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스 플린 - 권력의 이동
huenradiant 2010/04/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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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의 이동
- 빈스 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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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0) - 2010-03-18
: 497
여느 때와 같이 평화롭고 분주한 워싱턴 정가. 미합중국 대통령은 민주당 의장과 비서실장에 의해 예정에 없던 카리브의 왕자와의 면담이 성사된다. 허나 그의 실제 정체는 악명높은 테러리스트, 라피크 하지즈. 몇개월에 걸친 치밀한 사전작업을 통해 별다른 어려움없이 잠입한 그는 대통령 살해를 목전에 둔 찰나, 한 요원의 활약에 의해 테러정보가 극적으로 알려지면서 눈 앞에서 대통령을 놓치고 만다. 대기하고 있던 테러범들의 난입으로 인해 급기야 백악관과 수많은 관료들이 테러범들의 손아귀에 떨어지고, 지하벙커로 피신한 대통령 일행은 외부와 완전히 고립된다. 대통령의 권한이 부통령에게 이양되면서 권력자들 저마다의 탐욕으로 대통령 구출이 난항에 빠지는 가운데, CIA 최고의 요원 미치 랩이 현장으로 침투하는데...
데뷔작 <임기 종료>로 국내 스릴러 마니아들 사이에서 상당한 호평을 얻었던 빈스 플린이 약 2년 만에 그의 대표작 <미치 랩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국내 독자에게 돌아왔다.
사 실 어떤 소설이든 으레 각종 매체나 독자들의 추천문구를 줄줄이 붙인 채 출간되기 마련이다. 어떤 작품은 딸린 홍보문구에 걸맞는 작품성을 보여주는가 하면, 또 어떤 작품은 문구에 한참 못미치는 퀄리티로 독자에게 실망을 안겨주기도 한다. 이 작품, <권력의 이동>에는 쉽사리 믿을 수 없었던 문구이자 또한 가장 기대감을 안겨주었던 문구가 딸려있었는데, 바로 전작 <임기종료>에 비해 월등히 발전된 필력을 선보였다는 아마존 추천사이다.
<임기 종료>를 읽어본 독자들이라면 알겠지만 이미 빈스 플린은 데뷔작만으로 스릴러계의 정점에 서있는 유명 작가들의 작품에 견줄만한 퀄리티를 보여주었다. 특히, 한 번 펼치면 뒷내용이 궁금해서 책을 못 덮게 만드는 재주는 그의 첫 작품부터 화려하게 만발했었기에, 전작을 월등히 능가하는 완성도라는 게 어떨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미드인 <24>를 아시는 독자분들이 계실 것이다. 보신 분들은 아시듯이,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다음 화가 궁금해서 멈출 수 없는 드라마이다. 거대한 스케일, 매력적인 캐릭터, 연속되는 위기, 극적인 해결로 시청자들에게 꾸준한 긴장감과 재미를 선사한다. <권력의 이동> 작가 소개란에 <미치 랩 시리즈>가 미드 <24>에 영감을 주었다고 소개되어 있는데, 굳이 그 문구 없이도 이 작품을 읽어본다면 단번에 <24>를 떠올릴 수 밖에 없으리라 여겨진다. 배경, 캐릭터, 다루는 플롯부터 서사구조까지, 작품을 이루는 내 외적인 부분 모두 서로 유사하다. 즉, 미드 <24>가 지니고 있는 마력을 <권력의 이동>역시 고스란히 갖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시각적 지원없이, 텍스트만으로 표현된 소설이기에 이 점은 더욱 빛을 발한다. 전작 <임기 종료>에서 아쉬웠던 단 한 가지 부분, 조금은 설득력이 떨어졌던 권선징악적 마무리도 이번 작품에서는 납득할만한 설득력을 유지한 채 깔끔하게 결말을 짓는다.
또 하나 찬사를 받아야할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캐릭터'와 '스토리'의 무게중심 어느 한 쪽으로도 크게 치우치지 않고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두 부분은 양립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드라마 <선덕여왕>의 비담이 그랬듯이, 캐릭터가 너무 부각되면 스토리가 죽기마련이며, 그 반대의 경우도 즐비한다. 작품의 국내 출판사인 랜덤하우스코리아가 따로 선보이고 있는 리차일드의 <잭 리처 시리즈>가 스토리보다는 매력적인 캐릭터 쪽으로 다소 쏠려있는 반면(물론 그게 <잭 리처 시리즈>의 매력이긴 하다.), 이 작품은 미치랩이라는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가 존재함에도 스토리가 죽지 않는다. 엄청난 스펙을 지닌 그이지만, 작품 내에서 미치 랩 외에도 충분히 매력적인 다른 캐릭터들이 적절한 비중을 지니고 다수 등장함으로써 캐릭터성이 고르게 분산되었다. 아니, 오히려 미치 랩이 타 캐릭터에 묻힐 정도라고 할까?(CIA국장 스탠스필드같은...)
현재 필자가 이쪽 장르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데니스 르헤인이다. 그의 작품을 접해보았던 독자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그는 '장르문학 답지 않은 장르문학'을 쓰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에는 재미 이상의 그 무엇이 들어있으며 항상 뭔가를 시사하기에, 책을 덮고 나서도 오랜 여운을 남기는 작가다. 필자의 감상으론, <권력의 이동>의 작가 빈스 플린은 그 반대이다. 너무도 장르문학다운 장르문학을 쓰는 작가이다. 책을 읽는 순간만큼의 재미, 속도감, 대중성은 가히 최고 수준이다. 먹먹하고 오랜 여운을 남기지는 않지만, 시간이 흘러 훗날 다시 꺼내 읽어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만큼 깔끔하다.
밤 늦게 집어들어서 동 틀때 마지막 장을 덮게 된 <권력의 이동>을 읽는 동안, 흡사 롤러코스터에 탄 듯한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임기 종료>에서 <권력의 이동>으로 이어지며 보여준 빈스 플린의 발전에 기댄다면, 다음 출간작에선 자이로드롭을 고대해도 좋지 않을까? 놀이기구는 짜릿하지만 순간적이지 않냐고 반문하실 독자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허나 상관없다. 놀이기구는 같은 걸 여러번 타도 재미있다. 설령 그렇지 않은 분들, 쉽게 질리는 분들이라도, 괜찮다. <미치 랩 시리즈>는 현재 미국에서 13편 출간되었다하니, 놀이기구는 아직 많이 남아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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