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rg0610님의 서재
  •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 이동진
  • 10,800원 (10%600)
  • 2017-06-15
  • : 4,986

낮은 듯 부드러우면서도, 아주 매끈한 목소리가 아니라 아주아주 살짝, 아주아주 가끔 전축의 튐 같은게 느껴지던 목소리로, 유머도 조근조근하게, 웃음도 결코 과하지 않게, 그렇게 TV에서 영화에 대한 자기 생각과 느낌을 얘기하던 빨간 뿔테의 남자가 이동진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리고 제대로 들어보진 않았지만 자기 이름을 건 '빨간책방'이란 팟캐스트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도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 사람 이름을 건 독서법이라는 책이 나왔다. 

책 표지의 빨간 뿔테 그림에서 내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 책을 꼭 사보고 싶은 맘은 없었다. 이제 더는 굳이 남의 독서법을 알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가끔 봐왔던 다른 훌륭한 사람의 독서법은 어떤 때는 아...다행이다 싶은 맘을 갖게도 해줬고, 어떤때는 나도 그렇게 해볼껄 하는 후회를 갖게도 해줬고, 역시 내가 안되는 이유는 이거였군 하면서 가벼운 체념을 갖게도 해 줬는데, 그렇다고 해서 나의 책을 읽는 방식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내 나름의 방식이 생겨버렸기 때문이다. 사실 사람들이 책을 안읽어서 그렇지 일단 읽기를 시작만 하면 다들 자기만의 방식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근데 왜 샀냐...그냥 샀다. 그냥...

이 사람의 독서법을 읽으면서 나의 독서법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는데,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내가 읽는 책의 종류를 대략 4가지로 나누는데 1그룹은 당장의 내 소용에 의해 읽는 책이 있고, 주로 강의 준비를 하면서 읽게 되는 책들이 여기에 속한다. 그리고 2그룹은 딱딱한 지적인 즐거움을 위한 책이라 이름 붙여 볼 수 있는데 이는 경영과 마케팅 전반에 관한 책들을 이렇게 표현해본다. 이 둘은 서로 영역이 많이 겹치긴 하지만 읽는 내 마음 자세가 다르기 때문에 나 혼자는 이를 구분하고 있다. 딱딱한 지적인 즐거움을 위한 책이 있다면 반면 소프트한 지적인 즐거움을 위한 책들을 3그룹으로 분류하는데 이는 그때그때 관심사에 따라 다르다. 미술이나 예술, 인문학 분야의 책들이다. 지금은 많이 읽진 않지만 자기계발 분야의 책도 여기에 포함시킬 수 있겠다. 그리고 마지막 4그룹은 그냥 가벼운 즐거움이랄까, 스트레스 아웃을 위한 책으로 소설책, 에세이, 아주 가끔 만화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굳이 나의 이런 분류를 글로 쓰고보니, 대부분의 상황에서 뭔가를 분류할 때 느끼는 어려움과 마찬가지로, 애매한 그룹의 책들이 떠오른다. 역시나 무언가를 "Categorize"를 한다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것을 해내기 위해 방대한 지식과 정보는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자기만의 논리와 체계로 지식과 정보들을 엮어낼 수 있어야 분류를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우 책을 분류하는 것을 얘기하면서 너무 거창하게 넘어가긴 했지만, 이것은 유통기업이 상품을 분류하는 데에도, 옷가게 주인이 옷을 분류해서 진열하는 방식에도 다 적용되는 말이다. 여하튼 내가 가진 책들을 나만의 방식으로 분류해서 정리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WOW"포인트가 있을 서재가 있는 내 공간을 상상해본다. 내 집 사고 싶다는 생각이 불끈!!! 

다시 책읽는 이야기로 돌아오면, 나는 이 네 그룹에 있는 책들을 어떤 때는 동시에 몇권을 읽는 경우가 많다. 물론 1번 그룹은 아주 급하니 먼저 후딱 읽어치우는 경우가 많고, 4번 그룹은 대부분 재밌어서 그냥 읽다보면 어느새 다 읽어버리고 마는 경우도 많지만, 내용 연결이 필요치 않은 가벼운 에세이는 화장실에서나 자기 전에 짬짬이 조금씩 읽으면서, 1,2그룹의 책은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읽다가,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미팅 사이사이 생기는 시간에는 4그룹의 가벼운 책이나 3그룹의 책을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읽곤 한다. 일과 관련된 책을 몇권 연달아 읽고나면 괜히 나의 뇌를 말랑말랑하게 해준다는 핑계로 소설이나 에세이를 집어들고, 또 그 반대로 하기도 한다. 

