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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
  • 나를 구하시지 않는 하느님
  • 로널드 롤하이저
  • 12,600원 (10%700)
  • 2025-03-19
  • : 4,885

로널드 롤하이저 신부님의 <나를 구하시지 않는 하느님>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감사하게도 이번에도 생활성서사 특별 서평단에 선정이 되서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원래 제목은 <The Passoin And The Cross>입니다. 고통 중에서 뱉는 우리의 수많은 물음에 같이 고민하고 답을 찾아가는 책이고 따라서 '희망의 순례자'로 살아갈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는 책입니다.


이 책을 읽고 묵상해 보면 제목의 깊은 뜻을 알 수가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신앙은 고통과 불행을 면제해 주는 것이 아니고 신앙인도 남들이 겪는 고통을 다 겪습니다. 오히려 신앙인은 신앙인이 아니였다면 겪지 않아도 될 고통까지도 더 겪게 됩니다. 고통 속에서 하느님을 원망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쓰신 조환길 타대오 주교님께서는 이 책이 고통을 겪는 교우들에게 부디 큰 위로와 희망을 주길 바란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책이 주님의 수난을 묵상하는 사순 시기에 더 많은 분께 가닿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저 또한 같은 생각입니다. 이 책이 주님의 수난을 묵상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는 사목자의 예리한 감수성이 돋보이는 문장들이 있고 저자의 깊은 영성이 드러나 있습니다. 우리가 구원받는다는 복음의 진리, 우리를 변화시키는 엄청난 복음의 진리를 보게 됩니다. 저자는 그리스도의 인격 안에서 하느님이 현존하신다는 놀라운 현실을 이해하고 있기에 이 책을 읽는 분들은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부활의 힘에 대한 강력한 증언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정말 놀라운 것은 예수님이 가르치고 기적을 행하신 그 모든 활동보다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고통이 더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고난을 받으시는 예수님처럼 인내하고 받아들이는 삶에서 심오한 방식으로 우리의 사랑과 우리 자신을 내어줄 수가 있습니다.


예수님이 겪으신 진짜 고통은 사랑으로 가득 찬 사람이 치명적이고 굴욕스러운 방식으로 오해받고 거부당할 때 느끼는 고통입니다. 예수님이 겪으신 고통은 무엇보다도 인간 존재의 가장 어두운 심연, 즉 오해, 외로움, 고독함, 굴욕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함의 심연으로 홀로 들어가는 고통입니다. 


우리도 살면서 오해와 외로움이 휩싸이게 되는데 이때 심연에 빠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저자는 그럴 때마다 우리는 예수님이 우리보다 먼저 그곳에 계셨고 우리와 똑같은 외로움을 견뎌 내셨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다고 하십니다.


우리는 육체적인 관계를 갈망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간절히 정신적인 친밀함을 갈망하는데 우리의 가장 심오한 갈망은 정신적으로 나와 동류인 영혼, 말하자면 소울메이트(soulmate)를 향한 갈망입니다. 훌륭한 우정과 결혼 생활은 언제나 강한 정신적 친밀함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이러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가장 진실한 의미의 연인입니다. 어떤 사랑이건 간에, 진정한 사랑은 상대방이 나와 똑같은 것을 소중히 여기는 동류의 영혼이라는 느낌을 준다고 합니다. 그런 사랑을 쉽게 찾을 수가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런 사랑을 찾지 못해 불안해하고 만족하지 못하면서 정신적인 외로움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은 극심한 외로움 속에서도 믿음과 사랑과 용서 속에서 자신을 바치셨습니다. 저 또한 그럴 수 있길 바랍니다. 언젠가는 우리도 각자의 영혼을 바쳐야만 하는데 그날이 오면 우리의 마음은 과연 어떨까요? 고통 속에서도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지키고 하느님께 순명할 수 있을까요?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비밀은 바로 십자가입니다. 십자가가 바로 우리가 이해해야 할 심오한 지혜입니다. 우리가 십자가를 이해하게 되면 예수님이 가르쳐 주시는 나머지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반대로 우리가 십자가를 이해하지 못하면 예수님이 가르쳐 주시는 나머지 모든 것도 이해하지 못합니다. 


