즈니스적인 사고도 필요하다. 돈도 벌어야 하니까. 그러기 위해선 트렌드 변화에 민감해야 한다. Repair, Gardening, Small Action, Multiverse, Unlimited Style, All round veganism, 오염 엘리트, 클러터 코어, 크래프트 소비, 디지털 자산 등의 트렌드 키워드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팬데믹이 시작되고 내가 제일 먼저 찾아 읽은 건 환경도서였다. 비거니즘과 스몰 액션에 동참했다. 집콕 생활에 반려 식물을 들이기 시작했고 식습관과 내가 소비하는 물건들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이미 샴푸와 린스와 바스대신 비누 하나로 머리를 감고 목욕도 한다. 미니멀을 고집하는 건 아니지만 굿즈에 대한 욕심을 버린 지도 오래다. 쓰레기를 줄이는 게 쉽지는 않지만 버리는 양에 늘 신경을 쓴다.
수많은 데이터가 말하고 있다. 가죽을 얻기 위해 10억 마리 이상의 동물의 희생되고 전 세계 농지의 80% 이상이 가축을 위한 곡물을 재배하는 데 쓰이며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5% 이상이 축산업에서 나온다. 전 세계 산업 폐수 중 20%가 패션산업에서,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10%가 의류와 패션산업에서 발생한다. 이미 우리는 너무 과하게 먹고 있지만 전 세계인의 10%에게는 기아 문제가 심각하다. 환경과 지구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친절한 소비주의가 필요하다는 건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스몰 액션은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주변을 바꾸는 일이다. -p.236
기업이 하는 친환경 사업도 놀랍다. 포도껍질, 사과 껍질, 파인애플 잎과 줄기, 버섯균으로 가죽을 만든다. 명품을 리페어하고 호텔은 비건 프렌들리 사업에 공을 들인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자동차 업계와 철강, 선박 산업이 변화하고 있다. 이처럼 친환경 액션에 동참하고자 하는 고객은 자연스럽게 ESG 사업에 공을 들이는 기업에 지지를 보낼 수밖에 없다.
2022년에는 멀티버스가 가속화될 것이다. 이제 메타버스가 뭔지 블록체인과 NFT가 뭔지 책으로 살펴본 게 다인데 22년에는 체험이란 걸 해 보려 한다. 최근 MBTI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지인들 중에 이 테스트를 신뢰하는 이도 적지 않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가끔은 그 유형에 자기를 꿰다 맞추려는 듯 과해 보이긴 하지만 그만큼 자기 자신을 알려는 이들이 많아진다는 건 긍정적인 신호지만 반면 자기중심 위주의 사고방식은 위험하다. 이 검사가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왔다는 점도 흥미롭다. 비전문가 모녀에 의해 탄생된 테스트 하나가 코로나 시대 구글 검색창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한다는 사실도 재밌는 현상이다. 이렇듯 긴 팬데믹은 유행에 휩쓸리는 삶이 아닌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문화로 바뀌어가고 있다. 옳고 그름을 따지며 특정 현상에 편승하기보다는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맥시멀리즘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트렌드의 흐름에 올라타야지만 Better가 가능하다. 내 삶 어느 부분이 트렌드에 걸맞는지 혹은 맞추어갈 수 있는지를 고심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