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2011년도에 나온 책의 개정판입니다. 이 책으로 손희송 주교님의 사제 수품 25주년을 기념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이 책은 교회 내의 월간지와 신문에 게재했던 글과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던 글을 모아서 엮은 것입니다. 손희송 주교님께서 생각이 여물 때마다 가끔씩 올리셨던 글에 대해 공감과 격려로 응답해주신 분들을 통해서 또 하나의 '따뜻한 동행'을 체험하셨다고 합니다. 손희송 주교님께서는 독자들, 특히 젊은이들이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는 확신을 굳건히 하는 데에 작게나마 보탬이 되는 책이 좋겠다고 하십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의 인생길, 하느님 나라를 향한 순례의 여정에서 동행해 주신다는 믿음은 우리의 발걸음을 비추어 주는 등불이 되고, 힘들 때 우리를 지탱해 주는 지팡이가 될 거라고 하십니다.
우리는 때론 혼자라는 생각에 쓸쓸하고 외로울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항상 우리와 함께 해 주십니다. 성경은 '하느님은 우리와 동행해 주시는 따뜻한 분'이라고 가르쳐 줍니다. 그리고 하느님은 우리와 좀 더 가까이 계시고자 당신 아드님을 세상에 보내셨습니다.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님은 인간들과 함께 사시면서 그들이 구원의 길로 갈 수 있도록 동행하십니다.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마태 28,20)
예수님은 지상에서 당신 사명을 마치고 성부께 돌아가시기 전에 제자들에게 동행을 약속하십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을 보호해 줄 성령을 보내주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저는 이 책의 1부에서 '나의 천사들'이라는 소제목의 글이 특히 눈에 띄였습니다. 2004년 7월 생활성서에 실린 글이라고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필요할 때마다 천사를 보내 우리를 도와주시는데 천사란 과연 어떤 존재일까요? 가톨릭 교회는 천사들을 전례력 안에서 기억합니다. 성경에 그 이름이 명시된 성 미카엘, 성 가브리엘, 성 라파엘 대천사 축일(9월 29일)과 수호천사 기념일(10월 2일)에 천사들을 공경합니다.
하느님의 구원 계획은 인간을 구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하느님의 구원 계획의 실현에 봉사하기 위한 존재인 천사들은 결국 인간들이 구원에 이를 수 있도록 돕고 인도하는 존재입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에 따르면, 사람은 일생 동안, 생명의 시작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천사들의 보호와 전구로 도움을 받는다고 합니다. (336항)
천사가 보통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는데 누군가가 내 곁에 머물면서 필요한 보호와 도움을 준다면 그가 바로 라파엘 대천사이며 수호천사인 것입니다. 필자의 경우에는 어머니가 수호천사의 역할을 하셨다고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게 된 데에는 작은 사연이 있습니다. 오랜 유학 생활을 마치고 신부 된 지 6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 어느 본당에 주임 신부로 발령을 받았는데 본당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주임이 되니 배우고 익혀야 할 것이 많았다고 합니다. 당시 어머니가 사제관에 계시면서 살림을 도와주셨다고 합니다.
어느 날 주일 오전에 본당 수녀님께서 우연히 사제관을 지나가다가 사제관 집무실의 창문이 열려 있어서 자연히 방 안으로 눈길을 돌리게 되었는데 주교님(당시에는 신부님) 의자에 누군가가 앉아 있었다고 합니다. 그 시간이 교중 미사 시간이어서 주임 신부는 미사 집전 중인데, 왠 낯선 사람이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이상해서 자세히 보니 바로 필자의 어머니셨다고 합니다. 나중에 왜 그 시간에 아들 집무실에 들어가 계셨느냐고 물었더니, 아들 신부가 주일이라 바빠서 묵주 기도를 못 할 것 같아 아들 의자에 앉아서 대신 묵주 기도를 하신 거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이 얘기를 들은 필자는 고마운 마음에 가슴이 뭉클하면서 어머니께서 수호천사시라는 생각이 들었고 어머니의 기도 덕분에 사제가 되었고 지금까지 사제로 살아가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하셨습니다. 많은 성직자와 수도자들은 자신들의 어머니를 수호천사처럼 느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라고 하셨습니다. 이는 성직자와 수도자들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이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녀들을 위해 기도하시는 어머니는 하느님께서 보내주신 수호천사라고 생각합니다. 제게 있어 저의 어머니도 그런 분이시구요.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은 천사를 통해 우리를 보호해 주시고 도움을 베풀어 주시는데, 때로는 부모나 가족의 모습으로, 때로는 아주 낯선 사람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이는 누구라도 다른 이에게 천사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우리 주위의 사람들이 하느님의 천사가 될 수 있고 우리가 살아가는 데 힘과 용기를 주는 사람이 바로 천사인 것입니다.
