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전체보기

알라딘

서재
장바구니
박지영님의 서재
  • 적을수록 풍요롭다
  • 제이슨 히켈
  • 18,000원 (10%1,000)
  • 2021-09-24
  • : 2,871

  GDP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대다수 경제, 발전, 성장 등의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우리는 GDP가 정확히 어떻게 측정되는지 모르더라도, 각 나라의 경제 상황을 나타내는 어떠한 지표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또, ‘국가 경제=GDP’라는 인식 때문에 GDP는 매년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연초가 되면 각 국가는 목표 경제 성장률을 정책으로 내세울 정도다.

  우리 경제는 왜 발전해야 할까? 왜 모두가 당연하다는 듯이 GDP 성장이 옳다고 생각할까? 환경 파괴를 비롯한 인간소외, 물질만능주의 등의 문제점은 끊임없이 지적되어왔지만, 자본주의 그 자체에 대한 재고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모두가 해결책을 모르기에 회피한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자본주의가 옳지 않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이걸 대체할 방법이 없잖아?’ 저자 제이슨 히켈은 이 물음에 답하고자 한다. 정치경제학, 생태경제학 등을 연구해온 경제인류학자인 그는 ‘탈성장’이라는 해법으로 인류를 포함한 전 지구를 되살릴 구체적인 방안들을 제시한다. 그의 연구 분야에서 알 수 있듯, ‘환경’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경제, 철학,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지식을 활용하였다. 환경 문제로 이 책을 선택했더라도, 자본주의가 인간을 어떻게 지배하는지, 그동안 지적되어왔음에도 환경 문제는 왜 진전이 없는지,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등 그 이상의 것을 알아갈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다.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되었다. 1부에서는 과거로 돌아가 자본주의가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배경을 살펴보고, 그 과정에서 일어난 참혹한 현실을 낱낱이 밝힌다. 베이컨, 데카르트의 ‘이원론’ 사상 덕분에 우리는 자연, 동물, 나아가 인간의 노동을 착취하면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또, 필요한 만큼만 일하는 ‘자급자족’의 생활방식과 그러한 의식을 바꾸기 위해 노동을 강제하는 법을 제정하고, 농토와 같은 공유지를 사유지화, 민영화한 역사(소위 ‘인클로저’)를 자세히 알게 된다.

  2부에서는 1부 내용을 바탕으로, 저자가 제시한 해법인 ‘탈성장’의 구체적인 방안들과 그 이후의 모습을 설명한다. (소위 ‘포스트자본주의’) 또, 탈성장이 이루어지려면 국가 차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각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역설한다. 즉, 1부에서는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논의의 배경과 우리가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설명한다면 2부에서는 좀 더 심층적으로, 우리 삶과 맞닿아 있는 실천적인 부분들을 자세하게 다룬다.

 

  ‘문제는 성장이 아니라 성장주의growthism다. 인간의 구체적인 필요와 사회적 목적을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성장 자체 또는 자본축적을 위해 성장을 추구하는 것 말이다.’(p. 146) 저자는 자본주의의 작동 원리가 ‘성장’에 기반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성장 그 자체를 위한 성장을 이루어내지 못하면 자본주의가 붕괴한다는 사실을 밝힌다. 즉, 인간의 욕구와 상관없이 자본주의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성장해야만 한다.

  앞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왜 경제는 성장해야 할까? 왜 성장하는 게 좋을까? 결국 이 또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발명된’ 것에 불과하다. 이 체제, 그 당시 자본주의를 원했던 소수에 의해 발명된 개념이다. 이 개념을 당연하게 만들고자 자행되었던 학살, 노동력 착취의 역사는 승자인 자본가들에 의해 잊혔다. 우리는 자본주의 체제 덕분에 삶의 질이 기하급수적으로 향상되었다고 믿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변화해야 할 것은 우리의 경제만이 아니다.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고 그 세계 속에서 우리의 위치를 바라보는 방식을 변화시켜야 한다.’(p. 64) 책을 읽어보면 깨닫겠지만, 기후 위기는 인간의 무한한 착취로만 초래되지는 않았다. 무한한 착취가 직접적인 이유라면, 좀 더 본질적인 원인은 ‘우리의 사고방식’이다. 우리는 몇 세기 만에 인간 외 존재를 물질화하고, 착취해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역사적으로 인간이 아니었던 존재(흑인, 여성, 장애인 등)의 노동력조차 정당하게 착취당했다. 즉, 이런 전체적인 과정을 모른 채 지금의 기후 위기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 책은 지금의 기후 위기, 환경 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뿐 아니라 신자유주의의 모순에 고민이 많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한다. 자본주의의 역사와 발전 과정을 설명하는 1부가 상대적으로 양이 많아, 오히려 후자의 사람들에게 더 흥미로울 것 같다.

'우리가 여기서 하고 있는 게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무엇을 위해서인가? 인간의 존재 목적은 대체 무엇인가?'(p. 381) 저자가 강조한 것처럼, 이 책을 읽고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 체제와 현 기후 위기 사태에 질문을 던지고 심도 있는 논의로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