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책읽는당 대상 도서
<창작과 비평 2014년 겨울호> 리뷰
장편연재2_세 사람이
호랑이를 보았네·김미월
점점 휘몰아치는 흥미로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사건들과 결말이 몹시 궁금하다. 광활한 초원을
뛰어다니며 사냥하는 자칼(Jackal)을 연상하게 만드는 이름을 갖은 몽골 여인 ‘쟈르갈’이 다음 호에서는 어떻게 그려질지도 무척 궁금하다.
현재, 과거 회상, 그리고 소윤이 상상하는 순간을 오가며 그려지고 있다. 몽골 여인
쟈르갈의 시력 검사를 하던 중 ‘선물용으로 인생의 시력검사표’를
만들면 어떨까 상상하는 부분에서 작가의 따뜻한 마음씨와 긍정적인 성향이 드러나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단잠을
깨우는 알람 시계 버튼을 ‘정지 버튼들이 모조리 날카로운 상어 이빨로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표현한 기발한 상상력에 아침마다 따뜻한 이불과 차가운 회사 사이에서 고단해하는 많은 직장인들이 공감할
것이다.
소윤이 하고 있는 에세이 외주 편집 일에 대한 설명이 꽤 자세하고
길게 서술되어 다소 집중에 방해가 되었다. 해당 부분을 읽고 바로 그 일에 착수할 수 있을 착각이 들
정도로 전문적(?)이어서 마치 업무 매뉴얼을 읽는 것 같다. 소윤의
일에 대한 툴툴거림이 정확한 글자에 대한 집착만큼이나 길게 이어져 짜증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신세 한탄조의 지루함을 이겨내면 ‘쟈르갈’이 등장하고, 궁시렁 거리던 소윤의 심리가 긴장과 불안으로 바뀌면서 그 이유가 궁금해지며 몰입하게 된다. 보호 받지 못하는 신분의 불법체류자 쟈르갈이 소윤의 건강보험을 빌려 진료 받는 데는 성공했으나, 앞으로도 무사할지 염려된다.
쟈르갈이 안과 진료하는 장면에서 대화
중 어색한 부분이 있었는데, 간호사가 쟈르갈을 부를 때, “이소윤
환자님, 진료실로 들어오세요.”라고 했다. 병원에서 간호사가 환자를 호명할 때 “아무개 님.”이라고 보통 한다. 보호자를 호칭할 때는 “아무개 보호자님.”이라고 한다. 환자에게
환자님이라고 부르는 경우는 없는 듯하여 읽으며 아리송했다.
다섯이 함께 사는 소윤의 집, 그들의
관계가 궁금하다.
‘진이 집에 없을 때 그녀는 절대로 진의 방에 들어가지 않는다. 명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라는 부분에서 진, 명주, 그리고 소윤 세 여자 사이에 벽이 있음이 느껴진다. 서로 존중해주고 배려해주는 친절한 벽 말이다.
‘소윤은 거실에서
셋이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그들이 각자 방으로 들어가면서 문을 닫으면 마음이 쿵 내려앉고는 했다. 왠지
문이 닫히는 순간 그들의 표정이 싹 바뀔 것 같았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거실에서는 사람 좋게 웃고 떠드는 가족의 얼굴을 하고 있다가 방으로 들어가는 즉시 고독하면서도 신경질적인 소설가의
얼굴로 바뀌는 건 아닐까 싶었던 것이다. 상상하면 할수록 약간 오싹해지는 기분이었지만 그럼에도 소윤은
그들의 두 번째 얼굴을 한번보고 싶었다.’라는 부분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진, 명주, 그리고 소윤
세 여자는 한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의 모습일 수도 있고,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일 수도 있다. 겉은 따뜻하지만 속내는 냉정한 흔한 관계 말이다. 늘 열려 있는
소윤의 방문은 허심하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털어 놓고 공유하는 투명한 소윤의 성격을 드러내는 반면, 꼭
닫아 둔 진과 명주의 방문은 모든 것을 공유하지 않고 일부만 내보이는 그들의 성격과 무언가 숨겨진 속내를 감춰둔 것만 같다. 그것들이 무엇인지 드러날지 아닐지 다음에 펼쳐질 내용이 궁금하다. 소윤이
설명한 판이하게 다른 진과 명주의 소설 작업 방식만큼이나 그 둘의 성격은 많이 다를 것이다. 다른 성향의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까? 진과 명주는 겉으로는 온전한 듯 보이지만 아직 드러나지 않은
갈등이 존재할 수도 있다. 또, 명주와 쟈르갈 사이에 서로
못마땅한 구석이 있어 갈등이 더욱 드러날 수도 있을 것이다. 쟈르갈에 대해서 아직 많이 설명해 주지
않았다. 매일 아침 일찍 나가 쟈르갈은 누굴 만나고,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지, 다음 호에 그녀에 대한 의외의 것들이 드러날지 어떤 새로운 사건들이 펼쳐질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