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rg0610님의 서재
  • 내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 김대식
  • 14,250원 (5%450)
  • 2014-06-18
  • : 3,003

이번 연휴기간동안은 곧 있을 논문 프로포절을 준비하는 기간으로 삼아 특별한 일 아니면 나가지 않고 공부를 하기로 했다. 내가 쓸 논문 주제에 대해 폭넓고 깊이있게 사전 공부를 해 놓은게 아니다보니 한문장 한문장 써나가는 것이 쉽지가 않다. 게다가 나이가 들어서인지 집중력을 유지하는 시간이 예전보다 현저하게 떨어지면서, 한페이지 정도를 채우고 나면 "하아~"하는 한숨과 함께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게 되고, 슬슬 마루로 나가 과자하나 까먹고 들어오거나 커피 한 잔 타서 들어오기를 반복하게 된다. 그러고 나서도 바로 책상에 다시 앉기 힘들면, 잠깐 침대에 기대앉아 책을 좀 읽곤 했다. 

이 책은 그래서 이번 연휴 기간동안 공부가 안되는 틈틈이 읽은 책이다. 공부가 안될때마다 침에 머리맡에 놓어 있는 이 책을 집아들면서  '그러게, 대체 내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거냐' 자문해보곤 했다.  

책을 읽는 내내 놀라우면서도 부러웠던 점은 그 어렵고 방대한 지식을 어쩌면 이리도 쉽게 풀어낼 수 있었는가 하는 것이었다. 저자는 세계적으로도 내로라 하는 뇌과학 분야의 전문가이다. 그러니 이 분야에 대해 얼마나 아는 것이 많을까. 

난 주로 유통 분야의 강의를 하는데 강의를 준비하다보면, 강의 시간에 맞춰 내가 아는 것들을 편집하고, 또 강의를 듣는 분들에 맞춰 내용의 난이도나 전달 방식을 바꿔야 하는데 강의시간이 짧을 때와 수강자가 유통 분야의 분들이 아닐 때 강의 준비하는 것이 더 어렵다. 
강의시간이 짧을때는 내가 아는 것을 다 말해주고 싶은데 이렇게 짧은 시간에 그걸 다 어떻게 전달하나 싶어서 어려운데,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을 충분히 깊이있게 안다면 이를 축약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텐데 이걸 어려워 하는 것은 내가 아직 충분히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인가 싶은 생각에 잠깐씩 괴롭기도 하다. 한편으론 내가 잘난체를 할 충분한 시간이 없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또한 수강자가 유통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아닌 경우가 부담없고 쉽지 않냐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되려 준비하기가 까다로운데 용어에 대한 이해 수준이나 배경 지식이 다른 분들이다 보니 예를 들어야 하는 사례나 전달 방식에 신경을 더 써야 한다. 어디선가 자기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유치원 생들이나 초등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전문가라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저자는 이 책의 타겟을 일반 대중이라고 분명히 하고, 가지고 있는 방대한 지식을, 그것도 엄청난 깊이로 알고 있을 뇌과학 분야에 대해 일반 대중이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구미를 당기는 소제목들로 구성하여 쉽게 써내려 갔는데,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에서 이 저자의 전문성이 훨씬 돋보였다. 

어쩌면 이 저자는 이 분야에 대해 논문을 한편 쓰는 것이 훨씬 쉬운 일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미치자, "그럼 난 뭐야, 강의 준비도 힘들어하고, 논문은 더 힘들어하고..."라는 생각이 뒤이어 따라왔다. ㅠㅠ  

세상은 뇌가 보는 것이 아니라 뇌가 아는 것을 본 것이 세상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의 뇌는 미완의 상태로 태어나 결정적 시기라고 일컬어지는 태어난 지 10년~12년 동안에 뇌의 하드웨어가 완성이 된다고 하면서 이미 나이를 먹을대로 먹은 나를 절망에 빠뜨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우리에겐 뇌에 굴복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는 소극적인 희망과, 우리의 뇌는 경험과 학습을 통해 꾸준히 업그레이드 할 수도 있다는 보다 적극적인 희망의 내용도 포착했다. 더불어 몇가지 근원적인 질문거리도 생겼는데, 그건 일단 논문 프로포절이라도 좀 끝난후에 생각해보는 걸로^^

마케팅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그리고 나름 합리적 선택을 하면서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입장에서  "우리는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다. 선택을 '정당화'할 뿐이다"라는 문장이 기억에 진하게 남는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