나의 목표 지향적인 성격은 책을 읽는 방식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 일년에 50권이라는 목표를 세운 이후로는 대략 이 목표에 맞추려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이를 위해 번호를 매겨가며 책을 읽고, 읽은 책을 간단히 기록해 두고 있다. 그리고 읽었다고 말하는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은 책에 한한다는 조건을 스스로 가지고 있다보니 일단 읽기 시작한 책은 웬만하면 다 읽으려 하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읽다가 정 재미가 없거나 어려워서 그만 읽어야겠다고 결정할 때는, 읽은 책 권수는 늘리지도 못하면서 그동안 들인 노력과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에 짜증이 배가 되며, 저자에 대한 분노가 인다. 물론 책에 대한 나의 형편없는 안목에의 실망은 말할 것도 없고. 순간, 앞으로는 읽기를 중단한 책도 리스트로 정리해봐야겠단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 책들이 어느 순간에는 읽기가 쉬워질 수도 있고 심지어 재미가 있어질 수도 있을텐데 그런 변화가 바로 나의 내면의 변화일테니 이것을 가시적으로 알 수 있게 해 두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다.  

집에서 책을 읽을 때는 주로 침대에서 벽에 기대 앉아 읽거나, 책상에 앉더라도 좀 느긋한 자세로 읽기도 하고, 침대에 누워서 오른쪽 왼쪽으로 몸을 돌려가며 읽기도 하는데, 그러다가 이런 자세가 눈에 안좋다는 생각이 퍼뜩 들때면 쿠션을 깔고 엎드려 읽기도 한다. 집에 아무도 없을 때에는 탁트인 마루나 식탁에서 읽기도 한다. 침대 머리맡에 작은 협탁위에도 책을 몇권씩 두고 자기전이나 일어나서 뒤척거리며 책을 읽기도 하고 반신욕을 하면서 읽기도 한다. 이동진 역시 반신욕을 하면서 책을 읽는다고 할때는 괜히 나혼자 반가운 맘이 들었다. 다만 그는 뜨거운 물 안에서 몇시간이고 있을 수 있다 했는데 나는 탕 안에서는 20분, 30분정도가 최대이다. 언젠가 하루 머물렀던 호텔방처럼, 탁트인 창이 있고 그 창을 바라볼 수 있는 거실에 그냥 오픈된 욕조가 있어 전혀 답답함을 느끼지 못하는 그런 공간에서는 나도 몇시간씩 있을 수 있을텐데...그런 공간을 가진 집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또다시 불끈!!!        

이렇게 읽은 책들을, 경영 마케팅책은 소주제별로, 소설책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책들은 작가별로, 나머지  소설은 그냥 뭉뚱그려서, 그리고 나머지는 분야별로 나누어 방 안과 베란다 곳곳에 있는, 어떤 책장에는 앞 뒤 두칸으로 해서 뒤쪽엔 다시 읽지 않을 것 같은 소설과 에세이류를, 앞쪽엔 자주 참고할만한 책들이나 울림이 컸던 책들 위주로 꽂아두고 있다. 그러다보니 뒤쪽에 꽂아둔 책은 뭐가 있는지도 기억이 안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동진님도 이에 대해 얘기를 하는 부분이 있다. 자기는 이렇게 앞뒤로 꽂아두면 뒤에 두는 책은 눈에 안들어오기 때문에 깊지 않은 책장을 마련해서 눈에 다 들어오게 책을 보관한다고. 그거야 공간이 허락되어야 하는 일이니, 흠.... 조만간 나는 책을 충분히 보관할 수 있고, 그 언젠가의 호텔방 같지는 않더라도, 답답하지 않게 반신욕을 할 수 있는 공간을 가진 내 집을 마련해 봐야겠다는 결심을 하면서, 얼마전 제주 여행길에 제주 동네 책방에서 사오고는 아직 책장에 꽂혀만 있는 "제가 살고 싶은 집은"이라는 책을 조만간 읽게 되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늘 이상하게 책 내용과는 살짝 다른 쪽으로 결론을 내면서 마무리하게 된단 말이지....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