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erasmus님의 서재

기독교인들은 어느 정도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신학을 공부할 필요를 느낀다. 왜 그러지 않겠는가? 일반 성도들과 목회자의 차이는 사실상 신학공부를 했느냐 그렇지 않느냐 선에서 갈라지는 것이 보통이니 그러하다. 그러나 신학공부란 것이 사실상 신학교 학부나 신학대학원 신학석사(M.Div 과정은 국내에서는 보통 3년) 정도의 공부이니 그것이 소위 평신도와 성직자란 이원론적 구조를 정당화하기엔 그리 거대한 지식은 아니다. 게다가 열심 있는 평신도들이 요즘 읽어내는 신학서적의 양과 질은 어설프게 공부한 목회자들의 수준을 종종 능가하기도 한다. 



1. '신학이란 무엇인가?'



가장 먼저 추천할만한 책은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신학이란 무엇인가(Christian Theology: An Introduction)>(복있는사람, 2014/ 영어본 2011년 제5판의 번역이다)이다. 전세계적으로 아마 신학입문이나 개론서로 가장 널리 사용될 것이다. 문체도 단정하고 번역도 잘 되었다. 조직신학적 체계를 따라 서술되어 있지만, 초반에 교회사와 신학의 기본적 방법론 등을 적절히 잘 다루어 주고 있어서 충분히 망라적이다. 저자는 영국 성공회 출신이고 복음주의 신학자인데, 굳이 따지자면 그의 배경과 관심이 분명히 녹아있긴 하지만 이 책은 교과서적 서술에 충실한 편이라 교단과 교파의 차이에 따른 호불호의 편차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니, 달리 말하자면 이 정도의 내용은 전세계적으로 무리 없이 통용되는 신학 이해이니 그런 맥락에서 국내의 특정한 신학전통이 어느 위치에 놓여있는지를 거꾸로 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겠다. 


번역서가 1100쪽에 이르는 분량 때문에 고민이 된다면, 이를 총 20회로 나누어 동영상 강의한 것이 유튜브에 있으니 읽어나가는데 활용할 만하다. (클릭 ==> 세속성자를 위한 교양신학 by 청어람ARMC )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런 방식으로 이 책을 탐독했다. 사전처럼 필요할 때 궁금한 항목만 찾아봐도 괜찮은 편제로 되어있어서 과거 집집마다 '기독교 대백과' 같은 것을 구해놓던 관행을 대체할만한 책이다. 




좀더 고급한 개론서로는 다니엘 밀리오리의 <이해를 추구하는 신앙: 기독교 조직신학 개론(Faith Seeking Understanding: An Introduction to Christian Theology)>(새물결플러스, 2012/ 2004년 개정판의 번역이다)이 있다. 프린스턴신학교에서 오랫동안 가르친 밀리오리의 이력을 감안하면 이 책은 미국의 주류교회(mainstream churches)에서 접할 수 있는 조직신학의 표준적 개론서로 간주할만하다(국내 번역자도 현재 장신대 교수들이다). 역시 매우 깔끔한 책이지만 맥그래스의 책에 비해 정보전달 측면보다는 각 주제에 대한 신학적 숙고와 성찰이 더 묵직하다. 


 

세번째 추천할 책은 앞의 두권에 비해 교과서적 위상은 떨어지는 편이지만, 신학의 주요한 논쟁 주제들을 놓고 상반되는 견해를 대비시키며 각 입장을 서술해나간다는 점에서 읽기에 동기부여를 강하게 촉발한다. 그레고리 보이드는 미국의 목회자인데, 약간은 특이한 신학적 이력을 갖고 있다. 복음주의 배경을 갖고 있지만, 그는 개방신론(Open Theism, "신은 과연 미래를 다 알고 정해놓았는가?"란 질문을 다루는 신학 논의)이란 신학 논쟁에 개입해서 하나님에게도 미래는 개방된 가능성으로 존재한다는 입장을 옹호하는 편에 서기도 했고, 이라크 전쟁 시기에는 이를 반대하는 설교로 성도들의 상당수가 떨어져나가는 어려움을 겪는가 하면 최근에는 교회를 평화교회(peace church) 노선의 메노나이트로 교단을 옮긴 것으로 알려진다.   


이 책은 미국의 대표적 복음주의 학교인 휘튼컬리지에서도 교재로 사용되는 등 신학 토론을 위해서 매우 흥미로운 구성을 갖고 있는지라 저자의 신학적 노선과는 별개로 읽힐 가치가 있는 책이다. 국내 번역의 질은 검토해보지 못했다.  



2. 교회사에 대한 관심


조직신학적 접근은 언제나 교회사를 깔고 들어가긴 하지만, 철학적-신학적 논쟁을 중심으로 기술되는 경향이 있어서 구체적인 맥락을 떠나있기 십상이다. 그러므로 역사를 들여다 보는 것은 늘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역시 맥그라스의 책은 권하기에 부담이 없다. 학문적 기본을 갖추고 있지만 과도하게 기울지 않는 교과서나 개론서의 미덕을 잘 갖고 있으면서도 대중서로서의 흥미와 관심을 충분히 유발하는 좋은 저술가이다. 
최근에 나온 <기독교의 역사(Christian History: An Introduction)>(포이에마, 2016/ 영어판은 2013이다)를 최우선으로 추천할 만하다. 연대기적으로 최근까지 고스란히 훑어내려오는데, 관심있는 장만 펼쳐 읽어도 좋고, 쭉 통독을 하면 맥락을 파악하기도 좋다. 그는 최근의 이슈들까지 적절히 포함시키는데, 교회사에서 여성의 역할에 대해 주의환기하는 대목이 여러 번이고, 성령운동이나 제3세계에서의 기독교 약진 현상 등도 이 책에 잘 포괄하고 있다. ('한국'에 대해 쓴 챕터도 있다.)
맥그라스는 기독교 변증가로서의 면모도 갖고 있다. 그가 쓴 <기독교, 그 위험한 사상의 역사>(국제제자훈련원, 2009)는 종교개혁 시기를 다루고 있고, <그들은 어떻게 이단이 되었는가?>(포이에마, 2011)는 초기 기독교사의 주요한 이단과 관련된 논쟁을 다루고 있다. 그는 결국 이런 과거에 대한 논의를 통해 현대사회와 기독교를 비춰보자는 이야기를 건네고 있는 셈이다.  

3. '성경이란 무엇인가?'
이 항목은 나중에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날 때 채워넣어야 할 것 같다. 의외로 성서학, 성경해석 등을 통으로 다루는 개론서가 마땅치 않다. 잠시 검색을 해서 보니 도올이 <기독교 성서의 이해>(통나무, 2007)에 내놓은 것이 보인다. 그의 기독교 관련 강의를 듣다 보면 신학지식이 업데이트가 되지 않은 듯한 인상을 가끔 받았는데, 목차만 놓고 본다면 이에 필적하는 성서입문 책이 나와주면 좋겠다.  



(투 비 컨티뉴드)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