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을 살 때에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은 항상 갖고 있으면서도 좋은 평이 눈에 띄면, 또는 제목이 맘에 들면 혹해서 혹시나...하면서 사보곤 한다. 이 책은 여기에 민트색의 책 표지도눈길을 끌길래 질렀다.
김금희...이름에서 느껴지는 것이 왠지 나이도 좀 있을 것 같고, 좀 아줌마 스러울것도 같았는데, 이거 이금희 아나운서때문에 이미지가 이렇게 된건가?, 여튼 책 표지를 열어보니 작가의 사진은 내 상상과는 영 딴판이다. 1979년생이라 하니 생각보다 어린데다 약간 정면을 벗어난 각도로 슬쩍 눈을 내리깔면서 웨이브 있는 긴 머리를 귀 뒤로 넘기는 듯한 사진속의 그녀는 순하고 여린 아가씨의 느낌이다.
대부분의 단편 소설책이 그렇듯이, 이 책에 수록된 단편들 중에서는 책 제목과 동일한 제목을 가진, 첫번째 수록된 단편 소설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 단편은 2016년 젊은 작가상 대상 수상작이란다. 역시나... 그리고 두번째 수록된 조중균의 세계도 재밌게 읽었는데 지금 책 띠지를 다시보니 이 소설은 2015년 젊은 작가상 수상작이란다. (나는 책을 읽는 동안에는 띠지는 따로 빼 두었다가 다 읽고나면 책 첫페이지 하단 귀퉁이에 내 이름의 이니셜을 멋들어지게 쓰고 보관해두었던 책 띠지를 둘러 책꽂이에 꽂아두는 리츄얼을 가지고 있다)
그 외 나머지 단편들도 그럭저럭 다 괜찮았다. 최근 읽었던 김애란의 단편 소설책을 워낙 재미있게, 그래서 단시간에 읽었다보니 상대적으로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지, 책 띠지에 신형철이라는 문학 평론가의 "김금희의 시대가 올까. 적어도 지금 내가 가장 읽고 싶은 것은 그의 다음 소설이다"라는 말이 조금 과장된 면이 없진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 뻥은 절대 아닌 것 같다는...ㅎㅎ
이 작가의 다음 책을 이 작가의 이름만보고 막 열광하면서까지 사게 되지는 않을텐데, 그래도 이 작가를 기억해 두었다가 서점에 들르게 된다면 일부러라도 이 작가의 신작을 찾아 들춰보게 될 것 같다. 그러다가 괜찮다 싶으면 사가지고 나올 확률이 낮지는 않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