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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은님의 서재
  •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 수 클리볼드
  • 15,300원 (10%850)
  • 2016-07-12
  • : 8,281

 아이의 일로 학교에서 두번째로 전화를 받은 날, 이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힘든 일이 있을때, 나보다 더 힘든일을 겪은/겪고 있는 누군가를 보며 '난 이정도는 아니지'라는 생각으로 위로 받는 건 그 누군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왔었는데, 그래도 그런 위안이 필요했었나봅니다. 

 책을 열어 읽던중  눈에 박힌 문장이 있었습니다. 나는 아들을 너무나 사랑했지만,' 사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 한참을 들여다보며 울었습니다. 나도 충분히 사랑했다고 생각했는데, 너를 위해 많은 것을 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어쩌면 난 너를 제대로 보고 있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내가 더 자세한 관찰을 했다면, 더 빠른 개입을 했었다면 넌 지금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그녀가 그날, 자신은 지옥으로 떨어졌다는 표현을 했을때, 그 표현은 절대로 과장이 아니었을겁니다. 그녀는 선량한 시민이였고 사랑이 넘치는 자상한 엄마였는데, 갑자기 공공의 적이 되어 수많은 사람들의 비난과 분노를 마주하게 됩니다. 아들을 잃은 슬픔, 아들이 그런 일을 하기까지 아무것도 몰랐던 자신에 대한 분노와 죄책감. 이미 죽어버려서 원망할수 없는 아들에 대한 배신감, 그렇지만 그래도 부인할수 없는 사랑.

  너무나 사랑하는 아들이 다른 사람들을 해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아들의 안전이 아니라 죽음을 기도해야 했던 그녀의 마음을,  제 빈약한 경험과 상상력으로는 도저히 짐작할 수 없습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작은 문제만 일으켜도 이렇게 마음이 무너지는데, 그녀의 슬픔과 절망은 도대체 어땠을까요.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저는 절대로 ' 문제아이는 없다, 다만 문제 부모가 있을 뿐이다' 라는 말을 쓰지 않습니다. 이제는 누군가 문제를 일으킨다고 해서 보이지도 않는 그 부모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우리가 감히 짐작하지 못하는 일들이 있으니까요. 뭔가 일이 잘못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누군가의 잘못이지는 않음을, 노력하고 노력해도 되지 않는 일이 있다는 삶의 진실을 , 이렇게 쓰디쓰게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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