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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na님의 서재

철없던 고등학생때 우연히 읽고 꽤나 충격을 받았던 우화집. 이 책은 쉽게 읽히는 책이다. 커다란 그림에 그닥 많지도 않은 문자는 이 책이 과연 성인용인가를 의심하게 할 정도이니 말이다. 그러나 얕보지 마시라, 요즘 나오는 '세상은 아름다워~' 수준의 근거 없는 환경 미화용 책이 아니니까.

이 책에 수록된 두가지의 우화는 모두 같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나의 기준을 남에게 강요하지 말라.' 곰 이야기의 사장이나 주머니쥐 이야기의 군중들은 모두 자신의 기준으로 타인을 재단한다. 그들은 앞뒤가 꽉꽉막힌 사람들로 상대의 입장에 서서 그를 이해하려고 하기는 커녕 자신이 옳다고 믿고있는(그러나 그것이 정녕 옳은 일인지부터가 의심스러운) 진리를 들이대며 너는 왜 이것에 따르지 않느냐고 화를 낸다. 자, 무언가 떠오르지 않는가? 그렇다, 이 우화는 결국 인간의 부조리한 사회의 단면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이러한 경험을 상당히 많이 한다. 동성애자에 대한 이성애자의 차별, 여성에 대한 남성의 차별, 기득권층에 의한 노동자 차별... 예를 들자면 수도 없이 많다. 사회의 약자들은 이 우화의 "곰"이 되고, 이렇게 한 번 "곰"이 되면 아무리 자신을 변호하고 이해시키려고해도 상대방에서는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이 얼마나 답답한 일인가. 게다가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닫는다. 주머니쥐의 이야기를 보라. 거꾸로 매달린 주머니쥐의 입모양을 보고 우울해하고 있다는 군중의 주장. 사실 주머니쥐는 웃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주머니쥐를 한껏 괴롭힌 후에 주머니쥐가 우울해하자 그제서야 주머니쥐가 웃는다며 기뻐한다. 언젠가 동성애자를 고쳤다는 해괴한 소리를 지껄이던 외국의 의사가 생각난다. 그의 환자(?)였던 사람은 이 우화의 주머니쥐에 다름아니지 않은가.

남의 생각 하지 말자. 지금 여기에 있는 우리가 곰 이야기에 나오는 꽉 막힌 사장일 수 도 있고 주머니쥐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 한 채 괴롭히는 군중일 수 도 있다. 저도 모르게 저지르게 되는 이 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세상을 바르게 보는 눈을 키워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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