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도록 솔직해서 부끄러워지는 소설.
Myme 2021/11/16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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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 우사미 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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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 2021-11-19
: 227
『최애, 타오르다』로 한국 독자들에게 알려진 19살 신인 작가 우사미 린의 데뷔작 『엄마』. 창비 서평단이라는 좋은 기회를 통해 가제본을 받아봐 읽어볼 수 있었다.
화자인 ‘우사기’의 가정은 우리가 생각하는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다. 어릴 적 폭력을 휘두르다 외도로 집을 나간 아빠, 이모가 외로울까봐 엄마를 낳았다고 말하는 할머니,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는 엄마, 죽은 이모의 딸인 아키코, 이 가정에 지쳐 엄마를 외면하는 동생 밋군, 그리고 나. 이 좁다면 좁고 넓다면 넓을 가족 구성원들은 서로를 상처 입히고 내버려두는 방식으로 위태롭게 굴러간다.
엄마는 아무런 전조 없이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나를 끌어안은 채 어리광을 부리다 자신의 어린 시절 고통에 대해 두서없이 쏟아내곤 한다. 나는 내가 누릴 수 있었던 평범함을 파괴하는 엄마가 증오스럽고 때로는 죽어버리길 소망하지만, 엄마와 나는 ‘경계가 매우 모호해서 언제나 피부까지 공유하는 것’ 같기 때문에 그녀가 견딜 수 없을만큼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결국 나는 이 감정을 어떻게든 갈무리하기 위해, 엄마의 큰 수술을 앞두고 홀로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열차를 타고 낯선 이국으로 떠나는 나의 머릿속은 공이 튀듯 여러 감정과 생각으로 뒤엉켜 어지러워진다. 과연 나는 이 짧은 여행에서 서로를 갉아먹기만 하는 관계의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을까?
최근 한국에서도 엄마와 딸 사이의 기묘한 애증을 다룬 작품이 많이 나오고 있기에 과연 일본에서는 어떻게 이 감정을 풀어낼지가 궁금했다. 이 소설은 우리의 일상과 너무나도 유사하게 맞닿아 있어서 현실과 소설의 경계를 구분하기 쉽지 않다. 무서울 정도로 솔직한 감정이 텍스트를 통해 전해지고, 우리는 숨겨두고 싶었던 마음을 들켜버린 것처럼 부끄러워지고 만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 내가 가장 불행한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 결코 이해하고 싶지 않았던 사람을 이해해버리고 말았을 때의 슬픔... 우리가 살아오면서 한 번씩은 느껴봤을 그 감정들이 너무도 생생하게 떠올라서 읽는 내내 우사기와 내가 맞닿아 있다는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엄마와 딸’이라는 관계성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라, 평탄하지 못했던 모든 관계를 이 소설에 비춰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한 번쯤 읽어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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