우리가 보려는 눈만 있다면 작은 천사들이 우리 주위에 아직도 많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거라고 하십니다. 또한 우리가 들을 귀가 있다면, 우리 각자가 지금, 여기에서 옆에 있는 이들에게 작은 천사가 되라는 하느님의 나지막한 부르심을 들을 수 있을 거라고 하시며 글을 마무리 하셨습니다. 우리는 때로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반대로 다른 이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습니다. 서로 도우면서 서로에게 천사가 되어 줄 수가 있는 것입니다.
2부에서 '성가정을 이루는 법'이라는 소제목의 글이 눈에 띄였습니다. 가정은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힘을 얻는 보금자리요, 사람을 키워 내는 못자리며 건전한 사회의 초석입니다. 가톨릭 교회는 전통적으로 가정에 많은 관심을 갖고 그 중요성에 대해서 거듭 강조해 왔습니다. 전례적으로는 성가정 축일을 정해서 가정의 성화를 추구합니다. 성가정이란 예수, 마리아, 요셉이 이룬 가정을 말하는 것이고, 우리도 그 가정을 본받아서 성가정을 이루고자 다짐하는 데에 이 축일의 의미가 있습니다. 마리아, 요셉의 가정이 성가정인 이유는 그들이 무엇보다도 하느님의 뜻을 따르고자 하는 신앙인이었다는 데에 있습니다. 마리아와 요셉은 어떤 상황에서든 우선적으로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귀를 기울였고 그 뜻을 기꺼이 따랐습니다. 성모님은 인내와 겸손의 태도로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시고, 그런 태도로 아들을 기르신 분이고 요셉 역시 하느님의 뜻을 충실히 따랐습니다. 요셉은 하느님의 뜻을 따르기 위해 자신의 권리를 기꺼이 포기하여 마리아를 아내로 맞이하고, 가족의 안전을 위해 온갖 어려움도 기꺼이 감수했습니다. 요셉 성인은 자비와 헌신의 태도로 가족을 돌보면서 하느님의 뜻을 묵묵히 실천하신 것입니다. 또한 예수님 역시 하느님의 뜻에 충실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아버지에 대한 충실, 부모에 대한 효도로써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신 것입니다.
예수, 마리아와 요셉, 그분들에게도 우리와 똑같이 어려움과 고민이 있었고 속이 상하는 일도 있었고, 또한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미처 다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이분들이 성가정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하느님의 뜻을 우선으로 하고, 그 뜻을 인내와 겸손, 자비와 헌신, 충실의 태도로 실천하면서 서로를 감싸 주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성가정을 이루려면 예수, 마리아, 요셉의 모범을 따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다양한 어려움과 역경 속에서도 하느님의 뜻을 항상 먼저 생각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가족끼리 인내로 참아 주고 관대하게 대한다면, 또한 자신을 쪼개 주고 가족 간의 도리를 지키려고 노력한다면, 우리 가정도 서서히 거룩한 가정이 될 거라고 하십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가족이 함께 기도해야 합니다. 기도를 하게 되면 하느님 앞에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먼저 살펴보게 됩니다. 남을 탓하기 전에 내가 해야 할 본분을 다했는지, 나를 앞세우기 전에 상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노력했는지를 하느님 앞에서 솔직하게 반성하게 됩니다. 이렇게 자신을 반성하는 기도 시간을 갖는다면 그 가정은 서서히 변화될 것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바쁘더라도 바쁘다고 핑계 대지 말고 어려워도 함께 모여 자주 기도를 바치면서 거룩하게 변화되는 가정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하시며 글을 마무리 하셨습니다.
이 밖에도 많은 이야기들이 실려 있는데 저는 두 가지만 언급을 했습니다.
맺음말에서 어떤 사제로 살아가고 싶은지 언급을 하셨는데 사제는 한결같이 단순한 마음으로 충실하게 주님을 섬기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주님에 대한 열정으로 단순하고 충실하게 주님을 섬기면서 묵묵히 살아가는 사제들, 혼란과 변덕스러움이 넘쳐 나는 세상에서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확신 있고 꿋꿋하게 가는 사제들이 좀 더 많아지기를 기원한다고 하셨습니다. 주교님께서도 그런 사제로 살아갈 수 있는 은총을 청하신다고 하시며 마무리 하십니다.
이 책의 제목처럼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세상 사람들이 다 나를 버린다고 해도 하느님은 나를 버리지 않는 분입니다. 손희송 주교님께서는 이 책을 통해 신앙인들이 주님의 '따뜻한 동행'을 체험하고, 늘 그분께 모든 것을 맡기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주면 좋겠다고 하십니다. 아울러 우리도 우리와 동행해 주시는 주님 곁에 머물면서 그분께 힘을 얻어 다른 이들과 동행해 주는 따뜻한 사람으로 거듭나면 좋겠다고 하십니다.
저 또한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 주고 함께 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혼자라는 생각에 힘들어하는 이들을 위해 손 잡아 주고 기도해 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께서 제게 바라시는 모습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가톨릭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