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 지하 쇼핑몰에 들어가면 거미줄처럼 짜인 도로망에 일단 짜증이 난다. 일반적으로 외부인이 한 도시에 애착을 갖기 시작하는 시점은그 도시의 도로망을 완전히 이해하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한다. 그 이유는 자신이 어느 지점에 있는지 인식이 안 되면 길을 잃기 쉽고 공포감을 느끼게 되며 그러면 주변을 즐길 여유가 없이 경계만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뉴욕은 전 세계 여러 인종의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그 어느곳보다도 사람들은 경계심을 느껴야 하는 도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열과 갈등보다는 융합이 더 이루어진다. 그 배경에는 뉴욕이라는도시의 격자형 구조가 한몫을 한다. 몇 번 스트리트에 몇 번 에버뉴라는번지수만 있으면 처음 도시를 방문한 사람도 어디든 갈 수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쉬운 뉴욕의 주소 체계가 새로이 이주한 사람이 쉽게 적응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담장 길이 주택가니일단 이 길은 보안이 철통같다. 여타 다른 골목길은 조용히 걷기에는 조지만 주변의 담장이 덕수궁 돌담길처럼 아름답지도 않고 정원이 간간이 보이지도 않는다. 게다가 조용하고 후미질수록 은밀하긴 하지만 기만큼 위험하기도 하다. 그런데 정동길에는 여러 대사관 관련 시설 덕분에 안전하다. 담장으로 프라이버시가 확보되고, 연인이 속삭이는 소리도잘 들리고, 간간이 여유로운 마당도 보이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안전한거리가 정동길이다. 다른 여러 가지 요소들이 갖추어진 거리는 찾을 수있겠으나 마지막 안전한 거리라는 부분은 덕수궁길만이 가지고 있는 웬만해서는 대체 불가능한 요소이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뜨는 거리가 되는 또 하나의 요소는 ‘안전‘이다. 대부분의 거리에서 안전은 쇼윈도의 불빛과 사람들의 눈으로 만들어지지만 정동길처럼 대사관 보안이라는 이유로 만들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