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찬 신부님의 영성 에세이를 통해 위로와 힘을 얻고 싶어서 생활성서사 특별 서평단에 지원했는데 감사하게도 선정이 되서 이 책을 읽고 서평을 써서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주님, 당신 품 안에서>라는 제목의 이 책은 저자께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마산 교구 주보'에 나누었던 글과 2022년 한 해 동안 월간 <생활성서>에 기고한 글들, 그리고 틈틈이 쓴 다른 글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라고 합니다. 표지 그림과 책에 실린 그림들은 심순화 가타리나 화백께서 그리신 건데 따스함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표지 그림을 보면 어떤 사람이 예수님의 품 안에 안겨 있는 모습이 보이는데 주님께서 항상 함께 해 주시고 위로해 주신다는 걸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박재찬 신부님은 현재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본원장과 성 베네딕도 문화 영성 센터 책임자로 일하면서 다양한 피정 프로그램과 강의를 통해 토마스 머튼 영성을 나누고 있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수도 생활 중에 많은 소임을 하시다가 일 중독에 빠지게 되었는데 번아웃이 되서 기도도, 일도, 수도 생활도 모두 무의미하게 느껴졌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에 캐나다 토론토로 유학을 가시게 되었는데 하느님의 섭리로 그곳에서 토마스 머튼 신부님의 영성을 공부하게 되셨고 하느님의 빛을 체험하셨다고 합니다. 머튼 신부님 덕분에 예수님을 향한 믿음의 여정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었고 하느님의 부재를 느꼈던 어둠의 시기에도 하느님은 함께하고 계셨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으셨다고 합니다.
신부님께서 토론토 유학생활 중에 다닌 대학 도서관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자 서류를 제출하고 면접을 봤는데 신청자가 많아서 떨어지셨다고 합니다. 1년 후 다시 응시를 했는데 결과는 또 낙방이였습니다. 처음에는 이러한 상황이 조금 원망스러웠지만 주님께서는 신부님께서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해야 할 일을 하도록 계획을 세우셨던 것입니다. 사제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도서관에서 책을 정리하는 것보다는 미사 집전과 고해성사를 주는 것이고,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일임을 새롭게 깨달으셨다고 합니다. 두 번의 낙방 체험은 오히려 신부님의 소명이 무엇인지 다시금 깨닫게 해 준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 삶의 영적 여정에서 실패의 체험, 어둠의 체험, 고통의 체험은 주님의 더 큰 사랑에 도달하기 위한 선물이 되기도 하는데 누구나 하느님을 찾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십자가가 있는 듯하다고 하셨습니다.
모든 것이 다 지나가고 우리에게 남은 것은 지난 시절 하느님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며 지냈던 사랑의 순간들이고 이것이 바로 하느님 앞에 부유한 사람이라는 신부님의 말씀이 와 닿았습니다. 비워 내고 가벼워지기 위해 나누고, 내어 주려고 애쓰는 우리의 부족한 사랑을 하느님은 더 큰 사랑으로 채워 주십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주님께 내어 드리면 그분께서는 우리를 따뜻이 어루만져 주시며 치유해 주실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죄와 약함을 통해서도 선으로 이끄시는 분이십니다. 신부님께서 번아웃이 되서 유학을 가게 되셨고 시작했던 공부가 영성 심리학을 거쳐 토마스 머튼과 그의 종교 간 대화로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로마서 8장 28절의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 그분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라는 말씀처럼 신부님께도 그대로 이루어졌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힘든 사람과 대면하거나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하기도 하는데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나 사람과 마주할 때, 모든 것을 선으로 이끄시는 하느님의 섭리를 믿고 기다리는 자세를 지녀야 합니다. 우리가 계획한 것보다 더 큰일을 하시는 하느님의 계획에 자신을 내어 맡기고 묵묵히 살아간다면, 어느 날 지나온 많은 시련과 고통이 하느님의 더 큰 행복으로 들어가기 위한 도구였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박재찬 신부님께서는 토마스 머튼을 통해 그리스도의 고독을 만났다고 하시는데 단순한 감정적 외로움을 넘어 그리스도의 고독과 하나 되기 위해 스스로 고독을 향했던 그의 갈망은 신부님의 수도생활 여정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해 주었고 그동안 신부님께서 얼마나 '하느님'이 아니라 '나 자신'에 집중하며 살아왔는지 반성하게 해 주었다고 합니다. 진정한 고독은 모든 것을 끌어안는데 아무것도, 아무도 거부하지 않는 사랑의 충만함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가 더 큰 사랑으로 충만해지기 위해서는 고독의 참된 영적 의미를 깨달아야 합니다.
참된 고독은 세상과의 단절이 아니라 세상과 사람을 제대로 사랑하기 위한 영적 도구입니다. 이를 위해 텔레비전이나 모니터, 휴대폰 보기를 잠시 멈추고 홀로 고요히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바라보는 시간을 자주 갖으라고 하십니다. 혀의 침묵, 눈의 침묵, 그리고 상상의 침묵 속에서 그분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그분께서 지금도 '우리의 외로움과 함께 하신다.'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그 누구도 혼자가 아닙니다. 고독은 그리스도의 참사랑으로 들어가는 문입니다.
박재찬 신부님께서는 이 책이 마음이 아픈 이들, 영적으로 성장하고 싶은 이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는 좋은 영적 선물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하셨고 하느님 품에서 영적 위안을 느끼며 따뜻한 주님의 사랑에 젖어들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하셨습니다. 독서는 저자와의 간접적인 만남이라고 하는데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박재찬 신부님께 영적 지도를 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우리의 상처와 아픔을 어루만져 주시고 위로해 주시고 치유해 주시는 것처럼 저 또한 다른 이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에는 박재찬 신부님께서 직접 쓰신 기도문이 곳곳에 실려 있어서 책을 읽다가 잠시 멈추고 기도를 할 수가 있어서 좋았고 신부님의 체험이 담긴 진솔한 이야기가 실려 있고 내용이 어렵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오늘도 주님께서는 우리를 꼬옥 안아 주시며 "많이 힘들었지! 나는 너의 마음을 다 안단다. 괜찮다." 하시며 어깨를 토닥토닥 위로해 주심을 느낍니다. 예수님께서는 세상 끝날까지 변함없이 지금 여기에서 우리와 함께하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힘든 마음, 억울한 마음, 서러운 마음 모두 다 주님께 맡겨 드리고, 더 큰 선으로 우리를 인도해 주시는 주님의 섭리를 믿으며, 오늘도 묵묵히 말없이 사랑하며 기쁨과 감사로 살아갑시다.
저자 후기 중에서
저자 후기에 실린 박재찬 신부님께서 직접 쓰신 기도문으로 서평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주님, 저희가 당신 품 안에서 치유받고
당신 품 안에서 자라나고
당신 품 안에서 더 큰 사랑을 배우게 하소서.
당신과 같은 사랑의 품이 되어
상처받은 너와
갈라진 이웃과
신음하는 피조물을
꼬옥 안아 주는 우리 모두가 되게 하소서.
아멘.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으시고 영적 치유와 성장을 체험하시길 바랍니다. 좋은 책을 집필해주신 박재찬 신부님과 책을 출판해주신 생활성서사에 감사를 드립니다.
*생활성서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