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성서사 특별 서평단에 지원을 했는데 감사하게도 선정이 되서 이 책을 읽고 서평을 쓰게 되었습니다.
<행복합니다, 하느님을 사랑한 사람들>은 정신 건강 의학과 전문의이자 융 분석 전문가인 이나미 박사가 33명의 가톨릭 성인과 현자들의 이야기를 분석심리학적 관점으로 풀어내어 그들이 삶으로 증명한 메시지를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전해주는 책입니다. 부제는 <심리학자 이나미가 만난 교회의 별들>입니다.
이 책을 쓰신 이나미 박사는 정신 의학사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종교 심리학 석사이기도 합니다. 현재 서울대학교 병원 공공 진료 센터와 시스템 의학과에서 진료와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인생이라는 멋진 거짓말>, <그림책의 마음>, <성경으로 배우는 심리학>, <슬픔이 멈추는 시간>, <괜찮아 열일곱 살>, <당신은 나의 상처이며 자존심> 등 이십여 권의 책을 냈습니다. <괜찮아 열일곱 살>과 <당신은 나의 상처이며 자존심>은 중국어, 베트남어, 태국어 등으로 번역되었습니다.
이 책의 감수자이신 심백섭 신부님은 종교학 박사이자 예수회 신부입니다. 한양대학교 의과 대학을 중퇴하고, 서울대학교 종교학과를 졸업 후, 예수회에 입회했으며, 미국 웨시턴 예수회 신학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서울대학교 종교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대전 가톨릭대학교 영성 지도 교수 등을 역임 후 , 현재 순천 예수회 영성 센터에서 피정 지도 신부로 사목하고 있습니다.
감수자의 말에 따르면 이 책은 특히 마음의 병이 있거나 모듬살이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교회 역사 속 중요한 인물들을 균형 있게 선정하고 명철하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책을 읽는 분들은 부지물식간에 체내 면역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고 하십니다. 삶에 지치고 힘드신 분들이 이 책을 읽으신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인 이나미 박사는 정신 의학과 함께 융의 분석 심리학을 공부하여 심신이 지치고 아픈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정신 건강을 위해 일하는 저자는 융의 분석 심리학적 관점에서 가톨릭 교회의 역사를 빛낸 동서고금 33명의 성현들 이야기를 재해석하는 특별한 시도를 보여 줍니다.
감수자의 말에 따르면 저자는 '지금 여기'라는 삶의 자리에서 출발하여 성현들의 이야기를 소개한 다음, 그 안에서 우리 삶의 현실에 대해 심리학적 관점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이슈가 무엇인지를 탁월한 안목으로 발견해 냅니다. 그리고 다양한 성찰거리를 제공하는 한편, 심리학적 재해석을 시도합니다. 성현이 '지금 여기'의 우리를 보고서 무슨 말씀을 하실까, 또는 우리가 어떻게 하기를 바라실까 등의 질문을 던진 다음, 더 나은 삶을 위해 성현께 전구를 청하거나 스스로 반성하고 다짐하는 일로 마무리됩니다. 따라서 이 책의 한 장 한 장을 읽는 것은 성현 한 분 한분에 대해 렉시오 디비나나 영신 수련 묵상을 예습하는 셈도 된다고 하십니다. 또한 성현들의 삶에서 새로운 보석을 알아볼 수 있게 해 주었고, 좋은 묵상거리도 얻을 수 있었다고 하십니다.
저자는 구체적으로 교회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일생과 그 사상을 좀 더 겸손하고 꼼꼼하게 들여다보아 종교적 심성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완성하는지, 또 그런 체험이 공동체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려고 했습니다. 교회사 속 인물들이 삶의 질문을 어떻게 풀어 나갔는지 배우고 생각하며 쓰다 보면, 본인의 무지와 답답한 아집의 감옥으로부터 빠져나와 새로운 마음의 지평으로 향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고 하십니다. 실제로 교회사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에 대한 자료와 정보는 부자이거나 큰 권력을 잡았던 세속적 의미의 중요한 사람들을 직간접으로 만나는 것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내면의 성장으로 저자를 이끌어 주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각자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 마음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높은 차원의 세계를 보여 주었던 교회사 속 인물들의 삶을 배우고 묵상하는 것이 그나마 영적인 능력이 부족하고 마음이 병든 우리에게는 최선의 치유책이자 길잡이가 아닐까 싶다고 하십니다.
