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작가들의 소설책을 많이 읽는 편이 아닌데, 최근에 몇권을 사들였다. 알라딘과 예스24의 사은품 덕분(?)에.
김주영 작가에 대해 아는 것도 아니었는데, 누군가의 리뷰를 보고 골랐던 것 같다. 책머리에 있는 작가 소개를 보는데 전에 읽은 적이 있는 객주라는 장편 소설을 쓴 분이었다. 그런데 1939년생이라고 하니 올해로 79세이다. 이런 나이의 소설가에게서 나온 소설은 대체 어떨까 싶은 마음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책은 정말로 이런 삶이 있을까 싶을 정도의 뜻밖의 생을 산 한 남자의 이야기였다. 크게 과장되지 않은 그의 불운, 어쩌면 저렇게 당하고만 있을 수 있을까 싶지만 또 소설에서 그려지는 그의 성격이나 입장으로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 오히려 내가 마음이 쓰이는 억울한 상황들, 호들갑떨지 않는 아주 가끔 있는 기쁨 등등.
그런데 희한한 것은 이런 삶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었다. 억지스러울 법도 한 이야기인데도 억지스럽지가 않았다. 억지로 공감을 이끌어내려는 구석이 하나도 없이 그저 담담히 풀어내는 그의 이야기는, 그래서 노장이기에 가능한 글이구나 싶었다.
책 마지막 작가의 말이 아주 인상적이다.
"방법은 고난보다 많다.
척박한 바위산 기슭에
십 년 동안 하루에 몇 그루씩
나무를 심고 있는
중국 농촌의 한 농부가 한 말이다.
그는 사고로 두 팔을 잃은
심각한 장애인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라 "방법은 고난보다 많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훅~ 이해가 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방법이 고난보다 많다"라니.....이 얼마나 가슴이 저며지는 듯한, 그렇지만 그 마음을 딛고서 기어이 일어서야만 하는 가슴 먹먹한 상황이란 말인가. 참으로 인생은 저마다 저 나름대로 힘겨운 건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