십자가의 비밀은 바로 모욕과 망가짐, 죽음을 감수하는 완전한 자기희생으로 사랑을 베풀 때만 우리 삶이 최고로 충만해진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십자가로 구원받습니다. 십자가는 구원의 길에 이르는 길입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구조'해 주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를 '구원'해 주시는 분이십니다. 하느님은 굴욕과 고통, 죽음에서 우리를 구해 주시려 개입하시지 않습니다. 하느님은 일이 벌어진 후에 굴욕, 고통, 죽음에서 우리를 구원해주십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구원하시고 의롭게 하시며 고통을 감내할 힘과 영원한 생명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일들은 우리 삶의 마지막에 일어날 일들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삶의 여정에서 다른 모든 이가 겪는 굴욕과 고통, 그리고 죽음을 똑같이 겪을 것입니다.


미움을 가져가시고 사랑을 돌려주신 예수님은 분노를 가져가시고 자비를 돌려주십니다. 그리고 시기를 가져가시고 축복을 돌려주심으로써, 신랄함을 가져가시고 온화함을 돌려주심으로써 세상의 죄를 없애십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자신의 죽음으로 죄의 정화 장치가 우리 삶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 주셨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이 하신 일을 찬양하고만 있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세상의 죄를 없애는 하느님의 어린양이 되어  미움, 분노, 시기, 옹졸함, 신랄함을 흡수한 후 그것들을 변화시켜 사랑, 자애, 축복, 온화함, 용서로 되돌려줘야 합니다. 내가 받은 대로 똑같이 돌려준다면 공동체 안의 죄는 그대로 남게 되고, 희생양은 상황을 바꾸는 데 아무런 역할도 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당한 것을 그대로 전달하지 않으셨던 예수님을 본받아야 합니다. 예수님처럼 우리도 죄를 흡수하고 지니고 있다가 고통스러운 자기희생으로 죄를 다른 것으로 변화시켜야 합니다. 이것이 그리스도교가 세상 모든 종교와 철학 중 유일하게 희생양을 찬미하게 된 이유입니다.


남들이 잘 걷지 않은 길을 걸으셨던 예수님은 그 길에서 하느님의 진정한 사랑을 보여 주셨고 믿음과 사랑을 마지막까지 지켜 내셨습니다. 예수님이 "다 이루어졌다." 라고 말씀하신 것은 신앙의 승리일 뿐 아니라 사랑과 진실, 그리고 하느님의 승리이기도 합니다.


"다 이루어졌다."라는 예수님의 마지막 말씀은 세상에는 고통과 죄악이 존재하지만 결국에는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깨달음입니다. 이는 노리치의 줄리안의 말처럼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결국 모든 존재의 모든 방식이 잘 돌아가게" 된다는 깨달음의 말씀이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셨고, 자신의 믿음이 가져올 고통을 아시면서도 끝가지 믿음을 지켜내셨고, 후회없이 죽음을 맞이하신 예수님을 닮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이 침묵하시는 순간에도 하느님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고 믿고 싶다는 갈망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죄와 죽음은 결국 저에게 힘을 쓰지 못할 것입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마태 16,24)


십자가를 지는 것은 고통이 우리 삶의 일부임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만약에 이를 거부하고 삶의 고통을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항상 비통함 속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성숙한 신앙인은 끊임없이 죽음과 탄생, 그리고 상실을 겪으면서도 죽음을 떨치고 일어나 새로운 삶을 살 수가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매일 죽음을 겪어야 합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기도에 응답해 주시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이 아니라 우리에게 실제로 필요한 것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따라서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우리의 예상과는 다른 놀라운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우리의 생각을 넘어서는 가능성, 즉 부활을 믿을 때 , 비로소 우리는 십자가를 받아들이고 믿음 속에서 살게 되며 고통 속의 괴로운 삶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주님의 부활을 믿는 이들은 어떤 일이 일어나도 더는 겁먹지 않을 만큼 큰 위로를 받습니다. 하느님은 부활로써 우리를 위로하시고, 하느님의 음성은 겁에 질린 우리에게 모든 게 다 잘될 것이라는 믿음을 줍니다. 부활은 하느님이 예수님을 죽은 이들 가운데서 일으켜 세우셨다는 사실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의미합니다. 


죽음을 생명으로 바꾸시는 하느님의 힘이 우리를 매 순간 떠받친다는 것을 의미하는 부활의 힘을 이해하고 싶다면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묵상해 보십시오. 죽은 아들 예수님의 시신을 품에 안은 성모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다 괜찮다. 모든 것이 잘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아멘.


이 책을 읽는 모든 분들께 하느님의 은총이 풍성히 내리길 바라고 신앙생활에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 책이 고통 중에 있는 분들께 위로와 희망이 되길 바랍니다. 


좋은 책을 보내주시고 서평을 쓸 기회를 주 생활성서사에 감사드립니다. 저의 서평을 읽은 분들이 이 책을 읽으시고 영적으로 더 성장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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