이 책은 제 1부 사랑과 헌신의 삶과 제 2부 지성과 영성의 삶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제 1부에는 근현대 시대와 고대와 중세 시대에 살았던 성현들의 이야기가 제시되어 있고 제 2부에는 근현대 시대와 중세 후기와 근세 시대, 그리고 중세 중기 이전 시대에 살았던 성현들이 이야기가 제시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 책에 나오는 성현들의 삶을 보면서 저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고통이 심할수록 예수님의 수난에 동참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던 소화 데레사의 이야기를 보면서 반성하게 되었고 영성의 힘으로 고통을 의미 있는 행복으로 바꾼 소화 데레사 성녀를 본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상의 소소한 갈등과 좌절을 겪을 때에도 하느님의 자비와 용서를 닮을 수 있는 모범을 보여준 소화 데레사의 삶을 보면서 감탄했고 저 또한 그럴 수 있길 희망하게 되었습니다. 고통 속에서 역설적으로 살아갈 의미를 찾는 것이 진정한 자기실현, 즉 개성화 과정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고통 속에서도 인류를 사랑했던 예수님을 사랑하는 축복이 세상의 그 무엇보다 아름답고 행복했기 때문에 소화 데레사 성녀는 개성화 과정을 망설임 없이 실천한 사람이라고 하셨습니다.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이 고통과 질병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몸과 마음이 너무 아프면 사랑의 신이라면서 왜 이런 고난을 주시냐고 원망의 마음이 드는 것도 그 고통을 당하지 않은 사람의 입장으로서 비난할 일이 아니다. 욥의 친구들이 했던 조언이나 설명들이 얼마나 차갑고 쓸데없었던가. 그러나 하느님과 거래하며 내가 이만큼 당신을 섬겼으니 내가 이만큼 행복과 재산을 누리고 사는 것이 당연하다는 태도는 기복 신앙과 다름없다. 그렇게 평생을 살았다면 고통받는 순간에는 하느님께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몰로카이의 다미안 성인과 마리안느 성인>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태도를 취하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이런 잘못된 삶의 태도에 내리는 죽비 같은 존재가 다미안 성인과 마리안느 성인입니다. 이분들은 하느님께서 특별한 은총을 베푸시는 곳은 호화롭고 편안한 저택이 아니라, 고통과 좌절, 외로움과 억울함으로 세상이 모두 캄캄해 보이는 곳이라는 가르침을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제대로 된 그리스도교 신자라면 인종과 민족을 떠나 모두가 하느님의 자녀라는 생각으로 예수님처럼 차별 없는 사랑을 실천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합니다.
저자 이나미 박사의 주보성인이신 리드비나 성인의 삶 또한 인상적이였는데 리드비나 성인은 골절 후유증으로 전신의 염증 상태로 자리보전하게 된 이후, 수십 년을 마비 상태에서 지내신 분입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기도를 멈추지 않고 하느님께 온전히 삶을 맡긴 채 자신을 찾아오는 이들에게 기쁨과 희망과 치유의 기적을 보여주신 분이라고 합니다. 1890년에 시성되어, 고통받는 이들의 수호성인이 되었다고 합니다.
만약에 제가 그러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면 아픔과 고독으로 힘들어했을 것 같고 하느님을 원망했을 것 같은데 리드비나 성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지금 제가 누리고 있는 삶을 좀 더 충실히 살고 하느님과 주위 사람들에게 좀 더 감사하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죽기 바로 직전까지 마음속에서 놓지 않고 묵상해야 하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고 합니다. 죽음 앞에 아프고 무서운 자신을 좀 도와 달라고 전구를 청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저 또한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잃지 않고 생을 마감할 수 있길 희망합니다.
고통과 극기를 통해 신앙의 힘, 내적인 체험과 그 가치를 아는 이들에게 성인의 순수하고 고결한 삶은 더욱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 더럽고 좁은 공간에서 삶과 죽음 사이를 헤매면서도 '영혼의 정화'를 향한 기도를 멈추기 않았고,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합일이라는 황홀한 신비를 경험했으니 감각적인 쾌락, 본능적인 만족감과는 완전히 반대 지점에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현대의 물질주의로부터 해방되는 비결을 성인의 어둔 밤에서 찾아낼 수도 있지 않을까.
<십자가의 요한 성인>
십가가의 요한 성인의 삶은 고통과 불행으로 가득했으나, 그의 시들은 역설적으로 고통을 넘어서 하느님과 충만하게 합일하는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노래했습니다. 그의 시는 단순히 하느님께 사랑을 고백하는 상투적인 헌사가 아니라 자신의 모든 감각을 버리고, 죄를 씻고 불완전한 자아를 인식한 수, 자아라는 감옥에서 자유로워지면서 하느님과 합일하여 완전해지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묘사했습니다. 물질만능주의로 물든 오늘날 우리의 삶에 십자가의 요한 성인의 삶의 태도는 경종을 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 제시된 33명의 성현들의 삶은 각자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하느님을 바라보는 삶을 살았다는 것입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주님의 뜻대로 살고자 했던 성현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저 또한 그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책을 읽으시는 분들 또한 주님께서 이끄시는 삶을 충실히 살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들이 각자의 부르심에 따라 합당한 삶을 살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에게 주님께서 축복해 주시고 함께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좋은 책을 보내주신 생활성서사에 감사드립니다.
* 생활성서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